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궐선거에 영향 미친 LH 사태, 무엇이 문제인가?
2021.04.14 14:59


요즘 LH 땅 투기 사건으로 세상이 시끄럽습니다. 부동산 투기의 사전적 의미는 시세변동을 예측하고 이익을 남기기 위해 사고파는 것입니다. 땅 투기 행태는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문제는 갈수록 그 방법이 지능화하고 대형화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부동산에 대해선 잘 모릅니다. 땅을 사본 일도, 팔아본 일도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LH사태 등 부동산 투기로 번지는 문제들을 지켜보면서 착잡한 마음으로 땅 이야기를 꺼내게 된 것입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땅 주인은 사람이 아닙니다. 땅 임자는 따로 있습니다. 그 근거를 대겠습니다. 창세기 1:1~12 사이에 답이 있습니다.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1~)
"천하의 물이 한 곳으로 모이고 뭍이 드러나라 하시니 그대로 되니라"(9~)
"하나님이 뭍을 땅이라 부르시고 모인 물을 바다라 부르시니"(10~)라고 했습니다.
누가 땅을 만들었습니까? 누가 땅 주인입니까? 하나님이십니다.

성경 어느 곳에도 인간이 땅 주인이다, 땅 소유권을 주겠다는 구절은 없습니다. 소유권 이양 기사도 없습니다. 그런데 인간들은 제 것 인양 제멋대로 사고팔고 투기하고 땅 뺏기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레위기 25:23도 땅 투기를 막고 있습니다. "토지를 영구히 팔지 말 것은 토지는 다 내 것임이니라 너희는 거류민이요 동거하는 자로서 나와 함께 있느니라" 땅 투기 하지 말라. 네 땅이 아니다. 너희는 내 땅 빌려 사는 거류민일 뿐이다 라는 뜻입니다.

거류민이란 남의 땅에 머물러 사는 사람들입니다. 다윗왕도 거류민임을 고백했습니다. "우리는 우리 조상들과 같이 주님 앞에서 이방나그네와 거류민들이라 세상에 있는 날이 그림자 같아서 희망이 없나이다"(역대상29:15)라고 했습니다. 그 당시 왕은 입법, 사법, 행전 삼권을 장악하고 있었습니다. 그 왕이 우리는 나그네이다, 거류민이다 라면서 자신의 소신을 고백하고 있습니다. 국가도 영토도 내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자기네 영토를 성지(Holy Land)라고 부릅니다. 하나님이 자기네 조상에게 주신 땅이기 때문이랍니다. 그래서 그들은 땅 지키기에 생명을 걸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간과한게 있습니다. 그것은 영토의 주인이신 하나님을 외면하고 거류민임을 잊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을 멀리할 때마다 그들은 그 땅에서 쫓겨났고 유랑했습니다.

미국의 복음주의 신학자 게리 버지는 「팔레스타인은 누구의 땅인가」라는 자신의 책 속에서 이스라엘은 가나안 땅의 주인이 아니다. 그들이 그 땅을 소유할 수 있는 것은 하나님의 명령을 따르며 그 분의 뜻대로 살 때 가능하다. 그러나 그들이 하나님의 뜻을 거역할 때 쫓겨났다며 그 땅에 거주할 자격은 하나님을 경외하고 순종할 때만 가능하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신약에서 약속의 땅은 그리스도로 전환된다. 약속의 땅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리스도와 함께 하는 그 곳이 약속의 땅이다"라고 했습니다. 하나님의 땅은 사유화도 국유화도 종교화도 안됩니다. 토지에 대한 욕심은 투기를 낳고 국유화는 독재를 만듭니다.

제가 자랄 때 즈음 아이들은 놀이문화가 없었습니다. 고작 소꿉놀이, 줄넘기, 숨바꼭질, 땅 뺏기 정도였습니다. 아이들이 둘러 앉아 땅 뺏기 놀이를 합니다. 가위바위보로 이긴 아이가 손가락을 펴 선을 긋고 땅을 차지합니다. 계속 이기는 아이는 지주가 되고 지는 아이는 한뼘 땅도 없습니다. 그러다가 해가 저물면 훌훌 털고 집으로 돌아갑니다. 땅 뺏기가 끝납니다.

땅 투기! 부질없는 소꿉장난에 불과합니다.

가난한 사람들, 돈 없는 사람들, 힘없는 사람들, 정보망이 없는 사람들은 땅 투기 못합니다. 누가 합니까? 돈 있는 사람들, 넉넉한 사람들, 여유로운 사람들, 권력가진 사람들, 개발정보에 줄 닿는 사람들이라야 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부류의 사람들은 땅 투기 안 해도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공정사회를 운운하고 경제정의를 논하는 것은 넌센스입니다. 권모술수, 탐욕과 탈법으로 땅 투기해 거부가 되면 그 땅에서 천년 만년 삽니까? 그 권력 천년만년 누립니까? 아닙니다. 해 저무는 날 그대로 버려둔 채 거기를 떠나야 합니다. 세계에서 제일 돈 많은 사람은 아마존CEO인 제프 베조스입니다. 그의 재산은 168조 랍니다. 그가 죽은 뒤 들어갈 관은 다이아몬드 관일까요? 그의 무덤은 3백만평일까요?

땅은 흙입니다. 사람도 흙입니다. 흙은 물량적 가치일 뿐 정신가치가 아닙니다. 물량 가치를 소(小)라고 치면 정신가치는 대(大)입니다. 작은 것 잡으려다 큰 것 놓치는 것은 미련한 짓입니다 땅 때문에 양심도, 윤리도, 가치도 포기한 사람들, 소시민들에게 깊은 상처를 주고 있는 사람들, 그러나 그들도 톨스토이의 단편「사람에게는 얼마의 땅이 필요한가」의 주인공 바홈처럼 한 평 땅에 묻히게 될 것입니다.

여기서 기독교인의 청지기 신앙을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청지기」라는 용어는 집(오이코스)과 관리하다(네모)의 합성어입니다. 영어는 스트워드(Steward)로 번역했고, 한글은 청지기로 번역했습니다.
청지기가 지켜야 할 원리가 있습니다.

첫째, 주인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주인의 집이나 재산을 맡은 자, 관리자입니다.
둘째, 선한 청지기라야 합니다. 내 것 아니라고 소홀히 하거나 함부로 관리하면 안됩니다.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주인의 뜻을 헤아리고 살펴야 합니다.
셋째, 결과에 대한 정산이 있다는 것입니다. 맡긴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결과에 대한 정산이 있습니다.
우리는 생명, 시간, 재능, 직분, 재물, 땅... 등을 맡은 청지기입니다. 선한 청지기로 칭찬받을 것인가, 악한 청지기로 심판 받을 것인가를 선택해야 합니다.

내 것 아닙니다. 내 것은 없습니다. 맡은 자일뿐입니다.
훗날 "잘 하였구나, 착하고 충성된 종아"라고 칭찬받는 청지기로 살아갑시다.


박종순 목사 / 충신교회 원로, 증경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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