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매 맺음의 삶을 위해

열매 맺음의 삶을 위해

[ 목양칼럼 ]

신민섭 목사
2024년 10월 02일(수) 10:07
교회에 과일나무 여러 그루가 있다. 배 한 그루, 뽕(오디)나무 한 그루, 감나무 6그루, 사과나무 한 그루 등이다. 어린 사과나무 빼고 전임 목사님들이 심었다. 지난해 두 개 열렸던 배는 제법 여러 개 열렸다. 감나무도 지난해 거의 다 떨어졌는데 단감과 땡감이 제법 열려 있어 조금씩 색상이 변하며 익어간다.

그런데 뽕(오디) 따는 시기는 이미 지났고, 이제 따서 먹을 수 있는 과일은 감나무와 배나무이다. 배나무와 감나무는 비료를 주고, 해충약을 해주고, 열매를 종이로 싸주어야 하는 관리를 하지 않아 예쁘고 모양새는 아니다. 그럼에도 꽃이 피고 자라나 제법 여러 개의 열매 맺음을 보며 미안한 마음이 든다. 물론 맛은 보증 못 한다. 관리를 해주지 않고 알아서 자라고 열매 맺은 것인데 맛난 과일을 먹기 원함은 욕심이라는 마음이 앞선다.

비단 과일만은 아니다. 모든 농사에는 많은 수고와 노력, 정성과 보살핌이 필요하다. 비가 많이 내리면 고랑을 터주어 물을 빼주고, 비가 오지 않으면 스프링클러를 돌리거나, 논에는 펌프를 이용해 물을 끌어와 대주어야 한다. 아침마다 만나는 분들은 오토바이 뒤에 삽 하나 싣고, 걷기 불편하신 분은 전동차에 삽이나 호미 싣고 논밭을 살피고 다니신다. 이러한 수고로 수확할 때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다.

농촌에서 농사의 삶을 통해 배우는 것은 당연하고 명확하다. "심는 대로 거둔다." 물론 많이 심어도 적게 거둘 수 있지만 분명한 것은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

비단 농사뿐이랴? 목회의 현장, 또한 인생의 여정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되는 원칙이 아닌가? 누구나 자신의 삶에서 성과를 위해 수고하고 노력한다. 그리고 그 성과를 얻을 때 행복과 만족을 느낀다. 그런데 수고와 노력 없이 심지 않은 열매를 바라는 농부는 없다.

전도하지 않는 중에 교회가 '부흥하게 해 주세요'하고 기도 드린다면? 전도하지 않으면서 믿지 않는 분들이 교회에 나오고 예수님을 믿음으로 교회가 부흥되기를 원하는 마음, 기도 드리지 않고 응답받기를 원하는 마음을 하나님께서 어떻게 보실까?

지난 여름을 달궜던 올림픽에서의 탁구 선수 신유빈은 여자 단식 동메달 결정전에서 패배하고도 일본 선수 하야타 히나를 안아 주고, 감독에게 찾아가 인사를 했다. 경기 직후 인터뷰에서 울먹이면서도 의연함을 잃지 않았다. 그는 "하야타가 모든 면에서 앞섰으며 그런 실력과 정신력을 가지려고 얼마나 애썼을지 잘 알기 때문에 인정하고 배울 것은 배우겠다"고 말했다. 어린 선수의 기자회견에서 진정 내가 얼마나 더 노력하고, 얼마나 더 애써야 하는 것에 대한 각오로 들린다.

새벽기도 드린 후 3년째 이어오는 동네 탐방과 기도드림의 걸음은 날마다 계속된다. 골목길을 걸으면서, 마을 어귀에 서서, 논과 밭을 바라보며, 우리 교구 안의 작은 동네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가며, 예수님을 믿는 우리 교회 식구들과 예수님을 믿지 않는 분들에게도 하나님의 살아 계심의 역사를 드러내 주시길 기도드린다. 이 걸음 중에 드리는 기도를 받으시사 모든 동네 분들이 예수님을 믿고 구원받는 은혜가 넘치시기를 간절히 사모하며 걸음걸음 내 딛는다. 신학교 입학할 때의 나이를 지금도 "내 나이는 28살입니다"라고 소개하는 처음의 마음이 하나님 나라에 임할 때 하나님께 수고했다는 말씀을 듣기를 소원하면서 동네를 바라본다.

어느 글에서 읽은 글 중에 종교개혁자 존 칼빈이 했다는 말이 보여 기도 노트 한 켠에 적어 놓았다. "주님께서 다시 오실 때에 내가 게으름을 피우고 있는 것을 보시면 어떡합니까?"



신민섭 목사 / 군서제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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