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절벽, 목회자 절벽

인구 절벽, 목회자 절벽

[ 논설위원칼럼 ]

황세형 목사
2023년 03월 06일(월) 14:28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2022년 우리나라 출생아 수가 사상 처음 25만 명 밑으로 떨어졌다. 합계 출산율은 0.78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절반을 밑돌았다. 연간 출생아 수가 25만 명을 넘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2년 48만 명을 넘던 출생아 수는 10년 만에 반토막 났다. 정부에서는 인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최근 16년간 280조 원을 쏟아부었지만 출산율은 급락했다. 이런 현상은 내수시장의 감소와 총부양비의 증대에 따른 경제 모멘텀 상실 위기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인구절벽에 따른 노인 인구 비율의 급증, 그리고 생산연령인구의 감소는 경제성장을 가로막는 최대의 장애물이 될 것이다. 왜 이런 현실이 눈앞에 다가오고 있는가?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의 인구정책은 출산율을 낮추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아들 딸 구별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표어는 귀에 박히도록 많이 들었던 말이었다. 예비군 훈련장에서 남성들이 정관수술을 하면 훈련을 면제시켜주면서 인구 감소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미래를 예측하지 못하고 몇십 년 만에 이런 현실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미래 예측 시스템의 중대한 실수였다고 할 수 있다. 미래를 예측하지 못하고 대비하지 않으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로 보여주고 있다.

지금 한국교회의 현실은 어떠한가? 그동안 한국교회의 가장 큰 문제 중의 하나는 신학생들의 과잉 배출이었다. 신학교마다 학생 수를 감소하는 일을 우선적으로 생각했다. 신학교의 졸업생은 넘쳐나고 사역의 현장은 부족했다. 신학교를 졸업했지만 사역의 현장을 찾지 못해서 어쩔 수 없이 개척에 뛰어들고, 많은 목회자들이 자비량목회(이중직)을 통해서 생활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직면했다. 그래서 교단마다 자비량 목회의 문제를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어느 교회에서 목회자를 청빙하는 공고가 나면 수십 통의 이력서가 접수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목회자 수급의 과잉 현상이 앞으로도 계속될 것인가? 미래에 대한 예측을 정확하게 하지 않으면 한국교회는 큰 위기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요즘 목회자를 배출하는 신학교의 현실을 보면 젊은 신학생들을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신학교마다 만학도들이 넘치고 있다. 얼마 전에 목사 임직 예배에 참여했던 적이 있었는데, 목사로 임직하는 분들의 나이가 모두 50대 이상이었다. 지금은 젊은 신학생, 목회자를 찾아보기 결코 쉽지 않다. 젊은 교육전도사, 부목사를 청빙하기 어렵다는 아우성이 교회마다 계속되고 있다. 지금 한국교회 목회자들의 대부분은 베이비부머 시대의 목회자들이었다. 이 연령대에 속한 많은 목회자들이 교회를 섬기고 있다. 이제 이들의 은퇴가 시작되고 있다. 한국교회는 매년 많은 은퇴 목회자들이 나올 것이다. 이들이 은퇴하는 그 자리에 젊은 목회자들이 채워지지 않으면 한국교회는 목회자 부족 현상이 올 수밖에 없다. 인구절벽 시대에 목회자 절벽 시대가 찾아올 것이다.

목회자가 없는 교회의 현실을 상상해보라. 목회자가 없는데 교회는 어떻게 지속 가능한 부흥과 생명력을 유지할 수 있겠는가? 목회자가 없는데 교회의 성도들이 어떻게 신앙의 지도를 받고 믿음의 성숙을 이룰 수 있겠는가? 한국교회가 지속 가능한 부흥의 길로 나아가려면 목회자들이 계속해서 훈련되고 공급되어야 할 것이다. 인구 절벽의 현실 속에서 목회자 절벽의 위기를 피하기 위한 미래 예측 시스템을 통한 대비가 필요한 때가 되었다.

코로나 이후 한국교회의 신뢰도는 급감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믿음의 젊은이들은 사역자의 길로 나아가기를 주저하고 있다. 사랑받지 못하고, 존경받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 사역자의 길은 모두가 피하고 싶은 길이 될 것이다. 한국교회는 이제라도 목회자를 귀하게 보고 그 길을 향하여 나아가는 젊은이들을 격려하고 후원하는 일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진정 목회자를 소중히 여기고 귀하게 여기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젊은 헌신자들이 새벽이슬처럼 주 앞으로 나올 때 한국교회는 지속 가능한 모습으로 자라가게 될 것이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일 수 있다. 인구 절벽이 목회자 절벽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

황세형 목사 / 전주시온성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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