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 실패와 시작 사이에서 |2021. 11.17
[ 크리스찬영화보기 ]    영화 <듄>을 보고

'듄친자'라는 말이 등장했다. '영화 에 미친 자'의 준말이란다. 영화를 여러 번 보는 n차 관람은 물론이고 세계관이나 등장인물, 용어 해설 등 관련 정보를 섭렵하거나 굿즈를 모은다. '듄친자'들이 늘어나면서 IMAX가 재상영되고 원작인 프랭크 허버트의 소설 은 20만 부가 넘게 팔리면서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차지했다. 영화 '듄'은 본래 프랭크 허버트의 소설 '듄' 시리즈 중 첫 번째 책을 …

교회는 어떻게 세상의 빛이 되는가? |2021. 10.20
[ 크리스찬영화보기 ]    '신은 죽지 않았다3: 어둠 속의 빛'을 보고

넷플릭스 콘텐츠'오징어 게임'이 전 세계 흥행작이 되면서 다양한 말들이 넘쳐나기 시작했다. 우리네 추억의 게임을 전 세계 너나 할 것 없이 즐기게 되고 자본주의 경쟁의 폭력성에 대한 비판이 회자되는 한편, 교계에서는 반기독교적 정서를 둘러싸고 의견이 분분했다. 아예 보지 말아야 한다는 이들도 있었지만 겸허히 성찰하며 돌이키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았다. 이러한 논의가 어제오늘 이야…

왜 그들은 군대에서 탈영하는가 |2021. 09.15
[ 크리스찬영화보기 ]    넷플릭스 오리지널 콘텐츠 'D.P'를 보고

조석봉 일병(조현철)은 입시 미술학원 선생님이었다. 학생들은 석봉을 "봉디쌤"이라 불렀다. 심한 장난에도 화 한번 내지 않을 만큼 순하고 착해 석봉의 '봉'과 간디의 '디'를 합쳐 만든 별명이었다. 이제 막 입대한 맞후임 안준호 이병(정해인)에게 "우리는 나중에 애들한테 잘해주자"고 했던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괴물로 변했다. 안준호 이병(정해인)이 선임에게 몸이 밀쳐지다 튀어나온 대못을 피…

"내 이웃이 누구이니까" |2021. 08.25
[ 크리스찬영화보기 ]    영화 모가디슈를 보고

영화 '모가디슈'가 화제이다. "한국 영화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는 평(정유미)을 들을 정도로 잘 찍었다. 배우들의 연기며 카체이싱 탈출 액션, 전반적인 완성도 면에서 어느 하나 과하거나 모자람이 없다. 덕분에 관객에게 입소문이 나면서 코로나 확산세 중에도 올해 한국영화 중 최고 흥행작이 되었다. '아프간 사태'로 국제적 시의성까지 획득하였다. 더불어 30년 전 남북 간의…

다크 히어로에 열광하는 사람들 |2021. 07.14
[ 크리스찬영화보기 ]   영화 '크루엘라'를 보고

요즘 대중문화계는 다크 히어로 열풍이다. 얼마 전에 종영한 드라마 '빈센조'와 '모범택시' 등은 사법 체계의 한계와 부패한 카르텔을 고발하며 악으로 악을 이기는 속 시원한 복수극을 선사했다. 영화 '크루엘라'는 앞서의 작품들과 다른 지점에서 젊은 세대에게 인기를 얻었다. 화려한 볼거리와 음악도 매력적이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악당에게 맞서는 다크 히어로의 탄생이 대중에게 카타르시스를 주었다.…

교수와 미치광이가 만났을 때 |2021. 06.16
[ 크리스찬영화보기 ]   영화 '프로페서 앤 매드맨'을 보고

멜 깁슨이 돌아왔다. '패션 오브 크라이스트'(2004)에서 그리스도의 수난을 극적으로 묘사하며 종교영화사의 한 획을 그었던 그가 이번에 선택한 영화는 '프로페서 앤 매드맨'이다. '프로페서 앤 매드맨'은 오늘날 영미권에서 가장 권위 있는 사전으로 꼽히며, 1857년부터 1928년까지 70여 년의 제작 과정 끝에 출간된 옥스퍼드 영어사전 초판의 탄생 비화를 다루고 있다. 원작은 저널리스트 사…

영화를 본 후 시작되는 것들 |2021. 04.14
[ 크리스찬영화보기 ]    영화 '자산어보'를 보고

시간이 지나야 비로소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그 시절, 부모님은, 그 어른, 그 선생님은 왜 그러셨을까. 눈에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고 이해하지 못했던 마음들을 어슴푸레 짐작하게 되는 것, 나이가 들고 그 자리의 언저리에 서게 되면서 가능하게 된 것들이다. 예수의 십자가 길이 제자들에게 그러했고, 바울의 로마행이 주변의 교인들에게 그러했을 것이다. 영화 '자산어보'의 약전(설경구)의 길…

이것은 구원과 희망에 관한 이야기다 |2021. 03.17
[ 크리스찬영화보기 ]   영화 '미나리'를 보고

영화 '기생충' 대사 중에 이런 게 있다. "돈이 다리미라고. 돈이 주름살을 쫘악 펴줘." 돈이 뭐 길래, 사람을 이리 들었다 놨다 하는지. 결국 돈이 그어놓은 선을 넘었던 가족은 참혹한 결말을 맞는다. 제2의 '기생충'이라 불리는 '미나리' 역시 돈 때문에 울던 한 가족의 이야기다. 독립영화 문법에 익숙지 않은 분이 '기생충' 같은 스릴을 기대하고 '미나리'를 보러 영화관을 찾았다간 당혹스…

가슴 뛰게 하는 인생의 '불꽃'은 무엇인가? |2021. 02.12
[ 크리스찬영화보기 ]   영화 <소울>을 보고

"뉴욕에서는 길을 걷다가 멈추면 안 돼." 북적대는 뉴욕 한복판에서 잠시 멈춰 하늘을 바라보는 22호에게 조 가드너가 말한다. 고개를 들어 잠시 하늘 볼 새도 없이 치열한 생존 경쟁 속에서 휩쓸리듯 떠밀리듯 분주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무심한 일상을 환기시키는 대사다. 아들 조가 안정적으로 살기를 바라는 어머니의 마음이 있는가 하면 오디션마다 떨어지지만 프로 재즈 연주가로서의 희망을 놓지 않…

소리도 없이 아이가 죽었다 |2021. 01.13
[ 크리스찬영화보기 ]    영화 <소리도 없이>를 보고

영화 '소리도 없이'에서 태인(유아인)과 창복(유재명)은 트럭행상 계란 장수이자 전문 '청소부'이다. 라면을 끓이며 1인 1계란 이상은 먹지 않아도, 하루 일과가 끝나면 계란 몇 알을 마을 어귀에서 행상하는 할머니에게 드린다. 이 '착하고' 성실한 두 사람은 범죄 조직 범행의 전후처리도 한다. 범죄에 직접 가담하거나 폭력을 행사하지 않는다. 생계를 위해 일상적으로 곳곳에 튄 피를 깨끗이 닦아…

전쟁 같은 2020년을 보내며 |2020. 12.23
[ 크리스찬영화보기 ]   영화 1917을 보고

2020년을 돌아보며 놓치기에 아까운 영화를 꼽으라면 '1917'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1917'은 올 초 제92회 미국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기생충'의 경쟁작이었다. 당시 다수가 '1917'을 유력 후보로 예측하던 판세를 뒤엎고, 아시아의 한 작은 나라의 '기생충'이 상을 받았던 것이다. 봉준호 감독이 수상소감으로 "오스카가 허락한다면 트로피를 다섯 조각으로 나눠 후보에 오른 다른…

왜 90년대생들은 9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 볼까? |2020. 11.25
[ 크리스찬영화보기 ]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을 보고

"아, 재밌다!" 영화를 보고 길을 나서는데 경쾌한 목소리가 들렸다. 필자와 같은 관에서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을 보고 나온 20대 청년들로 보였다. 흥미로웠다. 왜 90년대생들은 9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을 볼까? 몇 년 전부터 계속되는 복고 열풍은 경제 불황 속 팍팍하고 고단한 현실에 대한 불만족이 야기했다고 할 수 있다. 그 시절을 경험한 사람들에게는 행복했던 …

죽음이 죽은 시대, 기독교의 의미를 찾아서 |2020. 10.28
[ 크리스찬영화보기 ]   영화 <부활: 그 증거>를 보고

영화 '아무르'에서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는 열어둔 창문으로 들어온 비둘기를 대하는 조르주의 태도였다. 아내 안느가 죽어가던 어느 날, 조르주는 집안에서 비둘기를 발견하고 황급히 밖으로 내보낸다. 있어서는 안 될 불결하고 불경한 것을 내쫓는 듯. 비둘기가 기독교에서 성령을 상징하는 것과 달리, 이 영화에서는 죽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 주르주는 안느를 죽음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안느는 자…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할 수 있을까? |2020. 09.23
[ 크리스찬영화보기 ]   

어느 날, tv조선 예능 프로그램 '사랑의 콜센타'를 보다가 울컥했다. '미스터트롯' Top7 출연진들의 노래와 끼에 흥이 한창 무르익을 때였다. 통화가 처음 연결되었을 때 들리던 시청자의 반가운 목소리가 달라졌다. 너무 아파서 힘들었는데 그들의 노래를 들으면서 큰 도움을 받았다고, 힘이 되고, 많이 회복된 것 같다고 웃음과 울음이 뒤섞인 채 고마움을 표했다. 이야기를 듣던 출연자는 통화가 …

신의 이름으로, 한 극단주의 무슬림 소년의 믿음 |2020. 08.26
[ 크리스찬영화보기 ]   영화 '소년 아메드'를 보고

영화 '소년 아메드'는 한국에서 그리 익숙지 않은 무슬림을 다룬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과 황금종려상을 두고 경쟁했던 이 영화의 감독은, "칸이 사랑한 거장"이라 불리는 벨기에의 다르덴 형제이다. 지금껏 벨기에의 실업, 불법이민, 빈민문제 등 사회적 문제들을 통해 윤리적 이슈를 다뤘는데 이번에는 최근 유럽의 심각한 사회문제인 이슬람 테러를 택했다. 영화는 이슬람 극우주의에 빠진 앳된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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