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물어야 합니다"

"종종 물어야 합니다"

[ 논설위원칼럼 ]

양의섭 목사
2023년 03월 13일(월) 09:57
전에 한 다툼이 있었다. 목사와 장로가 낀 다툼이었다. 이것을 해결해야 하는데 난제 중에 난제였다. 어디서부터 풀어야 할지 힘들었다. 각자의 입장에서 하는 말들을 들었는데 이야기를 듣고 보면 다 이유가 있고, 타당했다.

그럴 수 있다. 때로는 억울하다고 눈물 흘리는 데 공감이 된다. 고개가 끄떡여진다. 그러다 보니 도대체 누가 가해자고 누가 피해자인지, 누가 선인인지 누가 악인인지조차 혼란스럽기만하다. 그 갈등을 풀어주고, 난제를 해결해야 하는 필자로선 정말이지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한참을 듣고 있다가 불쑥 물었다. "목사님 생각, 다 맞습니다. 장로님 주장, 다 이해가 됩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이럴 때 뭐라고 하실까요?" 신학생 시절에 읽었던 책, 찰스 쉘던(Charls M. Sheldon) 목사의 '예수님이라면 어떻게 하실까?(In His Steps: What would Jesus do?)'가 생각나서 그리 물었다. 그러자 목사도, 장로도 주춤하였다.

한국교회, 정말 열심이다. 목사도 열심, 장로도 열심, 교인들도 다 열심이다. 그런데 그러다가 다툼이, 갈등이 일어나면 거기에 예수님이 안 계신다. 자기 고집, 자기 소신, 자기 처지만 존재한다. 마치 예수님께 명받고 목회를 하는 게 아니라 자기 소신대로 사업을 하는 이들 같다. 교회에는 목사의 의도, 장로의 의도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좀 시간이 걸려도, 좀 돌아가도 예수님의 뜻이 중요하다.

그러기에 한국교회는 종종 물어야 한다. 그것을 왜 하는지, 자기 욕망, 자기가 하고파서 하는 건 아닌지 자꾸 확인해야 한다. 마치 성경에서 "그들이 다 자기 일을 구하고 그리스도 예수의 일을 구하지 아니하되"(빌2:21)라고 한 것처럼 열심히는 하는데 예수의 일이 아닌 자기의 일을 그렇게 열심히 하기에 자기만 고집부리고 주장하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자기 일이기에 그렇게 억지 부리고 있는 건 아닌지 말이다. 그러기에 교회도 힘들고 교인들도 벅찬 것은 아닌지 말이다. 이게 신앙의 본질인지, 이게 교회의 본질인지, 이게 우리가 예수를 따르는 본질인지 고민하며 가야 한다.

우리는 무작정 달려왔다.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냥 마구잡이로 일해 왔다. 그 결과, 우리 한국교회는 한국 사회에서 이상한 존재가 되었다. 사람들이 교회를 이상하게 쳐다본다. 급기야 신뢰도가 땅에 떨어져 버렸다. 교회 가고픈 마음들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교회나 사회나 별 차이가 없기에 구태여 거기까지 갈 필요를 느끼지 못한 것이다. 예수님을 느낄 수도 볼 수도 없는 교회는 여느 집단과 다를 바 없다. 여느 집단에도 열정이 있고, 헌신이 있고, 섬김도 있고, 희생도 있다. 예수님만 없을 뿐이다.

이젠 좀 물어보며 해야 한다. 이젠 좀 스스로 돌아보며 살아야 한다. 이젠 이걸 왜 해야 하는지 정직하게 자문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어떨 때는 목사의 집념, 장로의 집념, 정말 힘든 것이 사실이다.

한국교회의 모든 지도자, 그리고 교우, 예수님 앞에서 모두 죽어야 한다. 복잡하고 어려울 때는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교회, 노회, 총회의 기본, 예수님의 마음으로 예수님의 일을 해야 한다. 자기 욕망, 자기 신념, 자기 고집을 예수로 가장하지 말고 정말 스스로 '예수님은 이럴 때 어떻게 하실까?' 끊임없이 물으며 주의 일에 충성하여야 한다.

양의섭 목사 / 왕십리중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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