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만 해야지 하다가 2시간 훌쩍 … '숏폼지옥'

5분만 해야지 하다가 2시간 훌쩍 … '숏폼지옥'

중독성 강한 숏폼 콘텐츠, '정신 건강에 악영향'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4년 05월 28일(화) 15:32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숏폼 콘텐츠가 큰 인기를 끌면서 '숏폼 중독'이 현대인들의 일상생활을 무섭게 파고들고 있다.
"설마 나도 도파민 중독일까?"

직장인 A씨는 매일 밤마다 '유튜브 쇼츠'를 보다가 밤을 새는 게 일이다. "자기 전에 항상 쇼츠를 보는데, 생각 없이 보다 보면 1~2시간은 기본"이라는 A씨는 "쓸데없이 시간만 낭비하는 것을 알면서도 끊어 내지를 못하겠다"고 하소연 한다.

비단 A씨 만의 고민은 아니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에 "쇼츠 중독 무섭다" "나도 내가 왜 보고 있는지 모르겠다" "잠깐 봐야지 했는데 벌써 새벽 2시" "돈 내고서라도 쇼츠 끊고 싶다" "쇼츠의 유혹에서 벗어나는 방법 공유" 등의 내용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쇼츠 지옥의 시대 … 도파밍의 대표적인 사례로 부각

그야말로 '쇼츠 지옥'의 시대다. '쇼츠 지옥'이란 쇼츠나 틱톡 등 숏폼 영상을 보는 게 중독적 습관이 되어 일상에 지장을 줄 정도에 이른 상태를 말한다.

숏폼은 유튜브의 쇼츠와 인스타그램의 릴스 등에서 보는 1분짜리 짧은 영상으로, 최근 디지털 기기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삶의 필수 요소로 자리 잡으면서 '숏폼 중독'현상이 현대인들의 일상생활을 무섭게 파고들고 있다.

지난해 8월 앱 분석서비스 와이즈앱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숏폼 비디오 플랫폼(틱톡, 유튜브 쇼츠, 인스타그램 릴스) 이용 시간이 국내 OTT서비스 플랫폼(넷플릭스, 티빙, 웨이브, 쿠팡플레이, 디즈니플러스, 왓챠 등) 이용 시간보다 5배나 더 높았다.

숏폼 콘텐츠는 내용과 결론이 함축적으로 요약되어 있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고 빠르게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문제는 고강도의 자극을 반복적으로 주기 때문에 알코올이나 니코틴, 마약 등과 같은 중독과 유사한 양상을 보인다는 데 있다.

문화선교연구원 임주은 목사는 "숏폼은 별다른 생각없이 큰 노력을 들이지 않고 그저 엄지 손가락만 슥슥 내리면 짧은 시간만에 우리에게 강렬한 도파민을 선사한다"면서 "15초에서 1분 이내의 짧은 영상들은 호흡이 긴 영상들에 비해 더 큰 자극을 주기 때문에 도파민 중독의 원인이 된다"고 지적했다.

'트렌드 코리아 2024'는 올해 10대 소비 트렌드 키워드 중 하나로 '도파밍'을 꼽았다. '도파밍'은 즐거움을 느낄 때 분비되는 물질 '도파민'과 수집한다는 뜻의 '파밍(farming)'의 합성어로, 도파민을 쫓아 강렬한 재미와 즐거움만을 추구하는 사회 현상을 뜻한다.



#도파밍 중독 '뇌기능저하' … 현대인의 정신건강에 영향 커

도파밍의 대표적인 사례가 숏폼 시청이다. 전문가들은 장시간 숏폼 콘텐츠에 노출될 경우 뇌의 정상적인 발달·기능에 영향을 미쳐 우울증, 불안, ADHD 등 정신건강이 악화될 위험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 5월 18일 한국목회상담협회(회장:정푸름)가 개최한 학술대회에서 이주형 교수(연세대 기독교영성)는 파킨슨과 알츠하이머 연구 권위자인 수전 그린필드(Susan Greenfield) 박사를 인용하며 "도파밍이 다음세대의 정신적·심리적 병리현상을 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도파밍이 야기하는 병리현상으로 △의사소통 기능 발달 저해와 대인 공감능력 약화 △타인 의존적 방식의 개인 정체성 형성 △공격적 성향과 집중력 감소 △깊이 있는 지식과 이해의 축소 등을 꼽았다.

도파밍 현상에 교회의 관심이 요구되는 것은 현대인들, 특히 젊은 세대의 정신건강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고 한편으로는 과도한 경쟁·스트레스가 만연한 우리 사회의 아픔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정신과 전문의 김성진 진료부장(덕계성심병원)은 "도파밍 현상이 과도한 경쟁 사회인 우리 사회의 현실을 반영한 결과"라고 분석하고 "결국 도파밍은 현대 사회의 경쟁 체제 속 받는 스트레스를 쾌락을 통해 어떻게든 회피해보려는 문화"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단순히 재미만을 쫓아서 중독에 빠지는 것이 아니다. 그 심리적 기저에는 과도한 경쟁관계에 피로감을 느낀 이들이 소속감을 갖고 싶어 하고, 사람들에게 관심과 인정을 받고 싶어 하는 심리가 내재되어 있다"는 김 부장은 "이 도파밍이란 현상은 오늘날 건강한 관계·공동체성이 사라져버린 슬픈 현실을 나타내는 것으로 공동체적인 관계의 회복이 해결의 열쇠"라고 설명했다.



#교회는 비난보다 이해하는 태도로 접근

그렇다고 교회가 함부로 이들을 단죄하거나 정죄해서는 안된다. 이상억 교수(장신대)는 "도파밍을 단순히 치료하고 제거해야 할 증상으로 이해하는 것은 단편적 접근"이라며 "도파밍을 경험하고 있는 이들에 대한 빠른 진단과 처방, 그리고 현상 타개 혹은 증상 해소를 위한 효과적인 방법론을 찾고자 하는 조급한 마음에서 떠나서 그 사람에 대한 깊은 실존적 깨달음을 가지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인간은 태어나면서 행복을 지향하는 존재이기에 어찌보면 도파밍에 경도되어 살아갈 수밖에 없는 존재"라는 이 교수는 "그럼에도 성경은 참된 행복이란 '하나님과 함께할 때 가능하다'고 증언하고 있기 때문에 도파밍에 빠진 이들이 그 취약성과 한계를 가지고 하나님 앞에 투명하고 진솔한 모습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연결고리가 되어주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숏폼 콘텐츠에 대한 무조건적인 비난과 배제보다는 교회가 새로운 미디어 시청방식에 관심을 갖고 생태계와 시스템을 이해하는 태도도 필요하다는 주장도 공감을 얻고 있다.

임주은 목사는 "청소년 및 청년세대가 어떤 방식으로 숏폼을 소비하고 있는지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면서 "진솔한 숏폼 콘텐츠를 제작해 공감과 소통 위로의 장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들어 숏폼으로 자연스럽게 젊은 세대에게 복음을 전하는 채널이 증가하고 있다"는 임 목사는 "짧고 강렬하게 관심을 끌면서 하루 1분씩 중요한 성경적 가치가 담긴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장점을 활용할 수 있다"면서 "교회가 숏폼 콘텐츠의 명과 암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말씀을 전하고 공감하고, 소통하며 위로 할 수 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최은숙 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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