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 존재의 힘

부활, 존재의 힘

[ 논설위원칼럼 ]

이홍정 총무
2023년 04월 10일(월) 16:33
부활 신앙은 그리스도인의 존재의 힘이다. 십자가의 죽음과 부활을 통해 세상을 화해와 일치 가운데로 이끄시며 만물을 새롭게 하시는 하나님의 사랑이 세상의 희망이다. 한국교회는 십자가 아래서 부활을 살아가는 존재로 성령 충만하여 세상을 향해 순교적 순례의 길을 떠났던 초대교회공동체를 본받아 하나님의 생명살림의 역사에 참여해야 한다.

생명위기의 벼랑 끝에 서 있는 고난 당하는 삶의 자리는 생명살림의 복음의 사명을 새롭게 깨우치는 소명의 자리이다. 한국교회는 하나님 없이 살아가는 인간의 삶의 부조리한 역사를 돌아보는 동시에 사실상 하나님의 길과 진리와 생명으로부터 이탈된 삶을 살아가는 자신을 뼈아프게 성찰하며 재를 뒤집어쓰고 회개해야 한다. 한국교회의 반지성적 나르시시즘이 세상과의 상호비판적 소통을 저해하며 교회의 선교적 존재의미를 약화시키고 있다. 세상을 화해와 일치로 이끄시는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해야 할 한국교회가 성경과 교회의 이름으로 혐오와 차별, 분열을 정당화하고 있다면 그것은 가장 수치스러운 비극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고난의 자리에서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선을 행하고 공정을 추구해야 하는 한국교회가 오히려 자신의 권위와 탐욕을 만족시키기 위해 맘몬 앞에 절하며 악과 불평등을 행하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를 돌아보아야 한다.

온 생명세계가 죽음의 우상이 드리운 어둠에 갇혀 고통당하는 이때 한국교회는 부활의 시간인 '제3일'의 희망을 증언하는 '제3일'의 존재가 되어야 한다. 한국교회는 생명의 하나님의 이름으로 죽음의 우상과 대결하는 진리의 소리가 되어야 한다. 허물과 죄로 얼룩진 자아의 동굴에서 빠져나와 하나님 앞에서 책임적 인간으로 살아가는 양심의 소리가 되어야 한다. 냉전적이고 확증편향적이며 교조적이고 전체주의적인 진영의 동굴에서 빠져나와 복음의 총체성과 온전성을 증언하는 집단지성의 소리가 되어야 한다. 인지부조화의 오류에 빠져 자기만족적 행위를 즐기는 나태와 안일의 동굴에서 나와 하나님의 생명정치에 참여하는 연대의 소리가 되어야 한다.

돈과 권력과 명예를 추구하며 물질만능주의와 성장지상주의에 매몰된 한국교회의 교권체제가 예수 그리스도의 자기 비움의 영성의 힘으로 거듭나므로 한국교회에 근본적인 존재의 변화가 일어나기 바란다. 한국교회가 고난 가운데서도 성령의 도우심과 꾸밈없는 사랑과 진리의 말씀과 하나님의 능력으로 살아가는 존재로 거듭나므로 복음의 진보를 이루기를 바란다. 누구에게도 매여 있지 않는 자유인이지만 복음을 위하여 스스로 모든 사람의 종이 되므로 그들과 다 같이 화해와 일치의 복음의 축복을 나눌 수 있기를 바란다.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모든 사람을 존중하며 공정을 행하므로 인간의 편견이 만들어낸 경계들로 인해 구조화된 불의를 해결할 수 있기를 바란다. 풍요 속에서 생명의 안전을 위협당하고 있는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이 누구인지를 숙고하며 우리 시대의 악행과 불의에 맞서서 하나님의 나라와 그의 의를 위한 변혁적 행동을 실천할 수 있기를 바란다.

부활하신 예수 그리스도는 십자가에 달리신 하나님이시다. 하늘 영광을 버리시고 십자가의 죽음의 자리에 이르도록 낮아지신 예수 그리스도의 자기 비움이 세상을 살리는 사랑과 정의의 역사를 촉발시켰다. 예수 그리스도의 자기 비움 속에 이미 사랑으로 정의를 완성하시는 하나님의 구원 역사는 싹을 틔우고 자라고 있었다. 부활 신앙은 십자가 아래서 부활의 산 소망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의 순례의 여정을 이끄는 원동력이요, 수난당하는 삶의 자리에서 보배를 담은 질그릇과 같은 삶을 살아가도록 하는 존재의 힘이다.

이홍정 총무 /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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