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살림이' 양성을 위한 신학교육 제안

'마을 살림이' 양성을 위한 신학교육 제안

[ 논설위원칼럼 ]

권용근 총장
2023년 05월 22일(월) 07:47
저출산과 도시화로 인해 지역의 인구들이 감소하고 있다. 지역의 인재들이 도시로 이동하고 출산율이 급감한 지방은 많은 폐교들이 줄줄이 발생하고 텅 빈 집들이 여기저기 생기고 있다. 필자가 졸업한 초등학교도 폐교된 지 오래되었고 동네에서는 아이들의 노는 소리도 듣기가 어려워졌다. 마을마다 길거리와 담 길에서 구슬치기, 딱지치기로 아이들 노는 소리로 시끄럽던 옛날의 마을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이다. 이런 속도로 가다 보면 마을이 없어지게 되고 마을이 없어지게 되면 나라의 존폐문제도 대두될 것이다. 이런 생사를 오가는 현실을 보면서 정부는 뚜렷한 방책을 내어놓지 못하고 교회도 시원한 답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어져 가는 마을 속에 교회들이 있어 지친 사명감으로 교회를 지키고 있는 목회자들이 있지만 몇 안 되는 교인들로는 교회의 유지도 어렵게 되었다. 이런 답답한 현실을 보며 신학교가 마을을 살리는 '마을 살림이'를 키우는 교육을 적극적으로 감당했으면 한다. 왜냐하면, 지금 어느 대학생들도 졸업을 하고 농산어촌으로 들어가는 경우가 없지만, 신학교를 졸업한 졸업생들은 목회자로서 교회가 있는 시골 마을로 들어가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리로 들어가는 목회자들은 그 마을에서 제일 젊을 뿐만 아니라 전문지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죽어가는 마을을 살릴 수 있는 동력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의 신학교육 체제로는 그 일을 감당하기엔 역부족이다. 신대원의 경우 교과과정은 성서와 이론 신학 등 신학적 지식을 전수 받는데 치중되어 있고 실천신학도 교회 내 실천중심으로 되어 있다. 이러한 교육내용으로는 마을에 있는 주민들과 접촉하고 마을을 살리기엔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는 마을에 대한 이해와 마을 현장을 살릴 수 있는 실천적 도구와 그에 대한 훈련이 필요하다. 모라비안 선교사들은 "한 손에는 기술을 또 한 손에는 성경을" 감당했다. 그러므로 지금까지 교육내용의 기본 틀은 유지하되 커리큘럼의 대전환이 필요한 것이다.

교수-학습 방법도 종래의 지식을 전달하는 일방적 구조보다는 현장에 대처할 수 있는 대처능력(cope-ability)과 해결할 수 있는 해결능력(solving ability)을 키워 줄 수 있는 방법이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이론을 배우기 전에 먼저 마을의 문제를 교실 속으로 가지고 와서 학습하는 AARA(행동(Action)-분석(Analysis)-반성(Reflection)-행동(Action) 순서로 가는 방법이 필요하다. 성서를 이해하고 연구하는 방법도 나의 이야기(stories)를 찾아보고 성서에 나타난 이야기(The story)와 비교하고 다시 나의 비전(vision)과 성서와 기독교 전통의 비전(The vision) 사이에서 변증법적 해석을 통해 오늘 우리 마을에서 실현되어야 할 하나님 나라의 비전을 찾아가는 나눔의 프락시스(Shared-Praxis)방법이 유효할 것이다.

성서는 우리가 묻는 만큼 대답하고 신학은 인간의 요구와 하나님의 대답 사이에서 변증법적 대화를 통해 이루어지는 새 역사를 만들어 가는 사명이 있다. 그러므로 신학교는 현장의 물음과는 상관이 없는 냉담 신학이 아니라 현장의 아픔에 민감하게 대답하는 하나님의 음성을 찾아내고 현장의 문제를 해결하는 교회 지도자를 키우는 교육적 사명을 감당해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신학교가 비어져 가고 죽어가는 마을을 지키고 살릴 수 있는 '이장 목회자'와 '마을 살림이'를 키워낼 수 있다면 신학교는 교회만이 아니라 나라를 살리는 중요한 일을 감당하게 될 것이다.

권용근 총장 / 영남신학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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