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과 증오로 얼룩진 선거판

미움과 증오로 얼룩진 선거판

[ 논설위원칼럼 ]

김기태 교수
2022년 06월 13일(월) 08:04
3월과 6월 연이은 대선과 지방선거가 끝났다. 하지만 잔치처럼 치러져야 할 선거가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기고 있다. 선거가 끝난 후 승자에게는 축하를, 패자에게는 위로를 보내면서 서로 격려를 주고받는 깔끔한 마무리가 필요한데 지금 우리 사회는 전혀 거기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축하와 위로는커녕 미움과 증오로 가득찬 상대방 비난과 공격이 계속되고 있다. 새 정부가 출범했지만 선거에서 승리한 진영이나 패한 진영 모두 미래를 향한 정책이나 방향을 두고 머리를 맞대는 모습은 보이지 않고 여전히 상대방 공격과 비난 일색의 싸움을 계속하고 있다. 자신들의 잘못과 실수를 돌아보는 진정한 자기 반성도 없고 새로운 미래 비전을 향한 생산적인 논의도 없는 그야말로 겸손과 성찰이 실종된 현실이다. 이런 최악의 정치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데는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자리잡고 있는 미움과 증오의 정치 문화 때문이다.

지난 선거는 좋은 후보를 선택하기 보다 덜 나쁜 후보를 선택해야 했던 곤혹스런 선거였다.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의 면면이나 그들의 선거 과정에서 국민들에게 대한민국을 이끌고 갈 수 있는 능력이나 비전을 제시하기 보다는 상대방의 약점이나 문제점을 드러내고 공격하는 일에 몰두했기 때문이다. 이런 네거티브 선거 운동은 결국 미움과 증오를 통해 지지자를 모으는 약탈적 정치 행태로 귀결되었다.

저질스런 언사와 욕설로 가득한 유튜브 채널이 돈벌이가 되는 한심한 세상이다. 욕설, 빈정거리기, 모욕주기, 저주하기가 선거운동의 주요 수단이 됨에 따라 유권자들은 자연스럽게 정치 혐오, 정치 무관심의 나락으로 빠져들었다. 정치지도자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그들에게 요구되는 책임감과 도덕성 그리고 능력을 검증하거나 강조하는 단계를 아예 생략한 선거 결과가 국민들의 마음을 흡족하게 만들 수 없음은 당연하다.

이제라도 한국 사회가 더 이상 미움과 증오를 토대로 정쟁을 일삼는 망국적 정치 행태를 버려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우리 그리스도인들의 선제적인 성찰과 실천이 요구되는 시대이다. 교회가 세상을 바르게 이끌어갈 수 있는 올바른 지도력을 회복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상호 존중과 이해 그리고 소통과 소망의 정치문화를 조성하는 일에 교회가 적극 나서야 한다. 우리 교회가 강조하고 실천해 온 사랑과 겸손, 이해와 용서의 가치관이 한국 사회 전체로 퍼져나가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교회 안에서의 변화와 개혁이 선행되어야 한다. 교회 또는 교단의 각종 선거 과정에서부터 서로 장점과 강점을 부각시키는 차원의 긍정적인 선거 문화를 정착시켜야 할 것이다. 상대방의 약점과 문제점을 은근히 부각시키거나 심지어는 허위와 과장으로 가득찬 잘못된 정보를 선거에 이용하는 일은 절대 근절되어야 한다.

혼탁한 세상을 구하기 위해서는 국민 모두가 인정하고 따르는 선한 영향력과 권위가 필요한 세상이다. 권위 있는 사람, 권위 있는 말, 권위 있는 미래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집단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하다. 오늘날 교회의 존재 이유를 바로 여기에서 찾아야 한다. 교회 지도자의 권위 있는 말 한마디가 갈등과 다툼에 빠져있는 사람들에게 화해와 화합의 길을 열어주고 미래를 향한 희망과 소망의 비전을 제시하는 횃불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 길만이 교회가 세상으로부터 외면받지 않고 떠나간 그리스도인들을 다시 돌아오게 만드는 한국교회 회생의 돌파구가 될 것이다.



김기태 교수 / 호남대, 문화교회 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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