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진화론 논란' 박영식 교수 해임 결의

'유신진화론 논란' 박영식 교수 해임 결의

교원징계위 결정…이사회 승인 시 최종 해임

김동현 기자 kdhyeon@pckworld.com
2024년 06월 10일(월) 09:51
지난 5월 17일 한국기독교교양학회 등 6개 단체가 개최한 '창조신학 컨퍼런스'에서 발언하고 있는 박영식 교수.
서울신학대학교 교원징계위원회가 창조신학에 관해 학교 측과 마찰을 빚어온 박영식 교수에 대해 해임 결정을 내렸다. 박 교수에 대한 징계건은 서울신대 내부적 차원을 넘어 성경해석과 학문의 자유에 대한 보수-진보 교계 및 학계의 논쟁으로 확장되어 온 측면이 있어 교계에서도 많은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서울신대 교원징계위는 지난 4일 교내 회의실에서 제2차 회의를 열고, 교양교육원 박영식 교수의 해임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서울신대 법인이사회가 징계위의 결정을 승인하게 되면 박 교수의 해임이 확정된다. 박 교수는 이날 저녁 해임 결정 사실을 비공식적으로 통보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신대와 박영식 교수의 갈등은 지난 2019년 하반기 서울신대 신학대학원 평신도 신학 과정에 '창조과학' 관련 강의가 개설되면서 시작됐다. 강의가 개설되자 박영식 교수는 자신의 SNS를 통해 이를 비판하는 글을 게시했고, 논쟁이 이어졌다. 그리고 이후 기성 소속 모 지방회의 감찰회가 박 교수의 책과 논문 등 저작물들을 모아 교단과 학교의 이념에 맞지 않는 신학을 한다며 서울신대에 제보하고 조사를 의뢰했다.

이에 서울신대는 2021년 10월 신학검증위원회, 2022년 3월 조사위원회 등을 거치며 조사를 실시했다. 검토 끝에 박 교수의 성경 해석과 신학 방법론이 신학적으로 성결교회의 교리적 입장과 배치되는 것으로 결론지었고, 서울신대 법인이사회는 △서울신대 건학 및 교육 이념과 신앙선언문·사명선언문 위배 △성실 의무 및 품위 유지 의무 위반 등을 이유로 교원징계위원회에 징계의결 요구서를 제출했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보수와 진보 양 측의 신학단체 및 목회자, 신학자들의 갑론을박이 이어지며 논란이 확산됐다.

한국기독교교양학회 등 진보 측 신학단체들은 서울신대의 결정에 반박하는 성명서를 내고, 박 교수에 대한 징계를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한국기독교교양학회는 "박 교수의 창조에 관한 신학은 자연세계에 대한 현대과학의 다양한 해명들에 맞서 창의적이고 비판적으로 논쟁하면서 하늘과 땅의 창조자를 고백하는 기독교 창조교의의 핵심을 잘 드러내고 있다. 이것은 과학과 이성을 신앙의 영역에서 배제하려했던 과거 교회 역사 속의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창조적인 신학을 위한 노력"이라며 징계철회를 요구했다.

한국개혁신학회, 한국창조과학회 등 보수 측의 성명도 이어졌다. 한국개혁신학회는 4월 발표한 성명서에서 "유신진화론은 성경과 과학을 조화시키려는 시도 가운데 하나다. 유신진화론은 현대진화론을 진리로 받아들이면서 성경도 진리임을 주장하는 앞뒤가 맞지 않는 이론"이라며 "유신진화론은 하나님께서 이 세상이 진화되도록 창조하셨다고 주장하지만, 창조와 진화는 근본적으로 한 길을 갈 수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신대 측은 지난 4월 열린 기자회견에서 박 교수의 징계는 "교단의 신학적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한 조치"라며, △학문적 배타성 △자연진화를 하나님의 창조로 주장 △창세기 창조기사를 신화라는 자의적인 성경해석 △유신진화론 옹호 등 박 교수의 신학적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반면, 박 교수는 자신의 창조신학이 '교단의 신학적 정체성과 맞지 않는다'는 서울신대 측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박 교수는 지난 4월 연세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성결교회는 보수 복음주의나 근본주의, 문자주의를 배격하고, 웨슬리안 사중 복음에 기초해 건강하고 유연한 신학을 전개해 온 정통성 있는 교단이다. 특히 창조론과 관련해서 성결교회 목회자와 신학자는 한결같이 '성경은 과학책이 아님'을 밝히고 있다"고 입장을 전하고 징계철회를 요구한 바 있다.

한편, 서울신대 법인이사회가 교원징계위의 해임 결정을 공식적으로 승인하게 되면, 박영식 교수는 '교원소청심사' 등 구체적인 대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교원소청심사는 교원이 자신에게 불리하거나 부당하다고 생각되는 처분에 대해 구제를 요청하는 절차로, 학교로부터 받은 징계 등의 처분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제도다.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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