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세상, 긍정적 희망 심는 새로운 선교지

디지털 세상, 긍정적 희망 심는 새로운 선교지

[ 인공지능시대를위한미래담론 ] (6)미출석 교인과 디지털 공간

정부활 목사
2024년 07월 04일(목) 16:21
#통계로 본 온라인 신앙공동체와 '가나안 성도'

디지털 가상공간에서 새로운 신앙공동체를 형성하고, 교제와 나눔을 넘어 예배와 양육까지도 가능하다는 것을 우리는 여러 교회들의 사례와 다양한 데이터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6월에 목회데이터연구소에서 조사한 설문자료를 보면 '엔데믹' 이후에도 개신교인의 37%가 한 달에 한 번 이상은 온라인 예배에 참여하고 있으며, 59%가 '온라인에서도 신앙공동체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응답했다.

무엇보다 그 설문에서 한국교회가 관심 있게 들여다 봐야 할 결과는 '지역교회가 온라인 예배를 중단하고 현장 예배만 드린다면 교회를 떠날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이 무려 17%나 된다는 것이다.

교회를 떠났지만 교회 밖에서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흔히 '가나안 성도'라고 부른다. 개신교 청년 4명 중 1명이 가나안 성도이며, 가나안 청년 중 70%가 고등학교 졸업 이후 교회를 떠났다고 응답했다. 그런데 눈 여겨 볼 점은 가나안 청년들은 가족(27%) 뿐만 아니라 미디어(21%)를 통해 그들의 신앙 성장에 도움을 받고 있었다. 청년들이 자주 이용하는 미디어는 바로 SNS나 유튜브와 같은 디지털 가상공간이다.

이러한 최근 발표된 통계자료들을 참고했을 때 '디지털 가상공간'은 교회 밖 기독교인들의 신앙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는 매우 유용한 선교플랫폼이며, 이 플랫폼을 잘 활용할 경우 교회로 다시 돌아오고 싶어하는 가나안 청년(33%)을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 지역교회로 다시 인도할 수 있을 것이다.



#SBNR 현상과 가나안 성도



탈교회 현상을 연구할 때 자주 등장하는 영어 알파벳이 'SBNR'이다. 'Spiritual But Not Religious'의 줄임말인데, '종교적이지 않지만 영적'이라는 의미로 종교적 제도와 조직을 가진 지역교회를 떠나 외부에서 영성을 추구하거나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가리킨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한국교회에 SBNR 성도들이 많아졌다.

서구 SBNR의 한국적 형태가 바로 '가나안 성도'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가나안 성도란 현재 지역교회에 출석하지 않으면서(가나안을 거꾸로 읽으면 '안나가'가 된다) 자신에게 맞는 새로운 교회를 찾아 다니거나(플로팅 크리스찬) 제도권 교회를 거부하고 홀로 신앙생활을 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회(한목협)에서 지난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기독교 인구 중에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 가나안 성도가 거의 30%(226만명)라고 한다.

종교사회학자인 로버트 우스노우(Robert Wythnow)는 오늘날을 'D.I.Y.(Do It Yourself) 종교의 시대'라고 부른다. 완성된 제품을 구입하지 않고 자신이 직접 제작하고 조립하는 생활습관을 선호하는 현대인들은 전통과 강요보다는 자신의 관심사와 선호도에 따라 자유롭게 종교와 교회를 선택하는 것을 좋아한다.



#디지털 가상공간과 가나안 성도



그러나 교회를 떠난 사람들, 가나안 성도들이 그들의 신앙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신앙의 자유를 찾아 유럽에서 아메리카 신대륙으로 떠났던 사람들처럼, 많은 가나안 성도들이 교회 밖에서 새로운 신앙공동체를 찾고 있다. 그 중에 상당수는 디지털 가상공간에서 온라인 예배에 참여하고 또한 평소에 자신들이 가지고 있던 신앙적-신학적 질문에 대한 답을 온라인 공간에서 적극적으로 찾아 나서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디지털 가상공간은 가나안 성도들을 위해 다양한 방식과 형태로 새로운 신앙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선교현장임이 더욱 확실해 지고 있다. 온라인 공간은 좋은 대안적 모델을 찾을 수 있는 실험실과 같다. 온라인은 물리적, 시간적 제한에서 자유로운 공간이다. 그러므로 디지털 세계에 익숙한 세대들의 요구와 그에 따른 변화된 신앙형태에 맞춰 새로운 신앙공동체를 시도해볼 수 있다.

필자가 독일에서 '가상현실기술과 기독교'에 관한 연구를 하면서 주목한 것이 하나있다. 독일개신교회(EKD)는 팬데믹 이전부터 '디지털 교회(Digitale Kirche)'를 연구하고 새로운 교회모델을 실험(?)해 왔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개교회 차원이 아니라 지역의 노회와 교단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신학생들과 소통하며 그들이 직접 제작자와 주인공이 돼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도록 보장하고 지원하고 있다.

독일 개신교회가 젊은 세대들의 생각과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상징적인 사건이 있다. 2021년 5월 교단 총회에서 당시 25세인 여성 신학생인 안나-니콜 하인리히(Anna-Nicole Heinlich)를 교단을 대표하는 의장(임기 6년)으로 선출했다. 그리고 그녀는 독일 개신교회가 더 적극적으로 온라인 공간을 선교의 장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연합체로서의 디지털 교회



가나안 성도들을 위한 디지털 가상공간의 신앙공동체 형성은 개교회가 단독으로 시도하기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최근 발표된 통계 자료를 볼 때 청년과 3040세대들은 소수의 대형교회가 운영하고 제공하는 온라인 콘텐츠를 통해 교회 밖에서도 자신들의 신앙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결국 '대형교회로의 쏠림'이라는 또 다른 문제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러므로 독일교회의 사례에서와 같이 교회 밖 가나안 성도들을 위한 온라인 선교는 지역교회의 연합체인 노회와 총회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것이 좋다. 그리고 디지털 가상공간의 새로운 교회 모델을 현재 신학교에 다니고 있는 학생들과 지역교회에서 부교역자로 사역하고 있는 젊은 목회자들이 주도적으로 기획하고 실험할 수 있도록 노회와 교단 총회가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지원해 주어야 할 것이다.

연합체로서의 디지털 교회가 가나안 성도들의 제도권 지역교회에 대한 부정적 경험과 인식을 긍정적 희망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돕는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그리고 또하나 중요한 것은 청년 가나안 성도들이 실제 지역교회로 귀향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공간에서 새로운 교회 모델을 개발하는 것과 동시에 지역교회가 청년세대들에게 '호감형'으로 변화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온라인에 모여 있는 가나안 성도들이 다시 오프라인 교회로 돌아오기 위해서는 그들이 가고 싶은 지역교회와 문화를 새롭게 형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한국교회가 더 늦기 전에 디지털 가상세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교회 밖 청년들이 신앙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고, 나아가 교회를 새롭게하여 떠난 청년세대들을 다시 교회로 인도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정부활 목사 / 과천교회 3040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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