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울뿐인 여성안수

허울뿐인 여성안수

[ 논설위원칼럼 ]

윤효심 총무
2023년 07월 24일(월) 09:33
한국은 놀랍게 빠르게도, 아프게 느리게도 1984년에 여성차별철폐협약(CEDAW)에 가입하였다. 여성차별철폐협약 제1조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이라 함은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시민적 또는 기타 분야에 있어서 결혼 여부와 관계없이 남녀동등의 기초 위에서 인권과 기본적 자유를 인식, 향유 또는 행사하는 것을 저해하거나 무효화 하는 효과 또는 목적으로 가지는 성에 근거한 모든 구별, 배제, 또는 제한을 의미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1980년대 본교단은, 1933년 함남노회 여전도회연합회 회원 104명의 연서로부터 시작된 여성안수 허락 문제로 여성들의 청원이 뜨거웠던 시기였다. 1981년 제66회 총회에서는 총대들에게 오랫동안 유안되었던 여성안수 문제를 설문하기도 하였다. 이에 대한 총대들의 응답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1) 신앙 양심과 인권신장을 위해 허락해야 한다(31.66%), 2) 반대하지 않으나 시기가 이르다(35.74%), 3) 우리 교회 전통으로 보아 허락할 수 없다(30.72%). 실질적으로 반대의견이 66% 이상인 셈이다. 한국개신교 선교 100주년을 기념하는 1984년에도 여성들의 간절한 기대는 큰 표차로 역시 부결되고 말았다.

이런 상황을 지켜보았던 이삼열 장로(연동교회)는 1984년 2월 18일 자 '한국기독공보'에서 다음과 같이 유감을 표시하였다. "시기상조는 커녕 늦어도 너무 늦었다… 사실 교인의 3분의 2는 여성인데 남자들만 모여서 당회를 한다는 것은 공평한 교회행정이라 할 수 없다. 교인들 속사정은 여자들이 더 잘 안다. 여자들의 섬세한 감각이 가미될 때 당회도 균형 잡힌 판단을 내릴 수 있음을 경험한다." 계속해서 1988년 제73회 교단 총회에서는 7개 노회(서울, 전남, 강원, 영등포, 목포, 서울서북, 경안)가 여성안수 허락 건을 상정하여 "세계동향과 인권 존중의 형편에 따라 여성안수를 허락해 달라"고 제안하였다. 심지어 당시 신학대학교 남녀 재학생들이 교단총회 장소 앞마당에 텐트를 치고 "여성은 반백 년 기다려 왔습니다. 하나님 나라 함께 이룹시다!" 등의 문구를 들고 총대들에게 호소하였지만 또다시 부결되었다. 여성들의 눈물이 62년 동안 강물처럼 흐른 1995년에 이르러서야 겨우 여성안수 법제화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27년이 지난 2022년 제107회 총회보고서에 따른 본교단의 현주소는, 전체성도 중 여성도가 60%(57.45%)에 달함에도 불구하고 신대원을 졸업해서 안수받은 장로인 목사 중 여성은 12.57%, 지교회 교인들이 선출한 장로 중 여성은 5.17%, 그리고 노회원이 선출한 총대 중 여성(목사와 장로)은 2.47%에 머무르고 있다. 여성안수는 아프게 빠르게도 멈추었고, 놀랍게 느리게도 진행되지 않고 있다. 누가 이렇게 만들었는가?

본교단이 여성안수 법제화를 승인했던 같은 해인 1995년에 국가는 양성평등을 위해 '여성발전기본법'을 제정하여 현재 '양성평등기본법'으로 맥을 이어 구체적으로 실현시켜 왔다. 이 법(제21조)에 따르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정책결정 과정에 여성과 남성이 평등하게 참여하기 위한 시책을 마련하여야 하며,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위원회를 구성할 때 특정 성별이 위원 수의 10분의 6을 초과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된 사람의 인권을 중시하는 교회법은 국가법보다 더 후진적임을 부인할 수 없다.

여성들은 궁여지책(窮餘之策)으로 여성총대 할당제를 요청하고 있고, 심지어 여성안수 자체가 불허된 교단마저 존재한다. 한국교회는 아직도 국가의 기본법령보다 문화적 관습과 유교적으로 변형된 정서에 무게를 두며, 복음에 나타난 만민평등 정신보다 교회의 관례와 형식적 절차를 더 우선시한다. 개혁교회는 끊임없이 변화해야 하는데 왜 이러한 현상이 지속되는 것일까? 불꽃 같은 눈으로 일곱 촛대 사이를 거니시며 우리와 함께하시는 그리스도를 다시 한번 의식해 보자.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 교단 총회를 참관하신다면 이 문제를 다루는 우리 총대들을 과연 어떻게 보실까?

윤효심 총무 / 여전도회전국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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