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에도 지혜의 빛 비추던 세계적 신학자"

"한국교회에도 지혜의 빛 비추던 세계적 신학자"

[ 특별기고 ] 몰트만(J. Moltmann) 교수님을 추모하며

김명용 원장
2024년 06월 10일(월) 09:33
온신학(Ohn Theology)을 독일 신학계에 알리면서, 온신학이 세계로 알려지는데 큰 도움을 주시고, 한국에서 몰트만 신학의 영향을 받은 온신학이 탄생해서 발전하는 것에 대해 크게 기뻐하시고, 보람을 느끼셨던 몰트만 교수님이 2024년 6월 3일 독일 튀빙엔(Tubingen)에서 향년 98세로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삼가 깊은 애도를 표합니다.

몰트만 교수님은 한국의 민주화에 큰 공헌을 하셨고, 20세기 후반 세계 도처에서 일어난 정의와 인종차별 철폐, 민주화 및 평화운동에 신학적으로, 사상적으로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영향을 미친 신학자입니다. 1989년 독일의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리고 동서냉전을 종식시킨 유럽의 평화운동의 사상적 최고 지도자는 몰트만 교수님이셨습니다. 세계를 생명과 평화의 세계로 만드셨던 위대한 스승이 세상을 떠나신 것은 너무나 가슴 아픈 일입니다. 오늘날 다시 불어오는 신냉전과 천체주의 국가들의 발흥을 볼 때, 더욱 아쉽고 슬픈 일입니다. 이제 우리는 누구에게 가서 세계의 생명과 평화의 길을 물어야 할까요?

몇 해 전 튀빙엔에서 제가 몰트만 교수님께 꼬이고 막히고 위험해진 한국의 평화 통일의 길에 대해 물었을 때, 몰트만 교수님의 답은 "기도하라(Beten)"였습니다. 지금도 그 순간이 생생히 떠오릅니다. 엄청나게 위험해진 동북 아시아의 평화의 길의 첫째는 기도라는 가르침이었습니다. 몰트만 교수님은 하나님 나라의 평화의 길을 말씀하기 이전에 먼저 기도를 언급하신 것이었습니다. 몰트만 교수님의 하나님 나라 사상은 장신대의 대학교육 이념(예수 그리스도의 복음 전파와 하나님 나라 구현) 제정에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리고 본 교단의 2003년 반포된 21세기 신앙고백서 제정에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몰트만 교수님의 신학사상이 본 교단과 장신대의 방향에 큰 빛을 비춘 것입니다.

몰트만 교수님은 세계의 신학을 바꾸고 세계를 변화시킨 신학자였습니다. 그는 20세기 후반부터 세상을 떠나신 날까지 세계 최고의 신학 스승이었습니다. 1964년 '희망의 신학(Theologie der Hoffnung)'을 출간하면서 개인주의적이고 실존주의적인 신학을 무너뜨리고, 역사책임적이고 하나님 나라를 세우는 신학의 중요성을 세계에 알렸습니다. '희망의 신학'은 7500만 명이나 죽은 제2차 세계대전의 비극을 배경으로 등장한 저술이었습니다. 몰트만 교수님은 3년 간의 전쟁포로 생활을 겪으며 역사 안에 존재하는 깊은 악을 발견했고, 하나님 나라의 평화가 역사 위에 강림해야 함을 절실히 깨달은 것이었습니다. WCC가 20세기 후반 세계교회의 과제로 정의(Justice), 평화(Peace), 창조 세계의 보전(Integrity of Creation)의 중요성을 선포했을 때, 그 배후에는 몰트만의 신학이 있었습니다.

몰트만의 신학은 민중신학과 한국의 민주화 운동에도 깊은 영향을 미쳤고, 한국의 순복음교회와 조용기 목사님이 개인주의적인 구원론에서 벗어나서 정의와 평화와 창조의 보전이라는 하나님 나라를 향한 신학에 가슴을 열게 하는데도 크게 영향을 미쳤습니다. 몰트만 교수님은 9명(김균진, 이성희, 김명용, 박종화, 배경식, 김도훈, 이신건, 유석성, 곽미숙)의 박사 학위 한국인 제자들을 길러내었을 뿐만 아니라, 이종성 박사, 박봉랑 박사, 안병무 박사, 서광선 박사 등 수많은 한국인 친구 신학자들이 있었고, 몰트만의 신학을 사랑하는 헤아릴 수 없는 수 많은 한국인 신학도를 만들어 낸 분으로, 최근 50년 간 한국교회와 신학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신학자입니다. 몰트만 교수님은 지난 50년 간 한국교회와 신학계에 너무나 큰 스승이었습니다.

몰트만 교수님은 민중신학자들의 민주화 운동에 대해서는 지원을 아끼지 아니 하셨지만, '민중이 예수다'와 같은 신학적 오류에 대해서는 정확히 지적하시며 한국 신학의 바른 길을 위한 빛을 비추어 주셨습니다. 몰트만 교수님은 세계를 구원하시는 분은 민중이 아니라 예수님이라는 것을 정확히 말씀하신 것입니다. 몰트만 교수님의 서거는 지난 50년 간 한국교회와 신학계의 큰 스승이 떠나시는 큰 아픔을 느끼게 합니다.

주님께서 몰트만 교수님의 수고를 기억해주시고 은혜 베푸시고, 이 땅에 남은 가족들에게도 은혜 베푸시길 기원합니다. 몰트만 교수님이 평생 봉직하신 튀빙엔 대학교와 독일교회 위에도, 그리고 몰트만 교수님이 사랑하셨던 한국교회와 신학계에도 주님의 은혜가 늘 함께 하시고, 신학의 바른 길을 걷게 되길 기원합니다. 몰트만 교수님은 죽음의 순간이 부활의 순간이라고 언급하시며 자신의 묘비에 출생일과 사망일을 쓰지 말고, 사망이라는 표현 대신 부활한 날로 적으라고 말씀했습니다. 우리는 몰트만 교수님이 이 땅을 떠나셨지만, 천국에서 부활하셔서 영광스런 몸을 갖고, 살아 계실 것으로 믿습니다.



김명용 목사 / 장신대 전총장·온신학아카데미 원장
'희망의 신학자' 위르겐 몰트만 별세    "성경과 전통 소중히 하며 세상을 변혁시키기 위해 헌신한 신학자" 평가, 세계교회 애도    |  2024.06.05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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