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로교회와 장로교 신학

한국장로교회와 장로교 신학

[ 총회 창립 110주년 기획 ]

안교성 교수
2022년 10월 13일(목) 08:27
올해는 한국장로교회 총회 설립 110주년이다. 한국장로교회 사상의 핵심인 장로교 신학은 어떤 것일까? 종교개혁은 크게 세 가지 흐름으로 나뉜다. 주류 종교개혁, 과격한 종교개혁(재세례파 전통), 반종교개혁(가톨릭 개혁) 등. 주류 종교개혁은 다시 루터교와 개혁교회로 나뉘는데, 개혁교회는 스위스 종교개혁이 그 기원이다. 개혁교회 초기 대표적 개혁가는 츠빙글리와 칼뱅으로, 개혁교회나 개혁신학을 칼뱅주의(Calvinism)라고 부르기도 한다.

개혁교회는 유럽대륙과 영미권으로 퍼져나가면서, 유럽 개혁교회와 영미권 장로교회로 양분됐다. 따라서 개혁교회는 이중적인 의미를 지니는데, 유럽과 영미권을 망라한 개혁교회(광의) 혹은 유럽 개혁교회(협의)를 가리킨다. 유럽 개혁교회와 장로교회는 전반적으로 유사하나, 차이도 있다. 교회 정치에 있어서, 유럽 개혁교회와 장로교회는 치리회를 강조하는 대의제를 택하지만, 전자 중 일부는 역사적 상황에 따라 감독제를 채택했다. 신조에 있어서, 유럽 개혁교회는 '일치 삼 신조'(Three Forms of Unity) 곧 벨기에 신앙고백, 도르트 신조,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이 기본이고, 장로교회는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이 기본이다.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은 얄궂은 운명을 겪었는데, 원래 영국 성공회가 장로제를 교회 정치체제로 채택하려고 마련했다가, 감독제를 채택하면서 무용지물이 되고 말았다. 다행히도 스코틀랜드[장로]교회가 이것을 수용했다. 어떤 의미에서 장로교 신학은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의 재해석 과정이다.

이후 유럽에서 미국을 향해 이민이 시작되자, 유럽 개혁교회와 장로교회가 모두 미국에 공존하였고, 그 결과 더욱 복잡한 양상이 벌어졌다. 가령 한국 최초의 장로교 목사 선교사인 언더우드는 개혁교회 신학교인 뉴브린스윅신학교 출신인데, 막상 개혁교회가 파송할 수 없자 대신 장로교회 선교사로 한국에 왔다. 한편 대한장로회신학교(장로회신학대학교의 전신)를 세운 마펫은 스코틀랜드 이민자 후손이자 장로교인으로, 장로교 정체성이 강했다. 한국장로교회는 대다수 선교사가 미국장로교회 선교사라서, 장로교 신학의 영향이 강했다. 특히 미북장로교회 프린스턴신학교의 구(舊)프린스턴 신학이 힘을 발휘했는데, 이 신학은 성서론을 중심으로 한 보수적인 신학이었다. 그런데 한국에는 경전을 중시하고 창작보다 기존 내용을 수용하는 '술이부작'(述而不作)적 전통이 있어서, 이런 신학이 어렵지 않게 수용됐다.

한편 신생 교단인 한국장로교회는 첫 번째 신조로 비교적 내용이 간략한 '12신조'를 채택했다. 이것은 인도장로교회 신조를 기본으로 한 것으로, 선교사들이 아시아의 장로교회 간에 연합과 일치를 위해 마련했다. 따라서 한국장로교회의 신학은 한편으로는 선교지 상황에서 마련된 12신조와 장로교회 전통에서 나온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을 양 축으로 한다. 한국장로교회의 신학 갈등은 결국 이 두 가지로 소급돼 해결되곤 했다.

한국장로교회의 경우, 해방 이전에는 주로 장로교 신학이 소개됐다가, 해방 이후에는 유럽 개혁신학도 소개되기 시작했다. 후자를 소개한 통로는 주로 고신측이었다. 한국장로교회가 여러 교단으로 분열되면서, 장로교 신학은 공통적으로 수용하지만, 유럽 개혁신학 특히 사회적 지향성이 강한 유럽 개혁신학은 교파마다 수용에 있어서 편차를 보였다.

한국장로교회는 세계장로교회의 신학을 수용하거나 자신의 입장을 표방하거나 독특한 신학을 발전시켜 왔다. 가령 구프린스턴신학을 비교적 충실하게 수용하는가 하면, 미국[연합]장로교회가 1967년 바르트의 화해론에 기초한 신앙고백을 내놓자 타 교단의 신조인데도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시하기도 하고, 민중신학 같은 한국적 신학 구성에 참여하여 세계교회와 교류하기도 했다. 한국장로교회는 장차 세계장로교회를 필두로 한 세계교회와 교류하면서, 전통을 비판적으로 해석해 수용하는 한편, 새로운 신학을 제시해 공유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안교성 교수 / 장로회신학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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