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비우고 웃는 집'...안동교회 한옥갤러리 '소허당'

'마음을 비우고 웃는 집'...안동교회 한옥갤러리 '소허당'

검소한 아름다움으로 지역사회에 예술 경험 마련해

남기은 기자 nam@pckworld.com
2024년 06월 10일(월) 08:38
펜드로잉 기획전이 열리고 있는 소허당.
서울 안국동 북촌마을 초입, 윤보선길 골목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단풍나무 아래 단아한 한옥 한 채가 나타난다.

서울노회 안동교회(황영태 목사 시무) 한옥별채 갤러리 '소허당'이다.

마당에 들어서서 아담한 장독대를 지나, 댓돌을 딛고 별채로 올라서면 옛 아름다움을 그대로 간직한 한옥에 현대적인 작품들이 조화를 이루는 독특한 공간에서의 경험이 시작된다.

'마음을 비우고 웃는 집'이라는 의미의 '소허당(笑虛堂)'은 안동교회가 사택으로 이용하던 한옥을 리모델링해 2003년 문화선교를 위한 공간으로 문을 열었다.

교인들에게 공모를 열어 이름을 짓고, 추사 김정희의 서체인 '추사체'에서 한 글자씩 따 현판을 내걸었다.

소허당은 다양한 방식의 문화선교를 시도하는 '사랑방' 같은 공간으로 마련됐다.

개원 초기에는 전통 소반과 다기에 우리나라 전통 간식과 차(茶)를 무료로 제공하며 담소를 나누는 사역을 시작했다. 지역 주민과 교회 앞을 지나는 이들을 우리 교회 울타리 안으로 초대해, 차 한 잔 대접하며 교회를 알리고자 하는 마음이었다. 주중에는 프랑스자수와 전통공예, 규방공예 등 문화강좌가 열리기도 했다.

펜드로잉 기획전이 열리고 있는 소허당 내부.
1909년 설립된 안동교회가 100주년을 맞을 즈음, 소허당은 본격적으로 더 많은 이들을 대상으로 문화사역을 확대하고자 갤러리로 탈바꿈했다.

2010년에 첫 전시를 열고, 최소한의 운영비만 받으며 젊은 작가들의 작품들을 소개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연 10회의 전시가 열리며 소허당에서 판매되는 작품료는 전액 작가들에게 돌아간다.

서울노회 안동교회 한옥별채 소허당.
소허당 전시를 총괄하는 이영순 권사는 "검이불루 화이불치(儉而不陋 華而不侈)라는 말처럼 소박하고 깨끗한 자연스러움으로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기독교적 가치를 전하는 공간이었으면 한다"며 "이곳을 통해 이웃이나 지역주민을 비롯해 안국동을 오가는 많은 이들이 기독교 울타리 안으로 들어오는 '열린 공간'을 지향한다"고 말했다.

지난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열린 연규혜 작가 개인전 <부모>.
소허당에서는 뛰어난 문화예술 작품과 작가들이 계속해서 소개되고 있다.

고즈넉한 한옥과 어울리는 우리나라 전통문화 작품들과 현대적이어서 더욱 멋진 조화를 이루는 전시들이 이어진다.

오는 16일까지 한국펜화연구회 펜드로잉 기획전 '펜으로 이어지다:4번째 이야기'가 열리며 21일부터 30일까지는 아크릴 회화로 빛을 그리는 박수진 작가의 개인전 '빛-바라보다'가 개최된다.

하반기에는 전통가구 전수자의 가구 전시, 민화를 현대적으로 각색한 팝아트전, 전통보자기 전시 등이 계획돼 있다.

전시가 없는 기간에는 '선교영어반'이 운영된다. 도심 속 서당같은 공간에서 성경을 영어로 공부하는 자리다.

이영순 권사는 "안동교회가 우리 선조들에게 선물처럼 이어받은 아름다운 공간을 잘 활용할 수 있는 문화선교의 방식이 무엇일까 늘 고민한다"며 "복음을 담백하게 전할 수 있는 선교사역이 계속되기를 바란다. 빠르고 화려한 시대적 변화 속에서 기독교 문화가 차분하게 굳건히 평형을 유지하며 다음세대로 잘 흘러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남기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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