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이의 법칙과 목회

코이의 법칙과 목회

[ 논설위원칼럼 ]

임정수 목사
2023년 06월 26일(월) 15:53
얼마 전 시각 장애가 있는 한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멋진 연설을 하여 여·야 의원 모두에게 박수를 받았다는 기사가 있었다. 그 연설 중에 '코이의 법칙' 이야기가 있다. '코이'라는 물고기가 있는데, 이 물고기는 신기하게 작은 어항에 넣어두면 5~8cm밖에 자라지 못하지만, 커다란 수족관에 넣어두면 30cm까지 자라고, 강물에 방류하면 1m가 넘게 자란다는 것이다.

그녀는 사회적 약자들과 소수자들을 이 물고기에 비유하며, 그들의 기회와 가능성에 대해 사회가 그들의 성장과 발전을 막지 말아 달라고 호소하였다. 그 연설을 한 그녀 자신이 시각 장애가 있는 국회의원이었기 때문에, 여·야 의원들 뿐 아니라 그의 연설을 들은 온 국민들의 마음에 큰 감동을 주었다. 그런데 목회자로서 필자는 이 이야기가 장애인이나 사회적 약자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목회자들에게도 잘 어울리는 이야기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어느 목사님은 개척 초기에 생활이 너무 어려워서 생활비 때문에 걱정이 많았다고 한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목회를 하자니 목회에 집중하지 못해서 아쉽고, 일을 하지 않으면 생활이 어려운 상황이 생기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때, 우연히 연결된 단체에서 개척교회 지원금으로 적지 않은 금액을 매월 후원받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열심히 목회하여 지금은 자립하는 교회가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면서 만약에 지원이 없어 계속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다면, 아마도 아직까지 그 교회는 자립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셨다. 그 귀한 손길이 목사님을 어항에서 수족관으로 옮겨 놓는 역할을 했던 것이다.

어떤 분은 담임목사 초년시절, 실수도 많고 잘못도 컸는데, 당회원들이 아들뻘 되는 자신을 잘 참아주고, 기다려주고, 인내해 주었다고 한다. 한번은 실수로 원고를 잘 못 가지고 올라가서 진땀빼고 설교를 하고 내려왔는데, 장로님들이 먼저 다가와서 은혜받았다고 말씀하셨다는 것이다. 자신의 실수를 아시지만 일부러 덮어주셨다는 것이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당회를 이끄는 것도 서툴렀고, 모든 것이 서툴렀지만 자신을 참아주고 품어주신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고 고백하셨다. 만약 기다려주지 않는 당회였다면, 자신은 몇 년 채우지도 못한 채 쫓겨나고 말았을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이런 이야기는 어쩌면 은혜 입은 몇 분들의 말씀일지도 모른다. 더 많은 경우 개척 후 도와주는 분들이 없어서 위기를 넘기지 못하고 포기하거나, 담임목사 초년시절 이런저런 실수를 이해받지 못하고 결국 사임을 강요받을지도 모르겠다.

코이가 더 이상 자라지 않는 이유는 어항의 벽에 부딪혔기 때문일 것이다. 두 번 세 번 부딪히면, 그 충격으로 코이는 움츠러들어 더 이상 자라지 않는 것이다. 우리의 목회 현장도 마찬가지이다. 의욕있게 시도하려는 어떤 일들이 당회의 벽에, 제직회의 벽에, 혹은 여러 가지 반대의 벽에 부딪치게 되면,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 어려울 것이다. 만약 우리가 살면서 실패를 경험하지 않으려면 아무 일도 시도하지 않으면 된다. 그러나 아무것도 시도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지금 한국교회는 실패를 두려워할 때가 아니라 아무 시도를 하지 않는 것을 두려워해야 한다. 당회와 노회와 총회는 규제와 간섭과 질책이 아니라 격려와 인내와 사랑으로 한국교회의 코이들이 큰 물고기로 자랄 수 있는 넓은 강물이 되어야 할 것이다.

임정수 목사 / 포항대도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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