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언어, 세상과 달라...'불통'"

"교회의 언어, 세상과 달라...'불통'"

[ 창간특집 ] 창간 76주년 기념 좌담회...기독언론 역할 강조

김성진 기자 ksj@pckworld.com
2022년 01월 11일(화) 08:02
일시 : 2021년 1월 5일 오후 2시
장소 : 한국기독공보 예배실
참석자 : 정성은 교수(성균관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박진규 교수(서울여자대학교 언론영상학부)
사회 : 박만서 편집국장 / 정리·사진 : 김성진 부국장·임성국 기자



사회의 부정적 시각,
원인은 소통 부족과 권력화


편집국장: 본보가 창간 76주년 맞아 두 분 교수님을 모시고 좌담회를 개최하게 됐습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기독교를 바라보는 시각이 상당히 부정적인 것을 보게 됩니다. 언론 학자의 입장에서 근본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 한번 점검해 주시는 걸로 좌담회를 시작했으면 합니다.


정성은 교수: 일반인들은 기독교에 거는 기대가 있습니다. 그 기대에 부합하지 못했을 때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면이 있습니다. 부정적인 인식의 근본 원인은 기독교와 사회 간의 소통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기독교 안에서 어떤 사건이 벌어졌을 때에 세상을 향해 설명하고 사과하는 등의 소통이 이뤄지면 부정적 인식을 막을 수 있어요. 교회가 세상과 소통하는 미디어 중의 하나는 기독언론이고 다른 하나는 교인들 개인 미디어라고 할 수 있는데 소통을 잘 못하고 있어요. 근본 원인은 교회 언어와 세상 언어가 분리돼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을 고민해 봐야 되지 않는가 생각합니다.

박진규 교수: 세속 미디어가 개신교를 바라보며 가장 아프게 지적하는 부분은 권력화입니다. 한국 개신교가 1960~80년대까지는 대안적 위치에서 새로운 것을 제시하며 이끌어가는 역할을 했다면 90년대부터는 권력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외부적으론 기존의 정치 권력과 친밀한 관계 속에서 권력화의 모습들이 나타납니다. 스스로 권력이 된 부분도 있습니다. 내부적으로는 한국교회가 세상과 어떻게 관계를 설정해 왔느냐의 문제인 것 같아요. 세상은 죄와 악으로 대변되는 영역으로 생각을 하는데 이에 대한 성찰과 고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결국 원인은 소통의 문제이고 언어의 문제라고 봐요. 지금 한국교회에 필요한 것은 대중 언어 리터러시 교육입니다.

공공성 강화 당연한 일,
사회의 일원 될 것 요청


편집국장: 소통의 문제, 언어의 문제, 책임에 대한 문제를 말씀해 주셨는데 결국 중요한 것은 교회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회기에 총회가 '복음으로 교회를 새롭게 세상을 이롭게'라는 주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이 시대에 기독교가 가져야 될 사회적 책임과 기독교의 공공성에 대해 말씀해 주셨으면 합니다.

박진규 교수: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 교회가 공공성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그동안 개인의 영적 구원에 집중하면서 사회적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 공공성의 위기가 온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종교에 대한 세속 사회의 기대를 네 가지로 정리해봤습니다. 첫 번째는 사회의 일원이 되어 달라는 것입니다. 두 번째 기대는 사회 이슈가 생기면 종교가 개입하고 편들어 달라는 거에요. 언론 보도를 분석해 보면 약자와 정의 편에 서는 것이 종교의 역할이라고 이야기해요. 세 번째는 정신적이고 영적인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워달라고 이야기합니다. 네 번째 기대는 세속 사회에서 대안적인 가치와 질서를 보여주고 대안적인 삶을 보여달라는 것입니다. 이것이 공공성에 대한 관심의 시작일 수 있습니다.

정성은 교수: 교회 성장이나 개인의 소원 성취에 함몰 할수록 교회는 세상과 멀어지고 소통도 힘들어지며 선교는 더욱 어려워집니다. 소통의 관점에서 보면 어느 조직이든지 자기의 목표 달성에 관여 되는 사회 집단과 공존하며 소통하고 협력하면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발전시켜 나가려고 노력합니다. 교회도 사회라는 공동체 안에 속해 있기 때문에 공동체가 겪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결국 세상과 소통하는 것이 되고 전도와 선교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신앙에도 부합됩니다. 그동안 교회가 성장 위주의 경쟁을 하면서 근본적인 문제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는데 총회가 세상을 이롭게 하는 목표를 제시한 것은 긍정적이고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질문과 토론의 공간
충분히 제공되길


편집국장: 한국교회의 위기 중의 하나가 교회에서 젊은 층이 사라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젊은이들을 설득해내기에 어려움이 있는 것같습니다. 젊은 층을 상대하는 교회 언론과 사회 언론의 과제에 대해서 말씀해 주십시오.

박진규 교수: 학생들에게 가장 많이 듣는 이야기는 교회는 질문이 허용되지 않는 곳이라는 이야기입니다. 예를 들면 젠더와 동성애, 차별금지법 같은 이슈는 교회에서 금기시 되어 있어서 젊은이들이 힘들어 합니다. 그런데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시대가 되면서 사회적인 이슈와 연결된 신앙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공간들이 늘어나고 있어요. 교회에서 질문과 토론이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자기들끼리 나가서 그런 것을 만들어냅니다. 기독언론의 역할이라면 물론 교단지이기 때문에 교단의 정책과 방향을 소개하고 설명하는 것이 필요하겠지만 그것과 함께 교회 구석구석에서 이뤄지는 도전과 새로운 시도들, 소외된 목소리들, 젊은이들의 목소리, 작은 교회의 목소리, 여성들의 목소리 등을 반영하고 이야기해야 청년들의 갈증이 조금이나마 해소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정성은 교수: 교회에서 대학청년부 부장을 맡고 있어 공감이 됩니다. 청년부에 들어오면 신앙 성장 과정에서 갈등을 겪기도 하고 새로운 지식을 배우면서 신앙에 대해 돌아보고 질문도 하기 때문에 어려운 시기를 겪습니다. 질문이 허용되지 않고 교회의 고유 언어를 사용해서 하향식으로 내려오면 청년들은 견딜 수가 없는 거죠. 교회가 이제 소통도 활발히 할 필요가 있고 자신들이 스스로 경험할 수 있고 뭔가를 만들어 나갈 기회를 주어야 합니다. 그런데 청년들이 교회 안에서 이런 걸 충족하면서 성장해 나가기가 어려운 시점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박진규 교수: 청년들의 신앙 공동체가 성장했던 시기가 1980, 90년대인 것 같아요. 지금과 비교해 보면 차이가 많이 납니다. 우선 사회적인 요구 때문에 신앙생활을 우선순위에서 미룰 수밖에 없는 상황도 인식해야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 교회와 기독언론이 해야 될 부분은 기독 청년들의 목소리를 교회에 반영하고 그들의 결핍이나 갈증에 대한 관심을 가지며 청년들의 신앙을 돕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젊은 세대에 대한 관심 부족
다양한 목소리 귀기울여야


편집국장: 결국 소통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교회에서도 다양한 문서 매체도 있고 또 다양한 미디어 매체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런 매체를 통해 청년들과 기성세대의 소통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박진규 교수: 저는 오히려 질문을 해보고 싶어요. '교계 혹은 교단 내에서 젊은 세대에 대한 관심이 얼마나 많을까'라는 질문을 해봅니다. 가을철이 되면 교단 총회가 열리는데 세속 미디어들도 관심을 갖고 중요한 결정이 있으면 보도를 해주거든요. 거기에선 한국교회가 시각적으로 짙은 색의 양복을 입고 있는 중년 남성들의 집단으로 비춰집니다. 여성도 많지 않고 젊은 세대는 찾을 수도 없습니다. 40, 50대는 없고 60대가 중심입니다. 교계와 교단이 젊은 세대들의 신앙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지 질문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정성은 교수: 청년들이 자유롭게 신앙생활을 할 수 있도록 교회가 놓아줘야 될 부분도 있는 것 같아요. 특히 지역 교회는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어려워졌어요. 온라인 네트워크로 전환돼 나름 새로운 소통 방식을 개발해 나가면서 모임이 유지가 되고 있어요. 목회자들도 매일 온라인으로 또는 카톡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어요. 이제 청년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고 기독언론도 목회자들과 교회 지도자들이 청년들을 어떻게 도울 것인지를 알리는 역할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합니다.

미디어 변화에 대한 이해와
효과적 활용 관건


편집국장: 언론 매체가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언론에 대한 교회의 역할도 과거와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요즘에는 영상과 유튜브를 통해 예배까지 생중계되고 있는 상태입니다. 앞으로 언론의 변화를 교회가 어떻게 수용해 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정성은 교수: 한국 언론 환경에서 중요한 변화는 독점하던 소수의 레거시 미디어의 권력이 분산됐다는 점입니다. 예전에는 뉴스나 사회 정보의 소비자로 그쳤던 수용자들이 이제는 다양한 방식으로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기도 하고 유튜브를 통해 자기 스스로의 미디어를 가지고 세상과 소통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한 콘텐츠가 기존 레거시 미디어보다 더 많은 영향력을 끼치기도 합니다.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서 수용자들은 미디어에 대한 선택권이 많아지기도 하고 여러 사회적 정보를 손쉽게 활용하기도 하며 자기가 원하는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어요. 기독교 입장에서 볼 때, 미디어 환경의 변화가 한편으로는 기회이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어려운 점도 있어요. 특히 기독교는 공동체 중심이고 관계 중심이기 때문에 공동의 상호작용이 필요한데 코로나 상황에서 온라인으로 채워지기 힘든 부분들이 있어서 위기이면서도 기회라는 생각이 듭니다. 변화하는 미디어를 잘 이해하고 또 소통의 역량과 콘텐츠를 갖춘다면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박진규 교수: 기독교 내에서 미디어의 변화는 양면적인 태도가 공존하는 것 같아요. 부정적이고 소극적이며 멀리하고 죄악시 하는 태도가 있는가 하면 동시에 미디어 테크놀로지의 발전을 빨리 습득하고 그것을 활용하려는 두 가지 모습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번 코로나 때도 보면 초반에는 거부감이 많았지만 대형교회를 중심으로 온라인을 통해서 예배드리는 새로운 방식을 만들어내고 활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거든요. 교회 내에서 미디어에 대한 관심과 고민들이 결과들로 나타났으면 좋겠는데 죄악시하거나 재빨리 수용해서 활용하려고 하는 양극단의 모습을 보이는 것 같아서 좀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디지털 아카이브 큰 결실,
정체성과 기능의 조화 기대


편집국장: 본보가 창간 76주년을 맞아 좌담회를 갖고 있습니다. 한국기독공보는 국내 주간 신문 중에서 가장 오래된 지령을 가지고 있습니다. 76년간 우리나라 근현대사와 같이 해왔다고 자부합니다. 한국기독공보에 대한 평가를 해주셨으면 합니다. 특히 76년 동안 발행된 신문을 디지털 아카이브로 구축했습니다. 앞으로의 기대와 언론사적 가치 등에 대해서도 말씀해 주시면 도전이 되고 힘이 될 것 같습니다.

박진규 교수: 한국기독공보가 그런 작업을 한 것에 대해 놀랍고 기독교 역사와 언론사 양쪽에서 좋은 사료를 축적했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들어 가서 볼 것도 많고 이야기할 것도 많겠다 싶었습니다. 아카이빙을 완료하면서 가졌던 학술대회 영상을 봤는데 한국 사회의 굵직굵직한 사건들 속에서 한국기독공보가 어떤 역할들을 했는지, 그 안에서 레거시로 삼아야 될 것은 무엇이며 반성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 이런 주제를 가지고 학술 행사를 하셨더라고요. 과거를 과거로 끝내버리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통해 우리가 잘했던 것은 무엇이고 잘못했던 것은 무엇인가를 찾아낼 수 있는 좋은 자료가 될 수 있었어요.

정성은 교수: 아카이브는 한국교회를 위해 우리 교단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교단의 역사이기도 하지만 한국 기독교의 역사이기도 하고 또 기독교와 관련된 사회의 역사와 언론의 역사가 담겨 있기 때문에 우리 교단뿐만 아니라 한국교회 전체, 그리고 언론에도 굉장히 의미가 있는 작업입니다. 우리 교단에 대한 자부심도 느낄 수 있는 귀한 작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교회사 연구하는 분들과 한국 언론사를 공부하시는 분들에게 귀중한 자료가 될 것입니다. 한국교회가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잘못해 왔는지, 우리가 무엇을 해 나가야 될 것인지에 대한 소중한 지침들을 얻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박진규 교수: 좀더 덧붙이면, 교단의 기관지로서의 정체성의 문제입니다. 저널리즘을 이야기하면서 언론사의 소유 및 재원과 저널리즘 기능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을 하거든요. 교단지로서의 정체성이 갖는 장점과 단점이 있습니다. 단점이라면 저널리즘의 본령이 권력에 대한 감시인데 소유와 재원 때문에 권력에 대한 감시가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려운 부분이 있을 것 같고요. 장점이라면 언론이 겪는 근본적인 어려움은 재정 마련입니다. 한국기독공보는 기관지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어 장점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교단지로서의 정체성과 저널리즘 기능이 조화를 이뤄내는데 관심을 가져야 됩니다.

세상 담론들과의 연결고리
끊임 없이 생산해내길


편집국장: 기독교가 위기라는 것을 숫자적으로 표현한다면 양적인 감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감소 현상은 결국에는 재정적인 이유까지도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에서 언론으로서의 역할을 고민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교회 언론으로서의 방향을 제시해 주셨으면 합니다.

박진규 교수: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나눠 생각해봤어요. 해야 할 것은 '매끄럽지 않은 소리 내기'라고 이름을 지어봤습니다. 매끄럽지 않은 소리를 기독 언론들이 냈으면 좋겠습니다. 필요하다면 교단 정치에 대한 쓴소리도 해야 될 것이고 세상과 관계 설정에서도 다양한 목소리들이 들릴 수 있는 통로가 되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합니다. 하지 말아야 할 것은 그들만의 세상의 증거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기독언론은 한국교회가 세상과 단절되고 분리되어 교회의 논리와 언어 문화를 통해 만족하는 집단으로 비춰지지 않도록 세상의 담론과 끊임없이 연결고리를 만들어갔으면 좋겠습니다.

정성은 교수: 한국교회의 미래는 여전히 밝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기독교 자체가 희망의 종교이고 진리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기독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박진규 교수: 기독언론은 레거시 미디어와 대안 미디어의 두 가지 모습을 모두 갖출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한국기독공보는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고 칭찬해야 될 부분을 많이 가지고 있는 레가시 미디어로서 지키고 놓치지 말아야 하는 부분들이 있다고 생각을 하고요. 그러나 한국 사회 전체적으로 본다면 한국기독공보는 대안 미디어로서의 역할을 해야 된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한국 사회의 담론들을 만들어 나가는 데 영향력을 갖는 대안 미디어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고 나가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습니다.

정성은 교수: 한국기독공보는 기독교 언론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리고 교단 신문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저널리즘의 원칙들을 실현할 뿐 아니라 세상과 교회를 소통시키고 교회 안에서의 소통에도 기여하는 역할을 해 주시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아카이브를 마련한 것도 그런 모범적인 기독 언론으로서의 위상을 보여주는 사례였다고 생각합니다.

편집국장: 지금까지 한국기독공보 창간 76주년 기념 좌담회에 함께해 주신 두 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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