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제·대전=김성진 기자】 순수한 마음으로 복음의 열정을 가지고 교회를 섬겼던 이자익 목사. 일제 신사참배의 회유 앞에 굴하지 않고 일평생 농촌목회를 고집했던 청렴한 목회자, 마부 출신으로 유일무일한 삼선 총회장이 됐던 목회자. 그를 따라 다니는 수식어들이다.
한국교회의 신뢰도가 땅에 떨어진 시대를 해쳐나갈 방안을 찾기 위해 김제군 금산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일제시대를 거쳐 사회적 혼란과 교단 분열이라는 아픈 역사에도 좌절하지 않고 교회를 세우는 일에 열정을 쏟았던 이자익 목사의 삶을 찾아보기 위해서였다.
30도를 웃도는 7월 말 무더위에 그가 처음 목회했던 금산교회로 향하는 길은 기대가 컸다. 'ㄱ'자 교회로 유명한 금산교회는 전라북도 문화재자료 제136호로 지정된 만큼, 한국교회 초기 역사를 배우려는 이들의 방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코로나19에도 찾는 이들의 발길은 이어졌다. 금산교회 담임 김종원 목사의 소개로 1905년에 건축된 교회의 역사와 예배당을 둘러볼 수 있었다. "금산교회는 강대상을 중심으로 왼쪽은 여자석, 오른쪽은 남자석"이라고 소개한 김 목사는 "이렇게 남녀의 자리를 구별해 놓은 일은 유교문화권에 속해 있는 한국인에겐 남녀가 한자리에 모여서 예배를 드리는 일은 이들에게 큰 흠이 되었기에 이를 배제하기 위해서 'ㄱ'자로 신축하게 된 것"이라며 'ㄱ'자 교회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곳에서 눈길이 가는 곳은 3층 구조의 교회 내부 강단이었다. "한국 전래의 재단 구조이면서 동시에 '뜰, 성소, 지성소'로 이뤄지는 구약 성막의 3중 구조를 상징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올해 116년 역사를 간직한 금산교회가 현재의 모습을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이 궁금했다. 김종원 목사는 교회 건축에 기여했던 조덕삼 장로를 빼놓고는 이야기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평양에서 홍삼을 판매하던 부친이 일제 강점기에 금광 채취를 위해 이곳 금산으로 이주하면서 조 장로는 이곳에 자리를 잡았다. 이곳에서 광산업과 함께 과수원, 그리고 마방도 운영하는 등 그는 이 지역의 유지였다고 한다. 조덕삼 장로의 사랑채에서 첫 예배를 드리며 금산교회가 시작됐고 1년 뒤에 조 장로의 과수원 땅에 예배당을 신축한 후, 현재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
 대전신학대학교 이자익목사기념관 내 이자익 목사 사료실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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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자익 목사를 소개하기에 앞서 조덕삼 장로를 언급한 이유는 그만큼 조 장로의 역할이 크기 때문이다. 이자익은 경상남도 남해도 섬마을에서 태어나 6세에 부모를 여의고 친척집에 기거하면서 힘든 나날을 보냈다. 육지로 나가 밥이나 실컷 먹었으면 여한이 없겠다는 일념 하나로 17세에 섬을 떠나 육지인 하동에 도착했다. 그리고 남원과 전주를 거쳐 이곳 곡창지대이면서 광산업이 발달한 김제에 정착하게 됐다. 이자익이 조덕삼을 처음 만난 곳은 말이 묵어가고 사람이 쉬어가는 마방이었다. "이자익은 마방에서 일을 했던 종업원 정도로 이해해야 합니다." 금산교회 김종원 목사는 이자익을 "머슴이라기 보다는 조덕삼의 마방에서 일한 종업원 정도로 이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소개했다.
금산교회는 조덕삼, 이자익이 학습을 받는 1905년 10월 11일을 설립일로 정했다. 최의덕 선교사가 마방에서 복음을 전할 때, 이자익과 조덕삼이 회심을 하고 학습 받은 후, 6개월 후 1906년 5월 마지막 주일에 세례를 받았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금산교회가 오늘날까지 한국교회에 회자되는 이유는 장로 피택되는 과정때문이다. 금산교회는 세례를 받고 2년 후 예배당이 건축될 쯤에 장로를 세우게 됐다. 12살 위인 조덕삼이 먼저 장로로가 되리라고 생각했지만 생각지도 않던 이자익이 먼저 장로로 피택됐다. 나이 차이와 사회적 지위에도 불구하고 이자익이 먼저 장로로 피택됐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자신의 사랑채에서 예배가 시작됐고 예배당을 건축할 때 자신의 과수원 땅을 기증하며 건축비도 부담했던 조덕삼이었다. 교회 건립과 부흥에도 헌신했고 사회적으로 지도자의 위치에 있었다. "교회 초창기의 구성원들 대부분 사회의 서민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고 그들이 자신을 대변해줄 사람을 선택할 가능성이 많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어떤 분은 조덕삼 장로의 흠결을 이야기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런 흠결을 찾아보기는 어렵습니다."
교회사가인 김수진 목사는 조덕삼이 공동의회에서 발언한 내용을 이렇게 기록했다. "이자익 영수는 저보다 신앙의 열의가 대단합니다. 이런 분이 교회 장로로 피택돼야 교회가 부흥합니다. 이것은 하나님의 뜻입니다. 하나님의 뜻에 받들어 나는 피택장로를 섬길테니 여러분도 그렇게 해주십시오. 여러분은 위대한 일을 한 것입니다." 이 말을 들은 금산교회 교인들은 조덕삼 영수에게 큰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당시에는 투표 결과를 놓고 설왕설래했을지도 모른다. 그런 상황에서 조덕삼의 발언은 그 모든 상황을 일시에 잠재울 수 있었으리라. 최의덕 선교사는 미국 남장로회 총회에 이 사실을 보고하면서 "교회가 세워지고 분열되는 경우가 많은데 금산교회는 오히려 섬기고 부흥하는 교회"라고 소개했다.
17세에 섬을 떠났던 이자익은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못했기에 혼자 독학을 했다. 젊은 나이에 복음에 대한 열정과 말씀에 대한 사모함도 남달랐다. 장로로서의 섬김도 대단했다. 당시 50리길을 마다하지 않고 전주 선교부에서 개최하는 '달 성경학교'와 '사경회'에 출석해 열정적으로 성경공부를 했다. 1910년, 그는 평양 장로회신학교에 입학했다. 조덕삼은 이자익이 신학교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학비와 가족의 생활비까지 책임을 맡았다. 그리고 신학교 5년 과정을 마치고 그는 금산교회의 청빙을 받아 2대 목사로 부임했다.
이자익은 호주장로교 선교부의 요청으로 1927년 7월 초에 금산교회를 사임하고 가족을 이끌고 경남 거창 선교부로 이사했다. 그곳에서 11년간 선교사의 신분으로 경남 거창 선교부의 순회 목사로 사역하며 11교회를 설립했다. 당시에 마산 문창교회 사건과 웅천교회 사건을 이자익 목사의 중재로 잘 해결했다. 11년 후인 1936년 9월에 다시 금산교회로 되돌아왔다. 2대 담임목사에서 위임목사로 다시 청빙 받아 이곳에서 12년간 사역했다. 이 당시, 신사참배로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우상인 일본 신사 앞에 고개를 숙이면서 목회 할 수 없다며 노회와 관계를 단절하기도 했다. 이후에 그는 미국남장로교가 호남지역에서 북쪽으로 선교영역을 확장하면서 대전으로 사역지를 옮겼다. 그는 개인적인 영화보다는 자신이 필요한 곳이면 마다하지 않고 갔던 사람이었다.
복음에 사로잡힌 이자익 목사는 큰 교회의 청빙도 마다하며 영화를 따라 사역지를 선택하지 않고 언제나 시골교회를 전전하며 섬겼다. 1924년 9월 13일 함경남도 선창리교회당에서 열린 제13회 총회에서 그 보다 목회에 성공한 목사가 많이 있었지만 총회장으로 당선됐다. 초대 부통령이 된 함태영 목사가 그를 불러 장관직을 제의했을 때, "저는 평생 주의 길을 걷겠다"면서 거부하며 외도하지 않았다. 1947년 2회 남부총회에서 조선예수교장로회 총회로 명칭을 변경하면서 두번째 총회장으로 피선됐다. 시골교회에서 시무한 동사목사가 총회장이 된 사실에 모두 놀랐다. 해방 후 남북이 분단된 어려운 시기에 총회를 이끄는 일은 보통 힘든 일이 아닐 것이다. 김수진 목사는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총회 총대원 여러분, 대단히 죄송하지만 저는 여러 가지로 부족한 사람입니다. 저보다 훌륭한 목사가 많은데 저는 이 자리를 빌려 사양하겠습니다." 새로운 인물들도 많이 있었으며 젊은 일꾼들도 많이 있었지만 그 무거운 짐이 이자익 목사에게 맡겨졌다. 이듬해인 1948년에는 제34회 총회장으로 피선됐다.
금산교회를 뒤로 하고 그의 마지막 사역지로 열정을 불태웠던 대전신학대학교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자익 목사를 언급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바로 대전신학대학교다. 대전신학대학교의 역사는 1950년 이자익 목사의 자택에서 시작된 대전고등성경학교에서 출발한다. 1948년부터 미국장로교 선교부 설치를 위해 선교사들이 마련해 준 일본 적산가옥이었다. 2005년 대전신학대학교에는 이자익 목사기념관이 개관됐다. 이곳 2층에는 이자익 목사 자료실이 있고 평양장로회신학교에서 사용했던 각종 교과서, 성경전서, 신학지남, 장로교회전휘집, 조선예수교장로회 사기 및 각종 도서, 신학생 시절에 교수들의 강의를 필기한 노트, 거창 선교부에서 사역할 때의 일기 등 유품들이 전시돼 있다. 그가 남긴 유품을 보면서 그가 얼마나 열정적으로 살았는지를 되돌아볼 수 있었다.
은퇴 후에 금산에 살던 셋째 아들 집에서 여생을 보내던 그는 1958년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그의 삶 뒤에는 숱한 고난과 역경이 있었다. 경남 거창 선교부에서 사역할 때 부인을 먼저 하늘나라로 보냈다. 이후에 쌍둥이 딸이 생후 3개월만에 어머니 곁으로 가고 말았다. 그럼에도 그는 욥처럼 끝까지 가혹한 시련을 견디며 순수한 마음으로 하나님과 교회를 섬겼다.
"이 시대의 고민은 이자익 목사의 역할을 이어받아야 할 인물의 부재에 있다"고 말한 대전신대 전 총장 문성모 목사는 이자익 목사를 오늘날 한국교회의 일그러진 모습을 볼 수 있는 거울이자 자세를 바르게 가다듬을 수 있도록 우리를 격려하는 모델로 비유했다. 오늘날 한국교회는 사회적 혼란과 교회 분열과 갈등, 교회 신뢰도 추락 등 어려운 시기를 지나고 있다. 이러한 어려운 시기에 이자익 목사의 삶은 한국교회가 가야할 길을 보여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