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빚, 찬양으로 갚다

사랑의 빚, 찬양으로 갚다

[ 땅끝편지 ] 독일 허승우 선교사 <5>

허승우 목사
2023년 02월 07일(화) 08:11
뉘른베르크 야곱 교회에서 세라핌찬양대가 북한동포 돕기 자선음악회를 갖는 모습.(2011년)
2022년 11월 베쩰공동체를 방문하여 '작은음악회'을 열고 어르신들을 위로했다.
베쩰공동체에서 테너 오의영 형제가 찬양을 드리는 모습.
우리 교회는 독일교회에게 사랑에 빚을 진 교회이다. 독일교회는 1960년 대 말 독일에 와 있던 광산노동자들과 간호사들을 위하여 한국인 목사님들을 청빙하여 '영적인 돌봄(Seelsorge)'을 하도록 하였다. 독일개신교회(EKD)는 한국의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에게 독일에 있는 성도들을 위하여 목회하실 분들을 보내 주길 요청하였고, 그렇게 중부의 루어 광산지역(Ruhrgebiet)과 프랑크푸르트 지역, 베를린 지역, 함부르크 지역, 남부 지방에 한국 목사님들이 오시게 되었다. 독일 교회는 광산노동자들과 간호사들을 자기 나라를 위하여 헌신하는 손님으로 생각하였고, 그들의 영적인 필요를 기꺼이 채워주고자 하였다. 이 말의 의미는 독일교회에서 독일에 와 있는 한국 성도들을 위하여 독일 온 한국 목사들의 모든 생활비를 책임져 주었다는 것이다. 한국 목사들이 오직 목회에만 전념 할 수 있도록 독일어 교육과 정착할 수 있는 주거지, 경력에 맞는 사례비와 교통비를 책정하여 5년 동안 지원해 주었다. 놀라운 일이다. 독일교회의 영적인 성숙을 보여 주는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우리 교회는 독일교회의 청빙으로 1976년에 첫 목사가 왔고, 이 전통은 2002년까지 지속되었다. 바덴-뷔르템주의 남부지방한인교회는 더 발전하여 6대 담임 김태준 목사(현재 부산 거성교회 시무)가 열심히 사역하여 큰 부흥을 이루어 뷔르템베르크 주교회의 회원교회(Teilgemeinde)가 되었다. 반면에 우리 교회는 2002년에 독일교회의 지원으로부터 완전히 자립하였다.

독일이 이민의 나라는 아니다. 물론 미국 다음으로 이민자들의 수가 많은 나라이기는 하다(인구 8000만 명 가운데 1000만 명이 이민자). 특히 우리 한인들은 독일에 정착하기를 원하지 않는 것 같았다. 독일인과 결혼하여 사는 사람을 제외하고 독일이 좋아 이민 오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회사일로 오는 사람들도 오래 다니지 못하고 다시 이직하였다. 아마도 독일이 너무 재미가 없어서 그럴 것이다.

독일은 너무 차분하다. 정적이다. 독일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사회보장이 잘 되어 있는 나라이다. 독일의 이 시스템에 들어가 있으면 안전하고 편안하다. 그러나 이 시스템 안에 들어가지 못하거나 이탈하면 너무 불편하고, 살 수가 없다. 동적인 우리 한국인들에게는 평생을 독일에서 살도록 독일어와 독일문화에 통합되는 것도 쉽지가 않다. 어느 2세 한인 독일목사는 아직도 한국교회가 열심인 것에 놀랐다고 했다. 그는 광산노동자들과 간호사 성도들이 은퇴하면 한국교회가 소멸할 줄 알았다고 했다. 그런데 유학생들이 계속 오고, 독일 회사에 취직해서 오고, 음대를 마치고 70여 개의 독일 오페라 극장(Theater)의 솔리스트로, 합창 및 오케스트라 단원으로 수 백명이 취직을 하고, 한국 회사들이 계속 머물고 있다. 이들 가운데 많은 분들이 교회 성도들이다.

외국생활을 하는 성도들은 하나님 은총 안에서 믿음을 잃지 않고 자기 목적을 잘 이루는 것만도 감사할 뿐이다. 그러나 그렇게만 산다면 성도로서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래서 우리 교회에게 하나님께서 주신 은사로 독일 교회와 동역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를 생각했다. 그것은 찬양이었다. 우리 교회에는 한국에서 음대를 마치고 석사 과정을 공부하는 학생들과 음대를 마치고 뉘른베르크 오페라극장에서 일하고 있는 성도들이 있었다. 예배 때에 찬양대는 모두 음악전공자들로 구성되었다.

찬양대의 찬양을 처음 들은 방문 성도들은 모두 놀라 감동한다. 독일교회와 연합으로 예배를 드릴 때에 어떤 성도들은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박수를 치며 감탄을 하기도 한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우리 교회는 찬양을 잘하는 교회로 소문이 났고, 하나님께서 주신 이 은사로 12월 대강절 토요일에 자선음악회를 하였다. 찬양대는 열심히 준비하였고, 전문가들답게 의상과 곡과 연주자들은 최고의 수준을 보여주었다. 지역의 독일 성도들을 초대하였고, 참석자들이 드리는 헌금은 북한의 어린이들을 위해 사용하기로 하였다. 되돌아보니 13년 동안 자선음악회를 하였다. 6년 전부터는 북한에 도움을 주는 일들이 금지되어 현재 자선음악회는 중단하였다. 코로나로 다시 시작하는 것이 어려운 가운데 있지만 다시 연주회가 있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우리 지역에서 50Km 떨어진 산 속 깊은 곳에 있는 100년의 역사를 가진 베쩰(Bethsehel, 하나님을 바라보는 집-필자 해석)이라는 자급자족하는 기독교 신앙공동체가 있다. 현재 이 공동체는 지역 노인분들도 섬기고 있다. 공동체와 어르신들을 위해 '작은 음악회'를 가진 지도 17년이 되었다. 2022년 11월에 다시 방문하여 음악회를 통하여 큰 위로와 기쁨의 시간이 되어 너무 감사했다.

우리 교회는 독일 교회에게 사랑의 빚을 진 교회이다. 우리 교회는 이 사랑을 갚을 길 없는 연약한 이민 교회이지만,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은총이 있으니 또 함께 나눌 수 있어 감사할 뿐이다.



허승우 목사 / 총회 파송 독일 선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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