[주간논단]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주간논단]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 논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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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10월 25일(수) 00:00

김소엽/ 시인, 호서대 교수

요즈음처럼 절실한 기도가 필요한 때도 드물었던 것같다. 김현승님의 '가을의 기도'가 절로 입에서 새어나오는 시절이다. 이 시는 전체가 세 문단으로 나뉘어 졌는데 첫 연은 기도하게 해 달라는 것이고 둘째 연에서는 사랑하게 해 달라 하며 셋째 연에서는 홀로 있게 해 달라고 하는 간절한 기도문이다.

첫 연은 이런 기도로 시작한다.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란 바로 지금을 두고 한 이야기일 것이다.

가을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흥하고 번성하고 발전하는 때가 아닌 모든 것이 조락을 알리는 계절, 다시 말해서 모든 것이 쇄락해 가고 쫄아드는 위기 상황에 처한 때를 말하는 것이리라. 그때를 기다려서 기도하게 해 달라는 것이다.

지금은 낙엽들이 지는 때이다. 경제는 날로 위축되어서 상위 부유층을 제외하고는 개인사업자나 직장인이나 거의 모든 국민들이 각종 세금과 고유가에 시달리며 수지타산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

경제가 국민들의 삶을 어렵게 하는 때에 일본은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중국은 자신들만의 미래를 대비한 포석으로 동북공정을 강행하면서 고구려 역사를 도적질해 가려는 속내를 드러내 우리 국민의 감정을 악화시켰다. 하물며 북한은 핵실험이라니 우리 국민들은 그야말로 사면초가에 처한 느낌이다.

자의든 타의든 간에 북한과의 평화적 협상을 위한다는 그럴듯한 포장으로 (노벨상용이라 하더라도) 김대중 정부시절부터 우리가 북한에 공들이며 퍼다준 돈이 얼마던가, 수 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 않은가. 우리가 퍼다준 그 돈과 물질을 북한 인민들에게 식량으로 지원했던들 북한동포가 수 백만씩이나 못먹어서 죽어갔겠는가.

일제 강점기에도 북한 동포들처럼 굶어 죽지는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퍼다준 그 돈을 북한은 어디다 썼길래 동포들은 굶어 죽었고, 그렇게 엄청난 돈이 드는 핵무기를 개발해 내서 실험까지 했는가 말이다.

우리는 좀 더 냉정해져야 한다. 우리가 북한동포를 살리라고 인도적 차원에서 준 돈이 악용되어 다시 우리를 향한 살상무기를 만드는데 썼다면 이 시점에서는 우리도 분명한 태도와 단호한 입장을 취하지 않으면 안 될, 국가 안보의 큰 우려를 안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 처해있는데 또한 세계가 한 목소리로 북의 핵실험을 지탄하고 있는데 금강산 관광을 계속하여 사용처도 불분명한 현금을 대주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 처사인지 우리는 깊이 생각해 보야야 한다. 인도적 차원이라는 미명하에 우리 스스로가 속아넘어 간다면 결국은 스스로 함정을 파는 격이 될 것이다.

우리의 국민 정서는 합리성이 부족해 때로는 감정에 치우치는 일이 많다.  그러나 우리의 생사가 달린 문제에 있어서는 감정적으로 판단하고 대응해서는 안 될 일이다. 좀 더 냉철하게 합리성을 가지고 현실을 직시하고 대처해 나가야 할 줄 안다. 이런 위기 상황을 감지하고 우리는 기도할 일이다.

그것도 그냥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겸허한 우리 모국어로 나를 가득 채워서' 기도할 일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우리 민족이면 쓰는 우리말, 배운 사람이나 못배운 사람이나 가진 자나 못 가진 자나 누구나 구사하는 그 겸허한 우리말로 간절하게 울부짖으며 기도할 일이다.

그 다음에 할 일은 사랑하는 일이다. 사랑하기 위해서는 비옥한 시간을 가꿀 줄 알아야 한다. 시간을 경작한 사람만이 승자가 될 수 있고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좀 더 나라를 사랑하는 일과 이웃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일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 그리고 더불어 살 줄 알려면 홀로 있는 법을 알아야 할 것이다. 참으로 하나님과 단독자로서 대면 할 줄 아는 사람만이 더불어 사는 법도 알기 때문이다. 이 암울하고 어수선한 가을에 김현승님의 '가을의 기도'를 한 번쯤 되뇌어 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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