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일어서는 교회

다시 일어서는 교회

[ 논설위원칼럼 ]

정명철 목사
2023년 02월 13일(월) 09:30
화학의 기본 법칙 중에 '질량 불변의 법칙'이란 것이 있다. 어떤 물질이든 화학적 반응으로 인해 다른 물질로 변화해도 반응 이전 물질의 모든 질과 양은 반응 이후 물질의 모든 질과 양이 변하지 않고 항상 일정하다는 법칙이다. 이 법칙을 누구는 이렇게도 설명한다. 인풋(input)=아웃풋(output), 즉 "투입한 물질이 화학작용을 통해 변화가 생겨 산출된 물질이 달라진다고 해도 그 질과 양은 언제나 똑같다."

그런데 물질계만 아니라, 세상사나 인생사에도 이 법칙이 적용된다고 여겨진다. 인생은 하나를 잃으면 다른 하나를 얻는 법이다. 세상사는 어떤 사건이 악영향을 끼치거나 부정적 결과에 이르더라도 반대편에서는 진보하거나 긍정적 효과가 드러난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만 3년간 지구와 인류의 생존을 위협했다. 지금도 변종으로 인해 그 위험은 여전하지만, 일단 숨 고르기에 접어들었다. 코로나 위기 기간에 세계는 경제적, 문화적으로 엄청난 손실이 일어났다. 그러나 한편, 세계는 각국의 적절한 협력과 공동대처로 위기를 극복하는 소중한 경험치를 쌓았다. 예컨대, 출입국 관리,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정보교환과 공동연구, 백신과 치료제 공급에 대한 책임이나 사명감 등은 어려움을 이겨내는 데 큰 힘이 되었다. 이는 앞으로도 식량이나 전쟁, 핵 위협이나 기후 문제 등에 대한 인류의 대처 방향을 가늠하게 한다. 이는 교회에도 적용된다. 한때 코로나19는 예배의 위기를 넘어 교회 시대의 위기를 논하기까지 했다. 실제 많은 교회가 아직도 줄어든 예배 참여 인원이 회복되지 않고, 재정적 어려움도 심각하다. 목회자의 고민이 깊어가고 성도의 열정이 쉬 회복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한편, 겉으로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나름 위기를 극복해가면서 오히려 더 풍성하고 다양한 목회와 부흥의 채널을 확보한 것도 있다.

예컨대, 얼마 전까지 기독교 신앙과 인터넷 환경 사이의 교차점이 기껏 사무 행정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금은 주일의 현장 예배만 아니라, 인터넷 환경의 예배도 정착되었다. 많은 교회가 매체를 통한 예배의 인프라를 구축했으며, 예배의 개념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그런데 그게 어디 예배뿐이랴? 그동안 교회는 교회 밖의 문제에 무관심하거나 둔감했다. 기후 문제나 핵의 위험은 물론, 젠더 갈등 같은 민감한 주제는 피해 왔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이런 문제의식이 자연스럽게 교단의 정책과 교회의 기도 제목, 성도의 실천과제로 구체화 되고 있음에 주목한다. 이는 교회가 코로나19 위기에 대처하면서 심각한 사회의 변화와 주요 문제에 대한 공감 능력을 갖추어 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좀 더 가치있는 부분을 이야기해보자. 기존의 교회 생활이 '교제와 나눔'이 중심이었다면, 코로나 시대에는 '홀로의 자리'가 중요해졌다. 그러나 본래 기독교 신앙에는 '하나님 앞에서의 단독자'라는 자리가 있다. 코로나 시기에 많은 단절과 외로움을 겪으며 '코로나 블루'(코로나로 인한 우울증세)라는 말도 만들어졌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그런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개인적 경건의 시간'을 가지며 깊고 풍성한 영성을 유지했다. 또 경건 회복의 기회는 자신을 냉정하게 돌아보는 회개의 기회도 가져왔다. 우리끼리만의 교제, 개인적 경건의 시간을 넘어 지역과 세상을 향한 적극적 섬김과 나눔으로 그 깊이와 넓이를 확장할 수 있음을 경험했다. 초기 예루살렘 교회가 이웃에게 칭송받으며 부흥하였음(행 2:47)을 기억한다면 너무나 당연한 결과이다.

예배가 어려웠던 그때 우리 의식은 어땠는가? 그때 우리가 무엇을 하며 어떻게 보냈는가를 성찰해야 한다. 예배가 없던 공간을 누군가를 위한 중보자의 마음과 섬김으로 채우지 못했음을 부끄러워하자. 우리가 그간 예배를 통해 '회개와 변화의 삶'을 추구해 왔다면, 이번 코로나의 위기는 실천적 신앙의 기회였음을 아쉬워하자. 그리고 어제 못했다면, 오늘과 내일은 머뭇거리지 말고 변화를 실천하자. 교회의 회복과 예배의 부흥은 이렇게 시작되어야 한다. 우리의 이런 경험이 교회와 성도의 영적 세계도 '질량 불변의 법칙'이 적용될 수 있지 않을까?

정명철 목사 / 도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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