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권인가, 생명결정권인가?

생명권인가, 생명결정권인가?

[ 논단 ] 주간논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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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08월 17일(수) 00:00
박상은
샘물교회 장로ㆍ샘안양병원장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올 여름,한강의 투신자살도 유난히 늘어나 하루에도 서너 명이 다리 밑으로 자신을 던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얼마 전엔 살려달라고 울부짖는 아이들을 차례로 아파트 창밖으로 내어 던진 후 막내 아이를 부등켜 안고 자신마저 뛰어내린 주부의 기막힌 사연이 보도되기도 했다. 이어서 우리 사회를 경악시킨 대그룹 회장의 자살은 또 다른 복잡한 문제들에 얽혀 그 끝없는 미궁을 아직도 맴돌고 있다. 자살은 비단 경제적 어려움 때문에 비롯되는 것은 아니며,돈 많은 재벌 2세와 대학 총장,그리고 미모의 탤런트까지,그리고 노인에서부터 아이에 이르기까지 끝없는 자살 행렬이 오늘도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로 동반자살,촉탁(囑託)살인,자살 클럽이 생겨나게 되었으며 자살 사이트에서 만난 사람들이 자살 여행을 통해 자살하는 사례까지 발생하여 충격을 던져주었다. 통계에 잡히는 자살만 하더라도 한 달에 천여 건,그러니깐 하루도 어김없이 우리나라 어디에선가 하루에 30~40명,한 시간에 1~2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다는 사실이다.

현대사회를 '자살을 부추기는 사회'로 명명할 수 있는데,이 배후에는 우리를 자살로 몰고 가는 가치관이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휴머니즘이라는 아름다운 포장 속에 숨겨져 있는 생명 경시의 유물론과 인본주의적 무신론을 우리는 직시해야 할 것이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권리 중 가장 소중한 것은 생명권일 것이다. 생명권이 주어진 생명을 지켜내는 권리라면,생명결정권은 마치 인간에게 생명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권한이 있는 것처럼 오도하는 권리개념이다. 생명권은 하나님에 의해서 시작된 인간의 생명이 계속 그 생명을 누리도록 기능을 하는 반면,생명결정권은 생명의 시작과 생명의 마지막을 인간 스스로 결정하겠다는 발상인 것이다. 다시 말하면 생명을 만들어 내거나,주어진 생명을 마감할 권리를 인간이 가진다는 뜻이다. 생명결정권이 인간에게 있다고 주장할 때,인간은 자신의 마음대로 인간을 복제할 수 있으며,자기 멋대로 생명을 해치거나 죽일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자살은 이 두 가지 권리를 오해하는 데에서 비롯된다. 그 누구도 우리가 의도한 대로 태어나지 않은 것처럼,우리의 마지막도 우리가 마음대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 왜냐하면 생명은 하나님의 것이며 하나님의 주권 아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오로지 우리는 하나님께서 우리의 생명을 거두어 가시는 그 날까지 청지기로서 책임있게 생명을 영위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인간이 생명결정권을 가지고 마음대로 휘두를 때 인간의 교만은 극에 치닫는 것이며 인류의 바벨탑은 하나님의 심판 앞에 비참하게 무너져 내릴 것이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생명의 주인이신 하나님을 알리며,한편으로 자살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우리의 이웃들을 돌아보아 그들이 우리와 함께 이 땅에서의 삶을 끝까지 누리도록 함께 고통을 나누는 섬김의 삶을 살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한 걸음 나아가 자살로 이끄는 세속의 세계관들에 대항하여 생명존중의 기독교 세계관을 확고히 함과 아울러 우리 기독교인들은 도도히 흐르는 죽음의 행렬에 맞서 생명을 살리며 이를 지키는 생명지기의 역할을 능히 감당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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