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이단'과 일본 '컬트' 문제 논의

한국 '이단'과 일본 '컬트' 문제 논의

한일 연합 이단·사이비대책세미나 개최

최샘찬 기자 chan@pckworld.com
2024년 06월 22일(토) 08:22
사이토 아츠시(SAITO ATSUSHI) 목사가 일본의 컬트 종교 문제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 대구=최샘찬 기자】 이단에 대해 한국교회는 '정통 기독교단과 다른 집단'이 다른 진리로 인도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일본교회는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인권 침해를 하는 측면을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이단·사이비대책위원회(위원장:이철웅)는 지난 20일 대구제일교회(박창운 목사 시무)에서 2024 한일 연합 이단사이비대책세미나를 개최하고, 양국의 이단·사이비 현황과 대처 방안을 논의했다.

한국 측에선 총회 이대위와 노회 이대위원장들이 함께했고, 일본에선 일본기독교단 선교위원회(위원장:기시 노리히데), 일본침례교연맹, 재일대한기독교회 관계자 등 10여 명이 참여했다. 한국과 일본의 발제자가 차례로 강의하고 이에 대해 토론했다.

한국교회는 이단·사이비를 정토교회에서 벗어난 교리적인 측면으로 구분했지만, 일본의 '컬트'는 교리보단 왜곡된 지배구조의 유무가 기준이었다. 기독교인이 1% 정도로 적은 만큼, 신학적인 접근보다 인권과 같은 사회문화적인 측면이 강조됐다.

세미나에서 강의한 사이토 아츠시(SAITO ATSUSHI) 목사(센다이미야기노교회)는 "일본에선 컬트 종교 문제를 단순 종교문제보단 인권문제로서 법적, 사회적, 경제적으로 접근한다"며 "일본 그리스도인 인구가 1%에 이르지 않는 상황에서 이단을 정통교회의 반하는 관점으로 접근하면 일반 시민들의 공감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컬트에 대해 그는 "왜곡된 지배구조로 인권을 빼앗아 폐해를 초래하는 것"이라고 정의한 후 "왜곡된 지배·피지배 관계를 만드는 목적은 '자신의 말을 듣는 상대를 기르는 것'이고, 이를 위해 온갖 수단으로 컬트적인 환경을 만들어 간다"며 "컬트의 왜곡된 지배구조를 이해해 건강한 사회가 구축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일본에선 2022년 7월 아베 전 총리가 피살되면서 컬트 종교가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사이토 아츠시 목사는 "그 사건 이후 종교단체의 일탈행위를 규제하는 법령과 부처 지침이 잇달아 나왔다"며 "완벽한 대책이라 할 순 없지만 일본 정부가 컬트 종교의 존재와 그 가해성을 인정하고, 나라로서 대책에 나선 것은 지금까지 없었던 큰 성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현재 구통일협회를 둘러싼 다양한 재판이 진행되고 있고, 헌금 수입 감소가 그들의 활동에 큰 피해를 줬을 것"이라며 "게다가 일본 정부는 도쿄 지방법원에 구통일협회에 대한 종교법인 해산명령도 청구했다"고 말했다.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 상담간사 황은택 목사(새우리교회)가 성도들이 신천지에 미혹되는 원인과 이에 대한 대책을 제시했다.
한편 한국측에선 한국기독교이단상담소 상담간사 황은택 목사(새우리교회)가 성도들이 신천지에 미혹되는 원인과 이에 대한 대책을 제시했다.

"대학선배와 직장선배의 영향으로 신천지에 빠졌다"고 한 그는 "4년 동안 신천지에서 발견한, 미혹된 신자들의 공통된 특징은 가정과 교회 공동체에서 소속감과 친밀함을 경험하지 못한 분들이었다"며 "미혹된 100명 중 30명은 가정과 교회를 차마 버릴 수 없어 끝내 들어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신천지는 성경공부를 통해 미혹하는 이단"이라며 "한국교회 성도들은 성경공부에 잘 참여하지 않는 것 같지만, 그 기저엔 성경을 알고 싶다는 마음이 동시에 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그는 "한국교회가 성도들의 이 마음을 이해해 올바른 정통교리와 하나님의 말씀을 가르쳐 성도들을 지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가정과 교회가 복음과 사랑의 공동체성을 확립하고, 로마서 등 건강한 구원론 확립, 지속적인 성경교육, 기도를 통한 성령의 내주하심의 경험이 성도에게 있을 때, 신천지에 미혹되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신천지에 대해 일본기독교단 선교위원장 기시 노리히데(KISHI NORIHIDE) 목사는 "신천지의 활동에 대해 일본에서도 최근 지켜보고 있다. 일본엔 크리스찬이 적으니 비기독교인을 대상으로 포교한다"며 "한국에 와서 이단 문제를 함께 논의해 감사하고 주님이 맡겨주신 사명을 기억하면서 함께 헤쳐나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세미나 참석자들은 21일 대구대학교와 경북 청도 현리를 탐방했다. 신천지 이만희 교주의 고향으로 알려진 경북 청도에 대해 대구동노회는 "신천지가 성지화를 진행 중"이라고 주장하며 부지 매입과 성전 건축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본기독교단 선교위원장 기시 노리히데(KISHI NORIHIDE)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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