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뉴어리(January)와 야누스(Janus)

재뉴어리(January)와 야누스(Janus)

[ 논설위원칼럼 ]

이진구 목사
2023년 01월 16일(월) 08:20
겉과 속이 다르고 상황에 따라서 이중적인 자세와 태도를 가진 사람, 자기 이익의 여부에 따라 태도를 쉽게 바꾸는 사람 즉 위선적이고 변덕스러운 사람을 일컬어 '야누스의 얼굴을 가진 사람'이라는 말을 쓴다. 야누스(Janus)라는 말의 기원은 로마신화 중 성문을 지키는 수호신의 이름을 따 온 말이다.

성문을 지키기 위해서는 앞쪽도 뒤쪽도 바라봐야 하기 때문에 야누스는 부득이하게 얼굴이 두 개여야 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야누스를 두 개의 얼굴을 가진 표리부동(表裏不同)한 사람들에게 빗대어 사용했지만 애초에 로마인들이 성문의 수호신 이름을 야누스라고 했을 때는 정면의 얼굴은 미래를, 뒤통수는 과거를 주시하고 지켜본다는 의미로 사용했었다. 두눈을 부릅뜨고 현재의 자리에서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조망하는 통찰을 강조한다는 의미로 사용한 것이다.

다 알고 있겠지만 1월을 영어로 '재뉴어리(January)'라고 부른다. 성문을 지키는 수호신을 상징하는 야누스(Janus)에서 비롯된 말로, 한해의 문을 여는 달이라는 뜻이다. 과거로 가느냐 아니면 미래로 가느냐의 출발점이 성문에서 시작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과거를 향해 가면 1월은 과거지향적인 시간이 될 것이고 미래를 향해 출발하면 1월은 미래지향적인 출발점이 되는 것이다.

옛말에 '첫 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첫 단추가 잘 꿰어지지 않으면 자동적으로 아래 단추들은 어그러지게 되어있다. 그런 의미에서 1월 달은 정말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무엇부터 시작할 것인가? 어떤 것에 주안점을 두고 시간을 보낼 것인가?

연초에 내 자신과 했던 약속이 있었다. 새벽기도 외에 정오와 저녁 8시에 알람과 함께 기도의 시간을 갖겠다고 …, 그리고 하루에 한 시간 이상은 성경을 읽고 매일 한구절씩 말씀을 암송하겠노라고. 어떻게 생각해보면 목사가 새해 벽두에 한 약속치고는 너무 수준 떨어진 유치한 약속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아는 사람은 다 알고 있다. 목사라는 직책이 자연스럽게 성경을 읽게 하고 말씀을 연구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무지에 나이탓까지 더해 퇴보하는 암기력의 한계를 느끼며 말씀을 암송하려고 발버둥 쳐대며 힘써보지만 하루 한구절 성경암송이 쉽지만은 않다. 그러나 어렵다고 미래지향적인 몸부림을 포기할 수는 없다. 매일 성경 읽고 큐티하는 일이야 목사의 당연한 일상이 되어야 하지만 그 당연함이 쉽지 않으니 이것은 뭐가 잘못되어도 크게 잘못된 게 틀림없다. 당연한 것이 당연하게 되기 위해서는 먼저 나와의 치열한 영적 싸움을 싸워야 함을 날마다 확인하고 있는 것이다.

야누스의 얼굴은 성문 수호신에게만 있는게 아니라 내게도 존재하고 있는 듯하다. 습관에 젖어서 하던대로의 관행을 무기삼아 편안하게 지내기를 원하는 얼굴과 단 한걸음일지라도 앞을 향해 나가고자 자신을 쳐서 복종시키려고 하는 또 다른 나의 얼굴, 오늘 하루 동안에도 두 얼굴이 서로 싸운다. 치열하게 싸운다. 그것을 느끼며 성경에 기록된 바울 사도의 외침이 들리는 듯하다.

"그러므로 내가 한 법을 깨달았노니 곧 선을 행하기 원하는 나에게 악이 함께 있는 것이로다 내 속사람으로는 하나님의 법을 즐거워하되 내 지체 속에서 한 다른 법이 내 마음의 법과 싸워 내 지체 속에 있는 죄의 법으로 나를 사로잡는 것을 보는도다 오호라 나는 곤고한 사람이로다 이 사망의 몸에서 누가 나를 건져내랴"(롬7:21~24).

이렇든지 저렇든지 중요한 것은 1월의 문은 열렸고 이미 보름 이상을 달려와 버렸다. 만일 우리 걸음의 방향이 과거를 향해 가고 있다면 빨리 돌이켜 미래를 향해 달음질해야 할 것이고 미래를 향한 발걸음을 시작했다면 과거는 돌아볼 이유도 없이 생명과 복이 기다리고 있는 미래지향점을 향해 성실하고 끈기 있게 나아가야 할 것이다. 이 글을 읽는 모든 이들의 2023년 발걸음이 진취적이고 밝은 미래를 향한 승리의 발걸음이 되기를 간절히 소망해본다.



이진구 목사 / 성루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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