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사회에서의 교회 … 사랑과 섬김의 주체

다문화사회에서의 교회 … 사랑과 섬김의 주체

[ 연중기획ESG ] 새롭게 이롭게-S(6) 다문화사회, 타종교인과 더불어 사는 교회

김성진 기자 ksj@pckworld.com
2022년 06월 08일(수) 09:37
새문안교회 베트남선교회의 섬김 사역.
안산이주민센터의 사역.
오늘날 한국사회는 세계화의 흐름 속에서 여러 종교가 공존하는 다종교사회를 경험하고 있다. 다종교사회로의 변화는 우리의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사실이다. 여러 종교가 공존하고 교류하며 형성된 다종교사회는 한편으론 한국교회에 새로운 도전을 주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론 위협이 되기도 한다. 한국 사회는 초혼 연령이 높아지고 출산율마저 낮아지면서 이주노동자와 결혼이주여성 등 이주민들이 꾸준히 증가했다. 2019년 기준으로, 국내에 들어와 있는 체류 외국인은 전체 인구의 4.9%에 달하는 252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이주민의 체류자격에 따른 분포를 보면, 외국인근로자 29%, 결혼이민자 9.8%, 유학생 9%, 기타 35.2% 등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이주민은 교통과 통신의 발달, 정보와 지식의 확산, 삶의 질에 대한 향상 욕구로 인해 계속 증가할 전망이다. 다종교사회로 이행하는 과정에선 여러 가지 시행착오를 겪을 뿐 아니라 여러 사회 문제도 야기되고 있다. 다종교사회 속에서 소수자로 분류되는 이주민들이 겪는 문제가 그 중의 하나다. 어느 사회에서든 이주민들은 대부분 정치 경제 사회적 불평등 속에 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낮은 소득과 높은 실업율 및 이혼율, 그리고 자녀들의 낮은 진학률과 취업률 등 악순환이 거듭되고 여기에 차별과 배제는 다양한 형태의 폭력적인 행위로 나타나기도 한다.

다종교사회의 위험성은 이 뿐만이 아니다. 다종교사회에선 본질적으로 자신의 종교적 신념을 절대시하기 때문에 종교간의 긴장과 갈등, 알력과 반목의 문제가 반드시 대두될 수밖에 없다. 종교인은 누구나 자신의 신앙에 대해 절대적 확신과 함께 그것을 남에게 적극 전파하려는 의지를 갖기 때문에 종교와 관련해선 목숨을 걸만큼 절실하고 절대적인 자세를 견지한다. 이러한 이유로 종교간의 갈등이 내재된 한국사회에선 종교간에 높인 벽을 허물기가 쉽지 않다. 또한 세계 곳곳에선 종교간의 갈등으로 인한 폭력도 끊이지 않는다.

대부분이 불교인 미얀마에서 최근 소수민족인 이슬람 로힝야족은 국제적으로 이슈가 됐다. 역사적으로 보면 인도가 종교 갈등으로 인해 파키스탄과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등으로 분리되기도 했다. 물론 국내라고 예외는 아니다. 한국사회에서 벌어진 종교 갈등은 주로 개신교인에 의한 공격적인 전도나 선교로 인해 발생하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그 중의 하나가 '봉은사 땅 밟기' '미얀마 불교 사원에서의 찬양' 등이다. 지난해 5월 석탄일에 서울 조계사 앞에서 기독교인 10여 명이 찬송과 구호를 외쳐 논란이 됐다. 지난 5월 10일엔 청와대가 시민들에게 개방된 지 하루만에 경내 문화재 관리 집기가 파손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한 기독교인이 청와대 관저 뒤에 있는 국가지정문화재 석조여래좌상 앞 사기그릇 등을 던져 파손한 사건이다. 이 사건은 결국 교계 연합기관 대표들이 사과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지난 5월 28일 대통령이 초청한 7개 종단 지도자 간담회에 참석한 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은 청와대 불상 훼손 사건과 관련해 불교계에 유감의 뜻을 전달했다. 이에 대해 신재식 교수는 '봉은사 땅밟기 사태' 등으로 표출되는 종교 갈등의 근본 원인은 한국 개신교 내의 뿌리 깊게 자리 잡은 근본주의적 신앙태도와 개교회주의가 결합한 결과로 말했다.
로힝야 난민들 모습.
그러나 최근엔 정부의 종교정책과 관련한 재정문제도 종교간의 갈등 원인이 되고 있다. 정부가 '템플스테이'로 상징되는 불교에 재정을 지원하고 '근대문화유산'으로 대표되는 개신교에 재정을 지원하면서 서로 각을 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개신교인은 '탬플스테이'를 특정 종교의 관광사업이면서 동시에 포교 사업으로 인식하고 있어 종교 간의 갈등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종교 갈등에 대해 종교사회학자인 정재영 교수는 "본래 종교는 사회 구성원들에게 도덕 규범을 제시하고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와 정신에 일체감을 갇도록 하는 사회 통합의 기능이 있지만 현실에선 종교간의 높은 담을 쉽게 허물 수 없는 처지"라며 "신앙인들은 자신의 신앙을 바탕으로 세상을 변혁시키겠다는 뜨거운 열망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종교간의 대화가 쉽지 않은 현실적 한계를 설명했다.

그렇다면 다종교사회에서 한국교회는 어떤 역할을 감당해야 할 것인가. 우선, 다종교사회에선 종교간의 대화와 협력이 필요하다. 한스 큉은 "종교의 평화 없이는 세계의 평화도 없다. 또 종교의 대화 없이는 종교의 평화도 있을 수 없다"고 선언하며 종교간의 대화와 협력의 중요성을 피력한 바 있다.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종교간의 갈등으로 인한 폭력이 이어지고 있다. 차별과 폭력으로 얼룩진 역사를 반성하고 대화와 협력을 통해 종교간의 평화를 이룩하는 것이 한국교회가 감당해야 할 역할이다. 최근 한국사회에 이슬람의 영향이 확산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1980년 후반에 이주노동자가 이주해 오면서 이슬람은 급속도로 확산됐다. 1990년대 초부터 노동이민자와 결혼이민자가 유입되고 2000년대부터는 유학생들이 증가해 2021년을 기점으로 한국 인구의 4.1%인 215만 명으로 집게 됐다. 한국에만 이슬람 사원이 모스크가 60여 개가 넘는다는 보고도 있다. 여기에 할랄 식품가지 판매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슬람의 적극적인 포교 활동은 한국교회에 위협을 가하기에 충분하다. 앞으로 이슬람 인구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폐쇄적인 무슬림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일은 한국교회의 큰 숙제가 아닐 수 없다. 한국교회의 역할이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실천하지 못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한국교회의 낮은 신뢰도이다. 한국사회에서 드러난 한국교회의 신뢰도는 심각한 수준이다. 최근 한 기관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국교회 신뢰도는 18.1%로 나타났다. 2년 전보다 13.7% 포인트 떨어진 결과여서 충격적이다. 심지어 비기독교인 중에 기독교를 신뢰한다는 비율은 8.8%에 불과한 수치다. 호감도를 알아보는 질문엔 기독교 25.3%, 천주교 65.4%, 불교 66.3%로 기독교가 3대 종교 중에 가장 낮은 수치를 보여줬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독교에 대한 신뢰도와 호감도가 낮은 원인이 삶으로 증명되지 않는 신앙과 배타적인 이미지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그럼에도 한국교회는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며 다른 종교와의 대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는다. 위형윤 교수는 "타종교와 타종교인을 무조건적으로 비판하며 복음을 강요하는 태도를 버리고 함께 사는 사회의 발전과 안영을 위해 대화하고 협력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재영 교수도 "모든 인간이 인간다운 삶을 살고 하나님께 지음 받은 대로 그 형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한국교회가 노력해야 한다"면서 "기독교 정신에 입각하면서도 비기독교인들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보편의 가치, 신학이나 신앙의 표현을 직접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성서의 원리로 한민족 전체를 묶어 줄 수 있는 공통의 가치 의식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최근 한국교회의 과제로 급부상한 무슬림에 대해서도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이해하고 섬기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유해석 교수(총신대)는 무슬림을 혐오해선 안되며 적극적으로 사랑하고 섬김의 삶을 살라고 권면했다. "무슬림을 바라볼 때, 이슬람 혐오가 아니라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다가가야 한다"고 말한 그는 "한국교회는 무슬림도 하나님의 사랑을 받아야 할 구원의 대상임을 기억해야 한다"면서 "이슬람의 약점을 공격함으로써 불필요한 논쟁과 적대감을 유발하지 말고, 관심과 사랑과 배려를 통해 무슬림과 친근한 관계를 먼저 형성하며 무슬림을 향하여 선교적 사명을 감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종교사회에서 한국교회는 이주민에 대한 관심도 요청되고 있다. 이주민을 위한 교회에 독립성과 자율성을 부여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 교단 차원에서 이주민을 위한 교육훈련을 제공하고 목회후보생들에게 이주민을 대상으로 목회할 교육을 실시해야 할 것이다. 또한 한국교회 차원에서 이주민을 포용하고 나아가 선교의 일꾼으로 세워 다문화 사역의 초교파적 협력과 확산이 요구된다. 지교회 차원에서 이주민을 위한 성경공부와 설교, 다양한 방법의 교육, 그리고 청소년 및 어린이를 위한 교육도 요청된다.

기독교에서 가장 중요한 가르침은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라는 것이다. 한국교회는 이것을 실천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 또한 기독교는 사회 속에 어렵고 힘들고 가난한 사람들에게 들어가서 그들을 사랑하고 섬겨야 할 것이다.


김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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