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박사가 준 교훈

동방박사가 준 교훈

[ 논설위원칼럼 ]

최흥진 총장
2023년 12월 04일(월) 13:06
아마도 예수님의 탄생과 관련하여 가장 기억나는 인물 중 하나는 동방의 박사들(Magi)일 것이다. 성서에 기록된 동방에서 온 박사들의 이야기가 오늘 우리에게 주는 가르침은 무엇일까?

예수님의 탄생 소식을 접한 박사들이 먼 동방으로부터 별을 보고 아기 예수를 찾아왔다. 이 동방박사들은 누구일까? 예루살렘에 온 동방 박사들은 헤롯왕을 만나서, "유대인의 왕으로 나신 이가 어디 계시냐?"고 물었다. 우리는 이 질문을 통해 아마도 그들이 이방인이었으리라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다. 물론 그들이 어디서 왔는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초대 교부들은 메데, 바사 또는 바벨론으로부터 왔을 것으로 추정하였다. 또한, 헤롯왕을 직접 찾아간 것을 보면 아마도 사회적으로 신분이 높은 이들이었을 것이며 어쩌면 헤롯왕과 친분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본다. 일부 학자들은 이 박사들을 제사장이거나 선지자라 해석하곤 한다. 다른 학자들은 동방박사들이 별을 보고 아기 예수를 찾아왔다는 구절에 근거하여 점성가 즉, 천문을 연구하여 세상의 운세를 점치는 지혜자라고 추정하기도 한다. 흔히 우리는 동방박사를 세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성서는 그들의 수를 언급하지 않는다. 그들이 가져온 황금, 유향, 몰약이라는 3가지 선물 때문에 세 사람이라고 생각해 온 것이다. 또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주후 6세기경부터 이들의 이름이 언급되는데, 박사 중에 수염이 없는 젊은이는 카스파르, 수염을 기른 백발의 노인은 멜기오르, 흑인인 한 사람은 발타자르라는 것이다.

헤롯왕을 찾아간 동방박사들은 그를 통해 예수님이 나신 곳에 관한 정보를 얻고자 하였다. 그러나 생각해 보자. 박사들이 예루살렘까지 온 것은 하늘의 별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리스도가 나신 곳을 알려 주기 위해 하나님께서 자신들에게 별을 보내신 것으로 믿었다. 오직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따라 별을 보고 먼 동방에서 예루살렘으로 찾아온 것이다. 그러나 그들이 예루살렘에 다다르자 자신들을 인도하던 별이 갑자기 사라졌다. 자신들이 따라왔던 별이 없어졌으면 당연히 하나님이 별을 다시 보여 주실 때까지 기다려야 했을 것이다. 그런데 예루살렘에 도착한 그들은 생각이 바뀌었다. 아무런 의지할 것이 없었던 광야에서는 오직 별을 보며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따랐다. 그러나 이제 자신들이 의지할 데가 있는 곳에 오니 자신들의 인맥을 활용해서, 자신들의 힘과 의지로 메시아가 나신 곳을 찾으려는 생각을 가졌던 것이다. 다시 말하려, 하나님이 아니라 세상의 왕의 힘을 빌려서 자신들의 뜻을 이루고자 한 것이다.

아기 예수께 경배하기 위해 인맥에 의지하여 헤롯 왕을 찾아간 일의 결과는 어떻게 되었는가? 그들은 예수님이 탄생한 곳을 알아내지 못했다. 아기 예수께 경배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예수님을 죽음의 위협으로 몰아넣었다. 헤롯왕은 아기를 찾거든 죽이라는 영을 내렸다. "그들이 떠난 후에 주의 사자가 요셉에게 현몽하여 이르되 헤롯이 아기를 찾아 죽이려 하니 일어나 아기와 그의 어머니를 데리고 애굽으로 피하여 내가 네게 이르기까지 거기 있으라 하시니"(마2:13). 주의 사자가 꿈에 나타나 아기 예수를 죽이려 하니 애굽으로 피신하라고 알려준다. 동방 박사들이 헤롯 왕을 찾아갔기 때문에 예수님이 죽임을 당할 위험에 처한 것이다.

예수님의 부모는 갓난아기를 안고 그 힘들고 험한 광야로 나아가야 했다. 낯선 이국땅, 아무도 도와줄 사람이 없는 애굽으로 피난 가야 했으며, 거기서 헤롯이 죽기까지 숨어 지내야만 했다. 비극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헤롯은 베들레헴과 그 모든 지경 안에 있는 사내아이를 박사들에게 자세히 알아본 그때를 기준으로 하여 두 살부터 그 아래로 다 죽였다. 학자들은 당시 상황에 미루어 짐작할 때에, 최소 20~30명 이상의 아이들이 죽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동방의 박사들이 헤롯을 찾아갔기 때문에 예수님은 애굽으로 피신해야 했고, 아무런 잘못이 없는 그 지역의 갓난아이들이 모두 죽게 된 것이다. 자신의 자식이 죽임을 당하는 현실에 그 부모들과 가족들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그 아이들이 무슨 잘못이 있는가? 차라리 동방의 박사들이 아기 예수를 찾아가지 않았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예수님도 어려움을 당하지 않고 아이들도 죽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동방 박사들은 선한 의도로 예수님을 찾아갔지만, 그들의 한순간의 잘못된 판단과 선택이 많은 사람에게 엄청난 불행을 가져온 것이다.

성서는 이 사건을 통해 우리에게 하나님을 의지해야 할 사람이 하나님이 아닌 다른 것을 의지하게 되면 커다란 어려움에 직면하게 됨을 말씀하신다. 예수님이 믿는 우리가 예수님이 아닌 다른 것에 마음을 두면, 우리 자신만이 아니라 우리 주위에 많은 사람까지도 이 같은 엄청난 불행을 겪게 된다는 사실을 가르쳐 주고 있다. 오늘의 우리 사회가 어려움을 겪는 것은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잘못된 신앙의 태도 때문이 아닌가? 혹자는 이때의 일을 이같이 표현한다. 하늘의 계시를 따르는 곳에는 구주를 만나고 인간의 추리를 의지하는 곳에는 불의의 참변이 온다.

우리는 동방박사와 같은 실수를 범해서는 안 된다는 성경의 가르침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특히 교회의 지도자들, 사회에 영향력이 있는 그리스도인들의 태도는 참으로 중요하다. 대림절을 보내면서 성서가 우리에게 준 동방박사의 교훈을 기억하고 끝까지 주님만을 의지하는 신앙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결단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것이 한국교회를 향하신 우리 주님의 기대와 소망이 아닐까?



최흥진 총장 / 호남신학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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