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나도의 계절

섬나도의 계절

[ 논설위원칼럼 ]

장승권 목사
2023년 11월 27일(월) 14:43
고교 시절 시골에서 도시로 나가 자취를 하며 공부하였다. 그렇게 시골에서 도시로 유학 온 몇몇이 생일도 챙겨 주는 등 친하게 지냈다. 아쉽게도 필자의 생일은 겨울 방학 중이어서 한 번도 생일 케이크를 받지 못했다. 친구의 생일날 케이크 하나를 놓고 으레껏 부르는 생일 축하 노래를 불렀다. 그리고 2절은 이렇게 불렀다. "왜 태어났니? 왜 태어났니?"

우리는 그 노래를 듣는 친구의 당황한 얼굴을 보며 키득키득 웃곤 했다. 돌이켜 보면 그때 부른 '왜 태어났니?'라는 노래는 오늘 내가 살아가는 가장 중요한 질문과 이유가 됐다. 2024년 대림절 기간이다. 이 시대 누가 성탄절을 기다릴까? 모든 그리스도인들일까? 비그리스도인들도 기다릴까? 그리스도인의 기다림은 의무 때문인가? 아니면 기쁨인가?

어린 시절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마음은 온통 설렘으로 가득했다. 크리스마스 이브(Eve)를 준비하기 위하여 예배당에 옹기종기 모여 찬양과 율동과 어설픈 연극을 준비하는 것은 기쁨이었고 행복이었다. 3세기 유럽에서는 하루의 기준을 전날의 일몰부터 다음날의 일몰까지로 여겼기 때문에 크리스마스 이브는 곧 크리스마스의 시작 시간으로 여겼다. 그래서 성탄절 대표 찬송가인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크리스마스 이브에 불렀다.

사실 그때는 이브(Eve)가 'Evening(저녁)'의 줄임말인 줄도 몰랐다. 그런데 그런 의미를 몰랐으면 어떤가? 어린 시절 대림절 기간은 온통 '기쁨'과 '설렘'으로 가득 찬 시간이었지 않았는가? 그러나 지금은 성탄에 대한 의미를 너무도 잘 알지만 그 기쁨과 설렘이 내 안에 있는지 물어보지 않을 수 없다.

어느새 성탄절이 '휴무일(holiday)'로 변질되었다. 성탄절이 '기독교인만을 위한 날'이라는 편견(?)을 지우고 'holyday'로 통칭한다. 그래서 북미권에서는 'Christmas and holiday season'이라고 한다.'Christmas에서 Holyday로 그리고 다시 Holiday로 변질되었다. Holyday든지 아니면 Holiday 든지 그 안에 예수 그리스도는 찾기 힘들다. 아마 대다수의 언론의 성탄 메시지에는 성탄의 기쁨과 설렘, 감사와 경배에는 관심이 없고 교회가 사회적 약자와 가난한 자, 소외된 자에게 더 많은 관심과 돌봄이 있어야 한다는 훈계(?)를 듣게 될 것이다. 물론 이들을 향한 그리스도인의 사회적 책임이 있다.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막1:45). 예수님께서 우리를 섬기러 오셨듯이 구원받은 성도로서 저들을 '섬나도(섬김,나눔,도움)' 하는 것은 마땅한 일이다. 그런데 이러한 섬나도를 실천하기 전에 먼저 해야 할 우선순위가 있다. 그것은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을 기뻐하고, 경배하는 것이다. 사회적 책임(Social Responsibility)를 말하기 전에 먼저 메시아의 오심을 기뻐하고 경배해야 한다. 그것이 크리스마스이다.

메시아 탄생을 전한 천사도 동방박사들도 목자들도 먼저 아기 예수의 오심을 기뻐하고 경배를 드렸다. 그러므로 성탄의 기쁨도 설렘도 없이, 성탄절에 예배드림도 없이 그저 성탄의 의미와 책임을 논하는 것은 허탄한 일이다. 나아가 성탄의 기쁨과 은총은 어떤 특정인들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분쟁, 폭력, 기근, 홍수, 지진, 가난, 전쟁, 환경오염등으로 인한 아픈 소식이 끊임없이 들려 오고 있다. 세계 모든 나라 모든 백성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 샬롬의 주인되신 예수님이 필요하다. 그러므로 평화의 왕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를 전하고 그 주님의 '샬롬'을 선포하며 전하고, 그들 가운데 샬롬이 임하기를 기도하자!

비록 삶이 풍랑이는 갈릴리 선상 위 같을지라도 주님이 제자들과 함께 계셨듯이 우리와 함께 동행하심을 잊지 말자! 삶의 호흡을 다시 가다듬고 2024년 대림절을 맞이함을 기뻐하고 경배하자! 그리고 내 주변의 모든 이웃을 향하여 섬나도(섬김, 나눔, 도움)의 삶을 살아보자!

대림절! 그리스도의 계절이다. 대림절! 그리스도인들에게 섬나도의 계절이다.

장승권 목사 / 청주서남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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