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의 지혜와 비둘기의 순결

뱀의 지혜와 비둘기의 순결

[ 논설위원칼럼 ]

박종숙 목사
2021년 01월 01일(금) 08:34
"전대미문의 변화의 소용돌이 한가운데 서 있다!" 2022년 임인년 새해를 맞이한 벽두의 소감이다. 한 치 앞을 예측하기 어렵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누구도 자신 있게 말하기가 어렵다. 새해를 맞이하여 덕담을 나누고,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라고 낙관하기에는 상황이 너무나 엄중하다. 목사이지만, 이럴 때는 허허벌판에서 있는 것 같은 막막함을 느낀다.

한국교회가 다면적인 위기와 도전 앞에 서 있다. 눈앞에 성큼 다가온 4차 산업혁명, 교회의 고령화, 유례가 없는 교세의 급감과 대사회적 영향력의 현저한 감소, 교회 안에 깊숙이 침투한 세속주의적 가치관의 팽배 등. 우리 교단의 공식 통계에 의하면 코로나가 시작되기 전인 2019년 대비 2020년의 교인 감소가 11만 4000명이다. 1000명이 모이는 중형 교회 114개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는 말이다.

코로나로 말미암아 예배 드리는 것조차 버거웠던 지난 해의 상황은 아직 통계가 나오지 않았지만, 알기조차 두렵다. 4차 산업혁명을 10년은 앞당겼다는 코로나 바이러스는 교회에 돌이키기 어려운 변화를 초래했다. 이제는 '회복'이 아니라, 이러한 전대미문의 변화에 대한 '적응'이 문제이다. 변화의 속도가 너무나 빠르다.

4차 산업혁명은 인간에 대한 고전적인 정의를 송두리째 무너뜨리고 있다. 히브리 대학의 유발 하라리 교수 같은 이는 인간을 이제는 '호모 데우스'(homo deus)로 정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머지않아 인공지능과 로봇의 기능을 장착한 새로운 인간이 출현할 것이고, 로봇 역시 고도로 인간화되어 로봇과 인간의 경계가 허물어지게 될 것이다. 현실과 가상현실의 경계도 흐려지거나 사라지게 될 것이다. 메타버스(metaverse)가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세계가 될지도 모른다. 이미 일각에서는 메타버스 교회와 예배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과연 그런 것들이 바람직한지는 차치하고라도, 시대의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에 대한 전방위적 연구와 올바른 자세의 확립이 절실하게 요청된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 앞에서 2000년 교회의 역사 속에서 형성된 신학과 교리에 대해 유연성(flexibility)을 가져야만 한다. 신학이란 시대 상황에 비추어 성경 말씀을 유의미하게 해석하는 작업이다. 신학이 이런 유연성을 갖지 못하면 현실과 접촉점을 잃어버린 고루하고 형해화된 사변체계가 되어, 결국은 버림받게 될 것이다.

신학적 논의가 때로는 혼란을 더욱 부추길 수도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통적 신학을 창조적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은 이제 거부할 수 없는 시대적 당위가 되었다.

목회는 신학이 제시하는 진리의 빛 아래서 이루어진다. 시대를 조명하는 신학의 빛이 어두워지면, 목회는 현실을 따라잡기에 급급한 대증요법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종교개혁에 버금가는 신학과 교회의 개혁이 절실히 요청된다. 스스로 가죽을 벗기고(개혁) 환골탈태하는 몸부림이 없으면, 교회는 구시대의 낡은 유물로 전락해 버리게 될 것이다.

어떻게 요동치는 세상 한가운데서 성경의 진리에 대한 확신을 성도들에게 심어줄 것인가? 변화가 심할수록 변하지 않는 것에 대한 갈망도 심해지는 법이다. 사회 도처에서 '비욘드 코로나'(beyond corona) 전략 수립이 한창이다. 코로나 밖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코로나를 넘어서서, 영원한 소망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진리의 빛 아래서 시대를 바라보는 영적 안목을 가져야 한다. 새해, 변화에 적응하면서도 변화에 휩쓸리지 않는 뱀의 지혜와 비둘기의 순결(마 10:16)을 가진 한국교회가 되기를 기도한다.



박종숙 목사 / 전주중부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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