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 탄압'과 '민주 탄압'

'독재 탄압'과 '민주 탄압'

[ 논단 ] 주간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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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03월 14일(화) 00:00
   
조 남 홍
주님의교회 집사
한국경영자총협회 고문


1965년도 5월 말쯤의 일이다. 서울의 한 언론사 젊은 기자가 우연히 마침 책상 위에 아무렇게나 놓여 있는 사진 한 장에 눈길이 갔다. 그 사진은 박정희 대통령이 그해 미국 순방 시에 존슨 대통령과 함께 나란히 거닐며 찍은 이미 보도가 끝난 용도 폐기된 사진이었다. 그 사진 속의 존슨 대통령은 왼손으로 애견의 목에 묶인 가죽 끈을 쥐고 있었다. 이 젊은 기자는 무심코(?) 연필로 존슨 대통령의 오른손 끝에서부터 박정희 대통령의 목에 이르기까지 길게 줄을 그었다. 며칠 후 그 기자는 어디로인가 불려갔고 그 후에 그는 조용히 그 언론사에서 사라졌다. 이 사건은 서슬이 시퍼런 군사정권 임에도 불구하고 '표현의 자유'에 대한 찬반논란을 불러 일으켰으며 그 논쟁이 뜨거웠던 일이 지금도 필자의 기억에 생생하다.

이제 순수 민간정부가 들어선지도 어언 13년이라는 세월이 흘렀다. 실제로 지금 우리사회에는 군사정권 당시와 같은 동일한 유형의 국민 탄압과 인권 유린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국정원(옛날의 중앙정보부)에 끌려가서 곤욕을 치르는 일은 더 이상 없으며, '삼청교육대'와 같은 반인권적 탄압은 더 이상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 되었다. 그래서 김대중 정권을 이어받은 노무현 정권의 위정자들은 민주화의 승리를 위해 소리 높여 자축의 찬가를 부르고 있다. 그리고 한발 더 나아가 민주화의 뿌리를 더욱 견고하게 정착시키기 위하여 1백년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서 과거의 반민족, 반민주 반역을 색출, 역사적 거울로 삼자는 거창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이 사업에 이론을 제기한다는 것은 곧 '반민주 세력' 또는 '기득권 세력'으로 내몰리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여기서 우리는 정권의 독선과 오만의 냄새를 맡는다. 그리고 유형무형의 사회적 탄압의 징후들을 발견하게 된다. 이러한 탄압은 아주 세련된 합법의 옷을 입고 있기도 하고 그 탄압의 주체가 잘 보이질 않는다.

몇 가지 사례를 보자. 최근에 '해방 전후사의 인식'에 반기를 든 '해방 전후사의 재인식'이라는 책자의 출간을 꺼린 출판사들이 있었다고 한다. 왜 그랬을까? 6ㆍ25 동란을 북쪽의 남침에 의한 적화통일 전쟁이었다는 견해에 동의할 수 없어 출간을 거부했다는 대한민국의 출판사가 있었다고 하는데 이를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또 "민주화니 인권이니 하면서 어찌하여 신문 광고도 제대로 할 수 없는 나라가 되었단 말인가!"라고 외치는 한 종교 지도자의 절규를 괜한 소리로 넘기고 말아야 하는가? 군사독재정권 시절에 우리는 이와 유사한 출판사와 언론사들을 수없이 보아왔다. 비판언론에 대한 반론보도 청구권의 집행 건수가 노무현 정권 들어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청구권의 합법적(?) 남용은 언론에 대한 사후검열제도의 효과를 가짐으로써 언론탄압의 수단이 되기에 충분하다.

비판언론에 기고했거나 인터뷰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싸늘한 눈길을 보내니 식자들의 토론문화가 시들어 간다. 정부의 경제정책을 '반시장주의'라고 비판했던 국회 예산정책처장은 곧바로 면직 처리되었고 또 최근에는 조세연구원의 한 연구원에 대한 징계조치가 정부정책에 대한 비판이 화근이 되었다 하니, 이는 군사독재정권 시대의 양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물론 이러한 정도의 탄압은 군사독재정권 시절의 그것과 비교한다면 참을 만하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이제 국민은 보다 차원 높고 보다 세련된 민주화와 인권을 요구하고 있다. 이제 제2의 민주화 투쟁이 요구되고 있는 것이다. 과거 박정희 군사독재정권이 국내외적으로 그렇게 많은 비판과 항거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20년 가까이 버틸 수 있었던 것은 5천년 묶은 우리민족의 찌들은 가난을 청산하기 위한 지도자로서의 확고부동한 의지와 정치적 실천이 그나마 국민적 공감대를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연말 "관용을 모르는 사회 모습이 걱정스럽다. 비판을 용납하지 않는 획일주의가 압도할 때 인간은 언제나 부끄러운 역사를 남겼다"라는 훌륭한 말을 남겼다. 이 훌륭한 말의 몸소 실천은 국민들의 공감대와 지지를 얻는데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그리하여 민주를 가장한 신종 탄압이 사라지고 명실상부한 민주화가 실현된다면 노무현 정권 5년은 최소한 평년작이라는 역사의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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