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 5박스에 담긴 보람

옥수수 5박스에 담긴 보람

[ 논설위원칼럼 ]

김영철 목사
2023년 08월 14일(월) 09:15
필자가 목회하는 월드비전교회는 2009년도부터 매년 삼복더위 철에 '우리 동네 어르신들과 함께하는 사랑의 삼계탕'행사를 통해 우리 동네의 어르신들과 지역사회를 위해 땀 흘리는 환경미화원을 비롯한 공공기관 종사자들 그리고 본 교회 어르신들 등 500여 분을 섬기는 사역을 해왔다. 코로나19 기간에는 부득이 직접 초청해서 행사를 갖지는 못했으나 지역 주민자치회와 함께 인근 식당에서 삼계탕을 준비하여 가정마다 배달하면서 명맥을 유지해 오다가 금년에는 다시 초청해서 대접해 드리게 되었는데, 어르신들이 얼마나 기뻐하고 행복해하고 고마워하는지 대접하는 교회가 오히려 더 행복한 날이었고, 교회의 행복지수가 더 크게 상승하는 효과를 누리게 되었다. 아울러 돌아가시면서 "천만 배 복받으세요!"라고 인사하시는 어르신들의 덕담을 듣고 보니 삼계탕 한 그릇의 대접이지만 천만 배 축복의 말씀을 들으니 이보다 더 보람된 일이 어디 있겠는가?

필자는 하나님의 은혜로 지내온 21년의 우리 교회 목회가 '이웃과 함께하는 목회'였음을 고백할 수 있다. 21년 전 성미(誠米)의 부활을 통해 사랑의 쌀 나누기가 이웃과의 접촉점 마련의 시작이었고, 그 후 꾸준히 이웃과의 접촉면 확대를 위해 노력하는 가운데 하나님께서 주시는 지혜와 은혜로 매년 다양하게 이웃을 섬기는 사역들을 하나하나 늘려올 수 있었고, 지금까지 20여 가지의 지역사회 봉사 사업 및 지역선교 활동이 진행되고 있어서 하나님께 영광을 올려드린다. 이웃을 섬기는 활동의 백미는 수재민 대피시설로 교회가 지역사회에 쓰임받고 있는 일이다. 서울 도림천 범람으로 동네의 상당한 지역이 침수되어 많은 지역주민들이 고통 받고 있을 때 수해 발생 첫날부터 2개월 여 동안 피난처(?)를 제공하는 일 뿐만 아니라 심지어 교회가 민관군 종합상황실 역할을 톡톡히 하였던 2011년 수해 당시는 잊을 수가 없다. 지난해는 우리 교회 새 교회당이 침수되어 엄청난 피해를 입고 큰 고통 중에 있으면서도 이웃을 보살피는 일을 하게 된 일 또한 지나놓고 보니 이런 일을 감당하게 하신 하나님께 오히려 감사드릴 수 있는 많은 은혜를 하나님은 우리 교회로 하여금 누리게 하셨다. 우리 교회당은 피난 시설로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의 다양한 필요를 충족시키는 공공재(公共財)로 꾸준히 활용되고 있다(회의 공간, 노래교실, 운동 공간, 문화활동 공간 등).

지역사회 곧 우리 이웃들과 함께하는 이 모든 사업(사역, 활동)은 우리 교회가 새 교회당을 건축하는 과정에서 그 효과를 톡톡히 누리는 결과를 가져왔다. 우리 교회의 건축은 여론 주도층들인 지역사회 지도자들과 우리 이웃들의 지지와 응원 속에서 정말 은혜롭게 진행되었을 뿐만 아니라 이후에도 계속 상호 간에 호흡을 같이하는 부수적 효과도 얻게 되었다. 그 외에도 교회 및 목회자와 지역사회 및 이웃들과 소통이 원활하게 이루어지고 교회를 존중하는 지역의 분위기가 크게 조성되었다. 이러한 상호 관계 속에서 이제는 오히려 지역사회가 교회에 선물을 보내오는 진풍경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주에는 불신자인 지역 주민자치회장이 동네의 선물로 옥수수 5박스를 교회에 직접 가져오기도 했다. 옥수수 5박스에 담긴 그 보람은 직접 체험해 보지 않고는 잘 느끼기 어렵지 않을까 싶다.

시 한 편을 들어보자. "한 시인이 어린 딸에게 말했다. / 착한 사람도, 공부 잘하는 사람도 다 말고 / 관찰을 잘하는 사람이 되라고 / 겨울 창가의 양파는 어떻게 뿌리를 내리며 / 사람은 언제 웃고, 언제 우는지를 / 오늘은 학교에 가서 / 도시락을 안 싸 온 아이가 누구인가를 살펴서 / 함께 나누어 먹기도 하라고."(마종하 '딸을 위한 시')

인간은 보편적으로 '가치'를 추구하며 살아간다. 그래서 사람은 자기의 욕구를 따라 자기가 좋아하는 것이나 가장 귀중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위주로 하는 삶을 영위해 간다. 기독교윤리학에서는 사람의 갖가지 욕구를 그 속성에 따라 분류하여 사람이 추구하는 가치의 종류를 가짐의 가치 됨의 가치 나눔의 가치 섬김의 가치로 구분한다. 신앙의 안목이 새롭게 열리게 되면 '가짐의 가치', '됨의 가치'만을 추구하던 사람이 거기에 머물지 않고 '나눔의 가치'를 추구하게 되고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가게 되면 '섬김의 가치'를 살게 된다(요 12:1~8, 13:3~17). 그리할 때 사랑, 평화, 거룩함, 행복과 같은 궁극적 가치가 만들어진다.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언어 중에 '섬긴다'는 단어가 있다. 어쩌면 굉장히 남발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예수님의 제자 된 우리들 곧 온 교회가 나눔의 가치를 넘어 예수님을 닮아 예수님처럼 진정한 섬김의 가치를 실제 우리의 삶 속에서 실천하여 섬김의 가치를 구현함으로써 영적인 변화, 생활의 변화뿐만 아니라 가치관의 변화까지 이루어 가길 소망한다. 이것이 복이다(요 13:17).

김영철 목사 / 월드비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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