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직제, 이대로 좋은가?

교회의 직제, 이대로 좋은가?

[ 논설위원칼럼 ]

이대근 목사
2021년 12월 13일(월) 08:15
얼마전 어느 여자 집사님께서 권사로 선출되셨다. 남은 임기는 1년. 즉, 69세에 임직 받으시고, 남은 1년간 시무권사로 교회를 섬기셨고, 은퇴권사가 되셨다. 물론 매우 감격스럽게 직분을 받으셨고 명예롭게 은퇴하셨다. 하지만 이 여자 집사는 이전에도 권사가 되실만 했는데 왜 이렇게 늦게 임직을 받으셨는가? 기본적인 이유는 여자 성도들이 매우 많기 때문이다.

항존직을 세울 때마다 고민이다. 안수집사 대상자는 너무 적고, 권사 대상자는 너무 많다. 안수집사 자리는 남아 도는데, 권사 자리는 이미 가득 차 있다. 우리 교회의 경우, 시무 중인 권사의 숫자는 안수집사의 수보다 두 배를 훌쩍 넘어선다. 좀더 본질적인 고민도 있다. 남자 집사는 어느 정도 착실하게 교회 출석만 해도 사람들이 안수집사로 뽑으려고 한다. 하지만 여자 집사는 오랜 시간 열심을 다해 봉사를 해도 권사가 되는 것이 쉽지 않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있다. 요즘 젊은 여자 집사들은 권사가 되는 것을 기피하는 경향을 보인다. 자신들이 성장하던 시절의 '권사'는 그야말로 나이 많고 경륜 깊은 여자 어르신들이 되는 직분이었기 때문이다. 남자 집사가 안수집사가 될 때의 부담보다 여자 집사가 권사가 될 때의 부담이 더 크게 느껴지는 것 같다.

뽑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제로 어떤 역할을 하느냐? 당연히 여기에도 신경을 써본다. 전통적으로(?) 안수집사가 담당했던 역할을 권사가 담당해 보기도 하지만 여전히 유형무형의 장벽이 있다. 안수집사가 할 일 따로, 권사가 할 일 따로. 교단 헌법에도 명시되어 있으니 말이다.

대전제는 있다. 교회에서 성도들을 훈련시키고 성장 정도와 달란트에 따라 책임 있는 역할을 부여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성도들의 삶이 과거와 달라졌다. 예를 들어, 세상에서는 여자가 직장 상사가 되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 오히려 여자 직원이라고 해서 커피 심부름을 시키는 순간 꼰대가 된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멀쩡한(?) 남자가 헤어 디자이너를 하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며, 남자보다 탁월한 여자 군인도 있다. 여전히 성별의 특수성이 고려되어야 할 일들이 있지만 그게 아니라면 못할 일이 없다. 사실, 우리 교단도 목사나 장로가 되는 데에 남녀의 차별이 없다.

사도 바울이 '그리스도 안에서 남자나 여자나 다 하나'(갈3:28)라고 선언한 것처럼 교회는 성별논쟁에 신경쓸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는 목표에만 집중해야 한다. 복음을 전하는 사명에 남녀가 따로 없으며 성별에 따라 누가 더 잘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 그렇다면 교회의 직제는 교회의 사명을 구현하는 데에 가장 좋은 방법을 택해야 한다. 세계적인 기업들이 전통적인 직제를 주저 없이 바꾸는 것은, 변화하는 세상에서 기업의 효율을 위한 생존 전략임을 기억해야 한다.

교회는 복음의 전통이 아름다운 열매가 되는 곳이지만, 동시에 전통 때문에 복음을 유보할 수 없으며, 기득권 때문에 주님의 몸 된 교회를 세상보다도 못한 집단으로 전락시켜서도 안된다. 새 술을 마련하는 것도 정말 만만치 않은데 헌 부대만 고집하면 한국 교회가 맞이할 결과는 너무나 분명하다.

따라서, 교회의 직제는 남녀에 따른 구분이 아니라 역할에 따른 구분이 되어야 한다. 남녀가 유별하던 시절의 유물을 더 이상 붙들고 있을 필요가 없다. 교회의 직제가 복음의 전파와 하나님 나라의 확장에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된다. 단순히 권사 제도의 폐지만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복음의 전파를 위해서라면 교회의 직제를 얼마든지 개혁할 수 있는 자세와 실천이 필요하다.



이대근 목사 / 양정중앙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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