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도생의 사회, 아담 스미스는 뭐라 할까?

각자도생의 사회, 아담 스미스는 뭐라 할까?

[ 논설위원칼럼 ]

양혁승 교수
2023년 06월 05일(월) 09:27
한국사회는 각자도생의 사회로 전락한지 오래다. 물질만능주의 풍조 속에서 무한 경쟁을 부추기는 피로 사회, 염치를 따르는 사람들이 바보 취급 받는 몰염치 사회가 되었다. 자본주의의 사상적 원조인 아담 스미스에게 원인 진단을 요청한다면 그는 무어라 답할까? 그는 동감(同感)의 도덕감각이 그가 예상한 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라 답할 것이다.

중세의 봉건적 신분제 사회가 붕괴되고 새로운 질서가 모색되던 17, 18세기는 자유로운 시민들로 구성된 근대시민사회가 어떠한 원리와 질서 속에서 유지될 수 있는지 그 길을 찾던 시대였다. 아담 스미스도 그 길을 찾던 도덕철학자였다. 중력 법칙이 자연의 질서를 지탱하듯이 근대시민사회의 질서를 유지하는 근원 법칙이 존재할 것이라는 전제 하에 그것을 찾고자 했던 그가 제시한 것이 바로 시장의 원리와 동감의 원리였다.

시장의 원리는 '국부론'(1776년)에 나오는 "우리가 매일 식사를 마련할 수 있는 것은 푸줏간 주인과 양조장 주인, 그리고 빵집 주인의 자비심 때문이 아니라 그들 자신의 이익을 위한 그들의 고려 때문이다"라는 구절에 잘 드러나 있다. 그것은 인간의 이기적 동기를 인간의 본성으로 인정하고 시장에서 자유로운 교환이 이루어지게 하면 분업의 효과로 인해 노동 생산성이 크게 향상되고 교환의 당사자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결과가 나타난다는 원리이다.

반면, 동감의 원리는 "아무리 인간이 이기적이라 할지라도, 타인의 행·불행에 관심을 가지게 하는 원리가 인간의 본성 속에 명백히 내재되어 있다"라는 '도덕감정론'(1759년)의 한 구절에 잘 드러나 있다. 여기서 그가 말한 인간의 본성은 동감의 도덕감각, 즉 자신을 타인과 동일한 입장에 놓고 타인이 느끼는 것을 동일하게 느끼면서 타인의 감정이 적절한지 여부를 직감할 수 있는 능력을 가리킨다. 그는 어떤 행위가 중립적 제3자의 동감을 얻어낼 수 있다면 그 행위의 적정성, 즉 도덕성을 획득할 수 있다고 보았으며, 인간의 본성에는 그러한 동감의 원리가 작동하기 때문에 공동체 구성원들의 이기심은 제3자의 동감을 얻는 범위 내로 억제될 것이라 보았다.

그러나 자본주의 현실세계에서 동감의 원리는 그가 기대했던 바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인간의 이기심은 제3자의 동감을 얻는 범위를 훨씬 뛰어넘어 발휘되었고, 동감에 기반한 공동선(共同善)이 설 자리는 빠르게 좁혀졌다. 동감의 원리의 작동 불능은 지난 250여 년 동안 자본주의 체제의 아킬레스건이 되어 역사적으로 많은 도전의 화살을 받았으며, 자본주의 체제 내적으로는 복지국가 모델 등 그것을 보완하려는 시도들이 다양하게 이루어져 왔다.

한국자본주의의 현주소는 어떠한가? 독일 카셀대학의 김덕영 교수는 한국자본주의 정신을, 신들의 저주를 받아 먹어도 먹어도 배고픔이 꺼지지 않아 자신의 몸까지 다 뜯어먹어 죽음에 이른 에리식톤에 빗대어 에리식톤 콤플렉스라고 규정했다. 그는 국가가 에리식톤 콤플렉스를 주조했고, 재벌이 그것을 구현했으며, 번영신학에 경도된 개신교가 그것을 성화(聖化)했다고 분석한다. 동감의 도덕을 넘어 인애의 덕으로 사회를 리드해야 할 한국교회에 뼈아픈 지적이다.

양혁승 교수 / 연세대학교 경영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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