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를 정리하는 일

코로나를 정리하는 일

[ 논설위원칼럼 ]

박재윤 장로
2021년 11월 08일(월) 08:20
2020년 1월 하순 우리나라에 첫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가 발생한 지 어언 1년 9개월이 지났다. 초기에는 그 전 몇 년간 잠깐씩 스쳐갔던 몇 몇 전염병처럼 그저 곧 지나가겠지 하며 가볍게 생각하는 의견도 있었고 대통령까지 "곧 종식될 것"이라는 식의 낙관적 코멘트를 하기도 했지만, 모두 근거 없는 것임이 곧 드러났다.

사적 모임이 일절 금지되고 종교 집회 또한 완전 금지되었다. 교회에서도 주일 예배를 모여서 드릴 수 없고 온라인 비대면 예배를 유튜브를 통해 드리는 초유의 사태가 시작되었다. 중소 상공인, 자영업자 등의 경제적 고통과 불편도 갈수록 누적되었다. 그러면서도 의료인들의 희생적인 봉사와 일반 국민의 자발적 협조와 인내가 합쳐진 결과, 방역과 환자 관리가 비교적 잘 이루어져 인근 국가나 서구 선진국에 비하면 신규 확진자 발생이 잘 통제되고 있다는 호평을 듣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가 몇 달에 한 번 씩 성급한 낙관론을 펴며 방역의 완화를 검토하거나 고위층에서 "터널 끝이 보인다"는 식의 언급을 할 때마다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갑작스런 대유행 사태가 벌써 제4차까지 일어나게 되어 국민들을 낙심하게 하는 일이 반복되었다. 교회의 예배도 완전 금지에서 조금씩 허용범위가 늘어나다가 하루아침에 도로 완전 금지 또는 기존의 완강한 제한으로 되돌아가는 쳇바퀴 현상이 두어 차례 있었다.

그런데 작년 가을 무렵 미국과 유럽 몇 나라에서 백신 개발이 완료되었다는 소식과 함께, 이를 대비하여 대다수의 선진국들이 입도선매 식의 선금을 치르고 국민들의 반복 접종에 소요되는 약품을 넉넉히 확보하여 놓은 반면, 한국은 아무 작업도 해놓지 않았다는 것이 밝혀지자, 온 나라가 공황상태가 되기까지 하였다. 결국 방역의 마무리는 백신이 지어줄 수밖에 없는데도, 한국은 K-방역의 칭찬에 취한 나머지, 백신 확보는 제쳐놓은 채, 신환자 발생은 K-방역에 의하여 근절할 것이며, 그래도 발생하는 확진 사례는 머지않아 개발될 국산 치료제를 써서 박멸하면 된다는 거창한 꿈을 가지고 있었지 않았느냐는 비난이 들끓었다. 그래도 뒤늦게나마 백신 확보에 진력하고 우여곡절을 거치며 노력한 결과 그로부터 1년이 되어가는 요즈음 백신접종 완료율이 70%를 넘어가게 되고 이를 바탕으로 소위 '위드 코로나'(이 말이 제대로 된 영어가 아니라는 설이 있다)를 논의하는 단계에 온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

근 2년을 보낸 코로나 사태는 어떻게 정리되어야 할까. 마치 코로나 사태가 전혀 존재하지 않았었던 것처럼 모든 것이 코로나 전의 일상생활 그대로 돌아가는 형태가 될까. 닫혔던 학교문이 모두 열리고, 금지되었던 수십, 수백 명 규모의 사적 모임이 제약 없이 모여질 수 있어야 함은 물론이지만, 코로나로 인하여 얻게 된 귀중한 경험과 지혜는 모두 잘 간직하여 장래의 자산으로 삼아야 하겠다. 실패의 경험으로부터 생기는 반성도 잘 되새겨서 장래를 위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하겠으며, 모든 분야에서 코로나 전보다 더 향상되고 개선된 차원으로 우리의 일상이 바뀌어가는 길이 모색될 필요가 있겠다.

마스크를 착용할 공적이고 법적인 의무는 해소되겠지만, 각자의 위생과 청결을 위하여 나쁜 공기나 타인의 비말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자 계속 마스크를 상용하는 무드가 혹시 생기더라도 이를 흘겨보아서는 안 될 것 같다. 실내에 다중이 앉아 시간을 보내는 식당이나 카페, 주점에서 대화 음량을 줄이거나 마스크를 쓰는 것은, 에티켓의 차원에서 권장되어야 한다.

예배시간의 회중 찬송이나 찬양대의 찬양(또한 좁은 연습실에서의 연습)이나 온 회중의 고성의 통성기도도 무언가 개선책이 강구되어야 할 것 같다.



박재윤 장로 / 법무법인 오라클 고문, 전 대법관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