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새로 사는 자들에게 복이 있을진저

겨울새로 사는 자들에게 복이 있을진저

[ 논설위원칼럼 ]

김운용 총장
2022년 01월 10일(월) 08:10
포로기, 긴 어둠의 터널을 지날 때 말씀하셨듯, 어려움 가운데서 맞는 새해 아침에 주시는 말씀은 더 간절하다. 길이 없는 곳에선 길을 내시고, 길이 보이지 않는 곳에선 빛을 비추실 것이라는 말씀이 가슴을 뜨겁게 한다.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은 잊어라. 지나간 역사에 연연하지 마라. 다만 깨어있어라. 현재에 깨어있어라. 이제 나는 전혀 새로운 일을 행할 것이다"(사 43:19).

달력을 바꿔 달아서가 아니라 새 결단이 있을 때 새해일 수 있음을 우린 잘 안다. 그래서 구상 시인은 "나의 생애, 최고의 성실로서 꽃피울 새해여!"라고 노래했을 것이다. 결국 말씀 앞에서 깨어있음과 결단과 실천이 필요하다.

교회를 새롭게 하려는 개혁 운동은 목숨을 건 말씀 실천 운동이었다. 중요한 것은 기준점이다. 그래서 말씀이 중요하고, 그것을 바로 들려주는 신학이 중요하다. 장로교회의 신학적 기초를 놓은 장 칼뱅은 제네바에서 목숨을 걸고 그 말씀을 설교했고, 말씀을 따라 예배와 제도를 새롭게 하는 개혁운동을 펼쳐간다. 그 말씀을 삶으로 살아내도록 교회와 성도들을 훈련했고, 권징을 통해 교회와 도시, 성도의 삶을 개혁해 나갔다. 그 깃발을 들고 힘차게 달렸던 그 후예들은 그 아름다운 전통을 전해 주었다.

그렇게 세워진 이 땅의 '개혁된 교회'는 오늘 어떤 모습으로 서 있는가? 기준점을 다시 새롭게 해야 할 때이다. 데이비드 웰즈의 주장처럼 교회가 다시 하나님 앞에서 살아간다는 것의 신학적 의미와 확신을 회복하지 못한다면, '주' 되신 분 앞에서 겸손하게 엎드려 경외와 경배의 마음을 새롭게 하는 예배가 되지 못한다면, 하나님의 거룩하심에 사로잡힌 사람들이 도덕적 삶과 고상함(품격)을 새롭게 하며 달려가지 못한다면 교회는 그 영광을 상실하게 된다.

하지만 기준점이 바르면 언제나 당당함과 품위가 생기는 법. 헌종 때 제주도에서 긴 유배 생활을 했던 추사 김정희가 한겨울, 당당하게 서 있는 소나무와 측백나무를 보며 자신의 결심을 화폭에 담아낸 그림, '세한도'(歲寒圖)에는 인생의 한겨울에도 당당함과 우아함을 잃지 않으려는 선비의 몸부림이 담겨 있다. 그래서 한 시인은 그것을 보며 "폭설에 덮인 한겨울을 견디는 모든 것들은 견디며 깨어있는 것만으로도 눈물겹게 아름답다"고 했다.

1944년 12월, 성탄절과 새해를 앞두고 디트리히 본훼퍼는 감옥에서 쓴 시에 주를 의지하는 사람의 당당함과 품격을 담아낸다. 거기에 곡조가 붙어 찬양으로 만들어져 감사하다. "그 선한 능력에 언제나 고요하게 둘러싸여 새로운 한 해를 엽니다. 주님께서 켜신 촛불이 어두움을 밝히며 따뜻하게 타오르게 하소서. 우린 압니다. 주님의 빛이 우리의 어두운 밤을 비추고 있음을."

트렌드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나노사회'를 새해 키워드로 제시한다. 개인화는 피할 수 없는 추세인데 팬데믹은 "한국사회의 원자화"에 결정타를 날렸다면서 변화의 속도는 더 빨라지고,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면 호랑이는커녕 고양이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면서 혁신의 필요성을 외친다. 하지만 "우리가 두려워할 것은 두려운 그 자체"라는 한 리더의 외침과 "우리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든다"는 한 철학자의 희망 노래가 고맙다.

가슴에 작은 난로를 가진 겨울새는 움츠려 잠든 겨울나무가 꽃눈, 잎눈 만드는 것을 잊고 있을 때, 두레박질을 게을리하고 있을 때 흔들어 깨우는 것을 제 사명으로 알아 둥지를 틀지 않는다는 시인의 통찰력이 고맙다. 그래서 "새들은 서로의 소리가 제 둥지"이고 "저 소리의 둥지가 따뜻"하단다.

올 한해도 한랭의 제국에서 얼어붙어 버린 것들, 눈꽃이 자기 것인 것처럼 착각하는 것들, 그것을 흔들어 깨우는 사명이 교회에게 있음을 한시도 잊지 말자. 겨울새로 사는 자들에게 복이 있을진저….



김운용 총장 / 장로회신학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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