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심각성 '공감'...실천력은 '부족'

기후위기 심각성 '공감'...실천력은 '부족'

제108회 환경선교정책협의회 개최...현실적이고 구체적인 해법 제시할 때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4년 06월 07일(금) 16:09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사회봉사부는 제108회 환경선교정책의협의회를 개최하고 환경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한국교회의 역할을 모색했다.
교회는 기후 위기의 심각성에 적극적으로 공감하고 불안감을 느끼지만,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실질적인 고민과 실천에 있어서는 다소 소극적이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지역 교회가 환경과 관련한 목회 정책을 점검하고 수립하기에는 여전히 '대처 방안'이 구체적이지 않은데다 이러한 변화를 이끌고 나아갈 노회가 환경 이슈를 후순위로 미루면서 핵심 정책 의제로 다루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지난 4일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사회봉사부(부장:박귀환)가 개최한 제108회 환경선교정책의협의회에서 '기후 위기 시대 노회는 무엇을 해야 하나'를 주제로 발제한 박상훈 목사(안양노회 생태정의위원회·산본중앙교회 시무)는 "기후 위기 시대에 생태 영성의 중요성은 두말할 필요 없이 분명하게 인식하고 있지만 교회 현장에서의 실천은 아주 미미하다"고 보고 "노회 대부분이 생태 문제를 중요 의제로 취급하지 않기 때문에 현안에서 밀려나 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노회내에 환경과 기후위기를 다루는 부서나 위원회가 존재하지 않거나, 조직이 됐어도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는 상황을 지적하고 안양노회의 사례를 발표했다. 안양노회의 경우 총회 지시에 따라 부서 조직만 갖춰져 있을 뿐 활동은 거의 없었다. 박 목사에 따르면 위원은 전문성을 갖춘 사람보다 순번에 따라 정해져 돌아가고, 예산도 최소금액이 책정됐지만 그마저도 사용하지 않고 해마다 그대로 반납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후 위기에 관심을 가진 몇몇 목회자들이 모여 기후 위기 문제에 대해 강하게 발언하기 시작했고, 지교회 목회자들이 환경의 변화를 체감할 수 있도록 △환경주일연합예배 △생태탐방 △ 녹색교회 가입 독려 △지교회 내 환경부서 조직 권유 등의 활동을 시작했다. 현재 안양노회의 경우 생태정의위원회가 활성화되면서 교회 자체적으로 환경위원회를 조직하고 목회 방향을 녹색교회로 전환하는 교회가 조금씩 증가하는 추세다.

총회는 지난 2022년 제107회 총회에서 기후위기대응지침 총회정책문서를 채택하고 노회지침 사항으로 각 노회가 기후전문위원회를 구성해 노회 맞춤형 기후위기 대응으로 기후 문제 해결에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이날 정책협의회에 참석한 20여 개 노회 중 기후위기전문위원회가 조직된 노회는 안양·경기·순천남노회에 불과해 실제로 총회 지침사항이 현장에서 활성화되지는 못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노회도 사정은 있다. 총회의 기구개혁 정책에 따라 노회내 위원회의 통폐합이 추진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위원회를 신설하는 방침이 총회 정책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서울동북노회의 한 목회자는 "노회에서 환경 관련 위원회가 조직되고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일정 부분 총회의 강제성이 부여되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포항노회 관계자도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고, 노회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싶지만 현장에서 추진되기에는 동력이 부족하다"면서 "몇몇 목회자들만 관심을 갖고 시작하기에는 부담과 책임이 크다"고 토로했다.

총회는 그동안 지역의 3개 노회가 연합해서 기후 관련 포럼이나 세미나를 진행할 경우 강사와 재정 등을 지원하며 다양한 관심을 쏟았지만 실제로 현장에서는 연대와 협력 자체가 쉽지 않은 만큼 보다 실제적인 해법 마련이 필요하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아울러 총회 정책이 지나치게 신학적이고 이론적인 측면이 강조돼 현장에서 괴리가 크다는 의견도 공감을 샀다. 청도에서 농사를 짓는 농부라고 소개한 대구노회의 한 장로는 "환경 기후 문제를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총회 정책은 너무 '하늘'에만 치중되어 있다"면서 "지금 이 땅이 오염되는 이유는 화학비료와 농약, 살균제로 인한 것들인데 농민들이 선호하지 않아도 여의치 않을 때가 있다. 기상 이변으로 농민들의 생활은 더 어려워지고 농약 사용은 늘어날 수 밖에 없는 현실에서 땅을 보고 땅을 파서 사는 사람들에게도 구체적인 관심을 갖고 대안을 제시해달라"는 요청이었다.

한편 이날 환경선교정책협의회에서는 배현주 교수(세계교회협의회)와 최광선 목사(덕신교회)가 기후위기시대 교회의 사회적 책임과 목회적 책임을 주제로 각각 강연했으며, 이어 박상훈 목사(안양노회)와 안홍택 목사(고기교회), 백영기 목사(쌍샘자연교회)가 기후위기시대 노회와 교회의 선교적인 역할에 대해 발제했다.
최은숙 기자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