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선진국을 갈망하며

정치 선진국을 갈망하며

[ 논설위원칼럼 ]

유재봉 교수
2022년 03월 14일(월) 08:22
우리나라는 1964년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설립된 이후 오랫동안 개발도상국으로 있으면서 선진국을 꿈꾸며 늘 부러워했다. 역사상 유사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한국은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루었으며, 드디어 2021년 7월에 유엔무역개발회의의 만장일치로 32번째 선진국으로 지위가 변경되었다. 전 세계가 공적으로 한국을 선진국으로 인정한 것이다.

우리는 오랫동안 개발도상국이라는 이름에 익숙해져, 오히려 '선진국'이라는 말이 몸에 맞지 않은 옷처럼 어색하게 느껴질지 모른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적어도 경제적으로는 개발도상국들이 선망하는 선진국이 된 것이며, 이에 자부심을 가질 자격이 있다.

선진국이라는 것은 경제적으로 어느 정도 먹고 살 만한 나라가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선진국이 되었다는 것은 이제까지 다른 나라의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가난한 나라를 도와주는 책무를 가지게 된다. 그러나 인간은 욕심과 이기심 때문에 어려운 국가를 도와주기보다는 더 많은 부를 축적하고 더 강한 나라를 유지하고 싶은 유혹이 있다. 선진국이 된다는 것은 여러 나라가 존경하고 본받고 싶은 모범 국가로서의 위상을 갖추어야 한다.

여러 나라의 존경을 받는 진정한 의미의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경제적인 역량만 갖추고 있는 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카타르나 아랍에미리트 등은 우리나라보다 경제적으로 부유한 국가이지만, 그들 국가를 선진국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선진국이 되려면 교육지수를 포함하는 인간개발지수(HDI)가 높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2000년부터 실시된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모든 영역에서 지금까지 최상위의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교육뿐만 아니라 가시적으로 결과가 드러나는 모든 영역에서 뛰어난 역량을 보이고 있다. 이에 비해, 단기간에 길러질 수 없거나 표면적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 것들, 예컨대 내적 성향과 관련된 시민의식 등은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시민의식은 물론 교육을 통해 길러지는 것이지만, 그것이 잘 길러졌는지가 가장 잘 표출되는 곳이 정치영역이다. 건전한 정신을 가진 제대로 교육받은 사람인지는 평상시 정치인의 언행에서도 드러나지만, 정권을 재창출하느냐 교체하는지를 판가름하는 박빙의 긴박한 상황에 처한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에서 각 당과 후보자의 공약이나 연설 또는 토론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인간은 위급한 상황이 되면 숨겨져 있던 거친 모습이 잘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번 대통령 선거에서도 폭로와 거짓과 비방과 음모가 가득한 소위 '네거티브' 전략과 유세가 판을 쳤다. 불행히도 아직 정치 선진국과는 거리가 멀다. 이렇게 하여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국민들에게 무엇을 가르칠 수 있단 말인가. 우리나라가 진정한 정치 선진국이 되려면, 이런 네거티브 전략이 전혀 통하지 않는 사회가 되는 것이다. 플라톤은 '국가'에서 '철학자-군주', 즉 세상의 이치를 공부하여 제대로 이해하고 충분한 실무경험을 쌓은 사람이 군주가 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희망컨대, 우리 대통령도 국민이 존경하고 세계 어떤 정상과 어깨를 견줄 수 있는 건전한 상식과 품격을 갖춘 교양 있는 정치지도자이길 기대한다. 대한민국은 경제 선진국에 이어 정치 선진국의 면모를 갖춤으로써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서 위상을 가지고 세계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날이 하루빨리 오길 갈망한다.





유재봉 교수 / 성균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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