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성도 57%, 총대는 2%, 쿼터제 도입 시급

여성 성도 57%, 총대는 2%, 쿼터제 도입 시급

[ 연중기획ESG ] 새롭게이롭게-G(6) 여성 쿼터제

최샘찬 기자 chan@pckworld.com
2022년 06월 21일(화) 10:18
2021년 9월 제106회 총회가 열린 한소망교회 앞에서 여전도회 관련 입장을 전달하기 위해 침묵 시위를 진행하는 모습. / 한국기독공보 DB
교인 다수 여성이나, 대부분 의결기구는 남성 중심
쿼터제·활당제 의무화는 세계적 사회적 추세
개교회에서부터 여장로 적극 선출돼야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전체교인 수 239만 2919명. 이중 여성 교인은 137만 4838명으로, 전체의 '57.45%'를 차지한다. 2020년 12월 31일 기준으로 작성된 이 통계는 2021년 9월 제106회 총회에 보고됐다. 9341개 교회를 아우르는 교단의 정책을 결정하는 총회에 참여한 1500명의 총대 중 여성은 단 34명, '2.27%'에 그쳤다.

교인 전체의 57%를 넘게 차지하지만, 대표자로 100명중 3명도 안되는 여성만을 파송할 수밖에 없는 구조가 아이러니하다. 올해부터 ESG 기획을 시작한 본보는 'G'(Governance)를 통해 교회가 지속가능한 조직이 되도록 건강하고 투명한 '의사결정구조'를 제안하고 있다. 이번 기획은 특히 '여성'의 목소리가 반영되기 위한 제도적 뒷받침, '쿼터제'에 초점을 맞췄다.

쿼터제(quota制)란, 수입이나 생산 고용 등에 대해 수나 양을 제한하거나 할당하는 제도로, 이를 적용해 소외되거나 배제된 사람들의 발언권을 보장하는 제도이다. 장년 중심, 남성 중심의 의결구조를 가진 교회도 청년과 여성을 의사결정에 참여시켜 보다 건강한 공동체를 이루기 위해 쿼터제 도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이어져왔다.

이미 세계교회에선 쿼터제가 당연하게 자리잡았다. 세계교회협의회(WCC)와 아시아기독교협의회(CCA)가 여성 50%, 청년 25% 수준의 총대 할당제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장로교회(PCUSA) 2020년 제224차 총회에선 투표권이 있는 목사 장로 대의원(총대) 중, 여성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제106회 총회 석상에서 발언한 여전도회전국연합회 김미순 직전회장. / 한국기독공보 DB
국내 타교단에서도 할당제는 보편화되고 있다. 기독교대한감리회는 이미 7년 전 2016년 1월 임시 입법회의에서, 연회·총회·입법의회의 성별·세대별 15% 할당제 의무화를 도입했다. 할당제를 통해 2015년 18명에 불과했던 여성총대가 2018년엔 167명(선출직 총대의 15.5%)으로 증가했다. 또 장로가 아닌 권사들도 총대로서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다.

한국기독교장로회는 여성 총대 참여를 높이기 위해 2011년부터 총회 총대를 20인 이상 파송하는 노회가 여성목사와 여성장로 총대 각 1인 이상을 의무적으로 선출하도록 제도화했다. 2013년부터는 총회 상임위원회와 특별위원회에 1명 이상의 여성 위원을 포함하도록 공천할당제를 도입했다.

대한성공회의 경우 2007년 조직된 여성활동단체협의회가 2016년 전국의회에 '전국상임위원회에 참석하는 평신도 대의원 3명 중 1명을 여성위원으로 한다'는 안을 내놓아, 2018년 통과된 바 있다.

제106회 총회에 참여한 여성 총대들. / 한국기독공보 DB
그러나 아직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엔 여성 총대 할당제가 없다. 2017년 제102회 총회에서 "모든 노회가 여성 총대 1인 이상을 총회 총대로 파송할 것"을 결의했지만 의무가 아닌 권고에 그쳤다. 이후 여성 총대 할당제 의무화는 지속적인 청원에도 법제화까지는 이르지 못했다.

총회에 지속적으로 '여성 총대 할당제 의무화'를 청원해 온 여전도회전국연합회(회장:최효녀)는 오는 9월 제107회 총회에 할당제 의무화를 청원할 계획이다. 여전도회전국연합회 임원회는 지난 7일 회의에서 "전체 교인 60%에 달하는 여성들과 소통하는 한국교회가 되기 위해, 교단과 노회적 차원의 적극적인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한국교회의 정책과 미래 방향성을 결정하는 주요한 자리에 여성 총대도 일정 비율로 참여시켜 달라"고 요청하기로 했다.

대전성남교회의 2021년도 정책당회.
한편 총회 석상에서 여성 총대의 수를 늘리기 위해 할당제 의무화와 쿼터제 등의 제도도 중요하지만, 이에 앞서 노회와 개교회의 당회에서 여성의 수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평북노회는 노회규칙으로 여성 목사와 여성 장로를 총회 총대로 1명씩 파송하고 있다. 서울강남노회 내부에서도 여성 총대를 파송하는 공감대가 형성돼 106회기 4인, 105회기 3인 등 전국 노회 중 가장 많은 여성 총대를 파송하고 있다.

대전노회 대전성남교회(정민량 목사 시무)는 2010년 창립 55주년에 여장로 10명을 선출해 화제가 됐다. 현재 대전성남교회의 당회는 시무 장로 34명 중 여장로가 9명(26.5%)이다. 대전성남교회는 쿼터제를 제도화하지 않았지만, 여성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여성 장로를 적극 선출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대전성남교회의 당회 모습.
대전성남교회 정민량 목사는 여성 장로를 선출한 후, 당회에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솔직한 이야기로 당회에 여성 장로님이 한 분만 계시면 차를 끓여주시고 사과를 깍아주시며 섬겨주시지만, 당회 안에 여성 장로님이 9~10분 계시면서 적극적으로 여성 성도들의 의견이 교회 정책에 반영되기 시작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교회 성도 중에 여성이 더 많고, 교회 봉사도 여성분들이 열심히 참여하기 때문에 여성들의 의견이 존중돼야 한다. 이들을 대변할 여성들이 당회에 들어와야 한다"라며, "또한 당회에 남성들만 있을 땐 큰소리가 나올 수도 있지만, 여성들과 함께 있으면 당회 분위기도 부드럽게 변한다"라고 말했다.

정 목사는 총회 여성 총대 파송을 위해 개교회에서부터 적극적으로 여성 장로들을 세워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총회에서 여성 총대를 파송해 달라고 해도 보낼 수 있는 여성 노회원이 없다면 문제가 될 것이다. 노회도 마찬가지이다. 교회에서부터 많은 여성 장로들이 선출돼야 한다"고 강조하며, "교회 여 장로가 많아져야 노회가 변화하고, 노회에 여성 장로가 많아져야 총회 총대도 많아진다. 여성들도 의식을 변화해 먼저 나서서 당당하게 참여해 달라"라고 조언했다.


최샘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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