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심 이동

중심 이동

[ 논설위원칼럼 ]

김한호 목사
2023년 04월 03일(월) 11:29
쾰른 대성당은 세계에서 가장 큰 고딕 양식의 성당이다. 13세기에 착공되어 19세기가 되어서야 완공되었다. 고딕양식의 높은 탑이 세워진 이유는 신의 영광에 더 나아가기 위함이다. 중세 천 년 동안 신을 중심으로 하는 예술이 발전되었다. 그러다가 신 중심에서 인간 중심으로 변화가 일어난다. 이 시기를 르네상스라고 부른다.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시작되는데 경제적인 부를 축적한 상인들은 신의 초상 대신 자신들의 초상화를 제작하기 시작하였다. 신 중심에서 인간 중심으로 이동되면서 일어난 가장 큰 사회적 변화는 기계식 시계의 등장이다. 자연력을 이용하는 해시계나 물시계가 아닌 기계력으로 만든 세계 최초의 기계식 시계가 13세기 유럽에서 등장하였다. 이로 인해 과학의 세계관이 생겨나고 신대륙을 발견하게 하며 과학혁명을 발전시켰다. 생명까지 신께 맡기던 이들이 인간 중심으로 생각하고 결정하며 살아가기 시작하였다.

신 중심의 구조에서 인간 중심으로 바뀌어 가는 것은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챗 GPT(Chat 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는 세계 최대 AI연구소인 오픈AI가 만든 대화형 검색기능의 인공지능인데 사용자가 1억 명을 넘었다고 한다. 이것은 자료 검색만이 아니라 사람과 직접 채팅을 하듯 질문하고 답을 하면서 내가 원하는 것들을 알아서 대답해 준다. 챗 GPT는 기계학습을 통해서 웹에 올려진 수많은 문서를 보고 학습을 하며 이를 통해 지식을 축적한 후 그 지식을 바탕으로 인간처럼 추론이 가능해졌고 사고력도 높아졌다. 그러나 신 중심의 기준에서 보자면, AI에게는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고 깨닫는 지혜가 없다. 전능하신 하나님을 경험하는 신앙의 체험이 없다. 분명한 한계를 가지고 있는 기계를 의지하기보다는 우리의 모든 것을 아시고 함께하시는 전능하신 하나님을 붙들고 살아가야 한다. 미래의 세상은 점점 우리를 편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챗 GPT와 같은 유형의 수많은 프로그램들이 개발되어 우리의 삶에 유용하게 사용되겠지만 그 역시 한계를 마주하게 될 것이고 부족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신중심적 사고를 잃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신앙 역시 예외가 아니다. 사울이 왕위에 오른 지 2년, 이스라엘은 아직 국가로서 세력이 약하고, 군대나 조직이 미약했다. 늘 블레셋의 위협을 받았다. 블레셋은 병거가 삼만, 마병이 육천이었고 철제 무기를 보유하였다. 반면에 이스라엘은 철제무기는커녕 철공조차 없었다. 사울은 두려움이 몰려오자 하나님을 잊어버리고 자기 경험과 지식을 의지하게 되었다. 중심이 하나님에게서 인간으로 옮겨진 것이다. 우리 역시 말씀을 붙들고 산다고 하지만 사울처럼 환경과 상황에 따라 자기중심으로 살아가고 있진 않을까? 건강, 물질, 은퇴 이후 등 여러 가지 두려움들이 하나님을 의지하기보다는 세상의 경험과 방법을 찾게 만들고 있진 않은지 우리를 돌아보게 한다. 그런 점에서 매년 고난주일과 부활주일을 맞이할 때마다 생각하게 되는 것은 인간중심 사고로 살아왔던 시간들을 철저히 가슴을 치며 회개하고 우리가 얼마나 신 중심 사고에서 멀어진 부끄러운 삶을 살아왔는지를 반성하게 된다.

이제는 하나님 중심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부활의 기쁨을 생각해야 한다. 성도는 중심에 부활의 주님을 모시고 사는 사람이다. 세상 속에서 치열한 삶을 살아가지만 결국 우리는 사망권세를 이기시고 승리를 주신 주님을 따르는 그리스도인이다.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무언가 하지 않으면 뒤처질 것 같은 강박관념이 하나님 중심의 믿음을 흔들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세상에서 성공이 아니라, 주님을 섬기고 예배하기 위해 사는 자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부활하신 주님을 마음 중심에 모시고 살아가는 것이 힘이요 능력이다. 부활의 계절을 보내는 지금, 죽음에서 생명으로 나아가는 중심 이동을 통하여 신앙의 바른 길을 설정하고 주어진 사명의 길을 담대하게 걸어가야 할 것이다.

김한호 목사 / 춘천동부교회·서울장신대 디아코니아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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