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 문화의 거듭남이 절실하다

목회 문화의 거듭남이 절실하다

[ 주간논단 ]

천사무엘 교수
2024년 04월 30일(화) 08:00
AI시대를 맞아 기업들의 인재 쟁탈전이 치열하다. 세계적인 기업들이 인재를 빨아들이면서 국내 최고 기업의 연구 엘리트들도 해외로 빠져나가고 있다. 그들의 기술은 해당 기업뿐만 아니라 나라의 미래와 연관되어 있기에 이 문제는 심각하다. 해외 영입 인재로 들어와 고위직 임원으로 대우받은 이들이 다시 해외로 떠나는 이유는 무엇인가? '강고한 위계질서'와 '인맥 정치'라는 기업문화가 주요인이라고 한다. 나이로 위계질서를 따지면서 상관을 모시는 피라미드식 조직체계와 인맥끼리 서로 끌어주는 사내 정치가 인재들을 빠져나가게 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인재들이 아무리 훌륭한 연구 성과를 내더라도 이를 인정받아 제품에 반영하기는 쉽지 않다. 해외에서는 탐내는 기술자지만 국내에서는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마누라 빼고 다 바꾸라"는 혁신으로 세계 일류 기업을 일궈냈던 한 CEO의 리더십이 오늘날 우리 기업문화에서 많이 사라진 것 같아 안타깝다.

세계적인 해외기업들의 문화는 어떨까? 기업체마다 특징이 있어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지만, 그 실례는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최고경영자가 신입 인턴들을 집으로 초대해 식사하면서 대화를 나누고 집을 구경 시켜준다. 말단 직원이 최고경영자에게 이메일을 보내 의견을 제시하면, 직접 읽고 답장을 보낸다. 인종과 지역, 학력, 성별을 초월하여 최고의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서 오랫 동안 수많은 인터뷰를 통해 능력을 평가한다. 개인 간의 경쟁이 아니라 함께 일하고 함께 성장하는 기업문화를 소중히 여겨, 동료와 팀을 어떻게 도왔는지를 중요하게 평가한다. 개개인이 최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그들을 믿고 자율적으로 일할 수 있게 한다. 이들은 왜 이러한 기업문화를 만들까? 그렇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기 때문이다. 혁신, 즉 묵은 풍속 관습 조직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꾸고 계속해서 변하지 않고는 생존 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국교회의 목회 문화도 한국의 기업문화와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피라미드식 위계질서, 인맥 정치, 창의적인 인재들이 인정받기 어려운 환경 등은 목회 현장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 전도사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 실태조사에서 사역의 애로사항으로 '업무량에 비해 너무 적은 사례비' 바로 다음으로 '담임목사나 교육목사의 권위주의적 태도'가 꼽혔다. '강고한 위계질서'가 젊은 목회자들의 의욕을 꺾고 목회 현장을 떠나게 한다는 것이다. 이들을 바라보는 담임목사들이 전도사들의 사명감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이들 두 그룹 간의 사고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한국교회의 부흥과 성장에 이바지한 원로 목회자들은 피라미드식 조직문화로 목회현장을 이끌었고 부목사들은 교구를 관리하면서 이를 배웠다. 당시 한국 사회는 권위주의적이어서 윗사람을 공경하고 따르는 문화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그러나 이제 시대가 변하여 MZ세대 목회자나 교인들은 이러한 문화에 익숙하지 않아 변화가 필요하다.

우리에게 복음을 전해 준 미국장로교회는 이러한 변화를 반영해 일찍이 교회법과 목회 문화를 바꿨다. 부목사도 위임목사로 인정해주어, 후배가 그 교회를 담임해도 선배가 부목사로 사역할 수 있게 했다. 장로와 안수집사는 3년 임기로 선출해 재임할 수 있지만 안식년인 7년째는 쉬게 했다. 청년들도 당회원이 되어 교회 운영에 참여할 수 있고, 40대 젊은 평신도가 총회장이 되기도 한다. 수직적인 리더십에서 수평적인 리더십으로, 피라미드식 조직문화에서 평등과 협동의 공동체 문화로 바꾼 것이다. 한국교회 목회자들에게는 낯선 모습이지만, 더 늦기 전에 교회의 법과 제도를 혁신하여 시대의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복음은 자기를 버리고 주님을 따를 때 십자가와 부활의 능력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한다. 목회문화의 거듭남이 절실하다.



천사무엘 교수/한남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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