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질서는 보존되고 있는가?

창조질서는 보존되고 있는가?

[ 논설위원칼럼 ]

박재필 목사
2022년 04월 18일(월) 08:20
교회로 출근하는 길에 매일 듣는 아침 클래식 방송에서 진행자가 오프닝 멘트를 하면서 묻는다. "자연은 어디에서 왔는가?" 물론 곳곳에 만개한 벚꽃의 향연과 한창 물이 오르는 산들의 아름다움을 묘사하려는 의도였지만 그리스도인은 같은 언어를 신앙의 언어로 다시 듣는다. 이 질문에 우리는 하나님의 창조로부터 왔다고 당연히 대답한다. 하나님으로부터 왔기에 우리는 모든 하나님의 창조질서를 보존할 책임감을 절실히 느껴야 한다.

도시에서 목회하고 있지만 아주 가까이에 농촌이 있다. 매일 지역방송국의 자체 제작 뉴스를 보면 아무래도 농촌지역이 많다 보니 농사 관련 뉴스가 잦다. 서울에 살았을 때는 관심도 없었을 뉴스가 이제는 살갗에 닿는 때가 많다.

예를 들면, 금년 봄을 맞으면서 우리나라에서 꿀벌 78억 마리가 실종되었다는 뉴스다. 각 언론에 다 보도가 되었지만 농사를 짓지 않는 분들에게는 사소한 소식일 뿐이다. 하지만 벌이 사라지면, 과학자 아인슈타인은 인류는 4년 안에 멸망한다고 예언을 할 정도로 생존의 문제가 된다. 벌은 전 세계 과일과 채소의 수분 70%를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뉴스에서 벌이 사라짐으로써 가루받이를 하는 농사에 위기가 왔다고 보도한다. 딸기를 농사하는 비닐하우스 한 동에 벌 한통을 놓아두면 벌들이 알아서 하루면 수분을 하는데, 벌을 구하지 못해 사람이 이틀 사흘을 일해야 겨우 한 동을 수정 작업할 뿐이다. 사과, 복숭아, 배 등 우리가 편하게 구했던 과일들이 그렇게 생존의 위기를 맞는다. 벌이 사라지면 식물이 멸종하고, 그것을 먹고 사는 인간과 동물들이 함께 멸종해간다.

금년 봄, 우리나라 역사상 최대의 산불 피해를 경험했다. 국가가 열흘이 넘어도 해결하지 못한 것을 단 하루의 비가 완전진화를 해냈다. 이제 미세먼지는 기후의 변수가 아니라 상수가 되었다. 잦은 태풍과 강과 바다의 녹조는 매해 찾아오는 악성 단골이 되었다. 사스에서 에볼라, 메르스, 신종플루를 거쳐서 여전히 진행형인 코로나19 감염병이 우리 곁에 머물면서 인명을 앗아가고 있다. 많은 바이러스 전문가들은 코로나는 완전 종식되지 않을 것이고, 또 다른 변이나 전혀 다른 바이러스로 금년 안에 또는 짧은 기간 안에 우리에게 다시 찾아올 것이라고 예측한다.

제레미 리프킨(Jeremy Rifkin) 같은 경제학자는 코로나의 확산을 생태계의 교란에서 찾는다. 생태계의 질서가 무너지면서 기후변화를 불러왔고, 그 결과로 지구의 물 순환이 바뀌고, 인간이 야생동물의 터전을 침범하면서 야생동물이 인간들 곁으로 이주했고, 야생동물의 몸에 올라탄 바이러스가 인간에게로 넘어와 전염병을 일으킨다며 생태계의 회복이 없이는 앞으로 또 다른 전염병의 발생을 차단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우리는 과연 하나님의 창조질서 보존(Integrity of Creation)에 관심을 갖고 있기는 한가. "나는 전능하신 아버지 하나님, 천지의 창조주를 믿습니다"라는 창조 신앙고백은 예배 시간의 한 순서에 불과할 뿐이고 실제 삶의 자리에서 우리는 여전히 파괴자로 사는 환경에 익숙하다. 편리해진 문명의 발전에 기대어 조금의 불편함도 감수하지 않으려는 태도로 산다.

하나님의 창조질서 보존은 우주 행성의 질서 회복이나 우주 쓰레기의 처리 같은 거대담론의 문제가 아니라 오늘 내 삶의 자리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우리는 하나님이 창조한 피조물을 원래대로 보존하려는 신앙고백적인 자세여야 한다. 한 사람의 그리스도인으로서, 그리고 한 사람의 세계 시민으로서 각자 삶의 자리에서 지켜야 할 창조의 질서는 무엇인가 다시 생각하는 삶을 살아보자.



박재필 목사 / 청북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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