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시대, 교회의 새로운 숙제

변화하는 시대, 교회의 새로운 숙제

[ 논설위원칼럼 ]

조수진 교수
2022년 05월 24일(화) 10:14
방송을 녹음할 때 사용했던 둥그런 릴테이프가 카세트 테이프로, MD로, CD로, 그리고 컴퓨터로 바뀌었다. 필자가 1994년에 방송사에 입사한 후 채 20년도 되지 않는 시간 동안의 변화였다. 그런데 이제는 콘텐츠가 어떤 플랫폼으로 유통되는 지가 더 중요해진 시대가 되었다. 지상파 언론의 영향력은 감소하고 유튜브를 통한 콘텐츠의 영향력은 날로 커간다.

디지털 세상에서 수용자와의 쌍방향 소통이 중요해지면서 지상파 방송의 고민도 깊어가고 있다. 최근 연예인들이 본캐와 부캐로 제2의 전성기를 누리는 것처럼 언론사도 그 고민을 부캐로 해결해보려 한다. 저마다 디지털 전략을 내세워 부캐인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수용자의 눈높이를 맞추고 쌍방향 소통을 시도하며 고군분투 중이다. 이러한 채널이 버티컬 브랜드(Vertical brand) 채널이다. 디지털화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언론사들은 기존 콘텐츠를 그대로 인터넷에만 올리면 수용자들이 쫓아와 줄 것이라는 '착각'으로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 왔다. 새로운 플랫폼에 맞는 새로운 형식의 메시지, 콘텐츠가 필요한 데 말이다.

기성 언론이 이런 시행착오를 겪어 오는 동안 기독교 언론은 어떠했는지 들여다 본다. 특별히 한국기독공보를 비롯한 교단지들은 종이신문을 더 이상 찾지 않는 수용자들을 향해 어떤 디지털 전략을 세워가고 있는가? 뉴욕타임즈 (New York Times)는 지난 2014년, 97쪽에 달하는 혁신보고서를 발간했다. 이 보고서의 주요 내용은 미디어 환경 변화와 뉴스 소비행태 변화에 따른 '디지털 퍼스트(Digital First)'전략을 강조한다.

한국언론진흥재단과 영국 로이터저널리즘 연구소(Reuters Institute for the Study of Journalism)가 발간하는 '디지털 뉴스 리포트'에 따르면, 46개 조사대상국 중 우리나라가 온라인을 통한 뉴스 이용이 72%로 가장 높다. 전 세계 평균이 33%인 것에 비하면 높은 수치다. 이러한 뉴스 이용률에 비하면 우리의 디지털 전략은 아직은 미흡하다. 그리고 기독교언론의 디지털 전략은 다소 늦은감이 없지 않다.

최근 2~3년 동안, 각 교단의 교단지들은 서둘러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독자와 쌍방향 소통을 시도하고 있다. 그나마 우리 교단의 신문사가 가장 빠르게 대처해 나가면서 교단지의 디지털화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러나 너무 열악하다. 전문 시스템, 스튜디오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고, 전문 인력도 제대로 배치되지 못한 채 디지털로 진입하고 있다. 열악한 환경에서 어렵게 만들어낸 콘텐츠도 조회수 경쟁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교단과 교회의 관심이 필요하다.

코로나 시기를 지나면서 한국교회에 닥친 여러 위기, 그리고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가야할 숙제들이 생겼다. 코로나로 대면 예배가 어려워진 대부분의 교회는 온라인 예배로 빠르게 전환하면서 여러 시설을 갖추었다. 코로나가 진정되고 다시 대면 예배로 전환되고 있지만, 기왕에 갖춰놓은 그 시스템을 앞으로도 적극 활용해 교회마다 미디어 선교의 새로운 모델들을 만들어가야 한다. 때로는 교단, 교회, 교단지, 신학교, 기관들이 연합해 다음 세대를 위한 양질의 콘텐츠 개발에도 힘써야 한다. 팟캐스트, 유튜브 조회수 상위권에는 늘 이단 사이비 집단이 만든 콘텐츠가 기독교를 가장해 자리잡고 있는 상황이다. 디지털 미디어에 익숙한 세대들과 쌍방향으로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교회가 놓치지 않길 바란다.



조수진 교수 / 장로회신학대학교 교양학(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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