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이라는 근본 목적에 불충실"

"탄소중립이라는 근본 목적에 불충실"

종교계 대표 4인, 2050탄소중립위원 사퇴...종교계 지지
각 종단, 체계적인 교육 실천하며 연대 다짐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21년 10월 05일(화) 22:22
2050탄소중립위원회 종교위원 개신교 대표인 안홍택 목사가 위원직 사퇴의사를 밝히고 있다.
기독교환경운동연대, 불교환경연대, 원불교환경연대, 천도교한울연대, 천주교창조보전연대 등 5대 종단으로 구성된 종교환경회의가 '2050탄소중립위원회 종교위원' 사퇴를 지지했다.

지난 9월 30일 대통령 직속기구인 2050탄소중립위원회(탄중위, 위원장:김부겸) 국민참여분과 민간위원으로 활동해 오던 안홍택 목사를 비롯해 김선명 교무, 백종연 신부, 법만 스님이 사퇴를 선언했다. 이들은 "시간에 쫓기며 준비되고 있는 2050탄소중립시나리오와 2030NDC(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안이 특정분야의 이해관계나 과도한 고려로 탄소중립이라는 근본 목적에 충분하지 않은 수준으로 만들어지고 있어, 그린워싱(Greenwashing) 또는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는 우려를 하며, "더이상 함께 하지 못함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와관련 지난 5일 종교환경회의는 종교인 대표가 탄소중립위원직을 사퇴하면서까지 지키고자 했던 인간의 도리와 책임을 탄중위와 정부가 무겁게 인식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종교환경회의는 "종교위원은 각 종단의 대표로서 탄소중립위원회가 만들어낼 안을 각 종단으로 돌아가 설명하고 교인들을 설득해야 할 임무를 가진 이들이었다. 탄소중립위원회의 안이 우리 사회에 큰 전환을 요구하는 것이고, 감내해야 할 희생이 크다 해도 그것이 정말 우리가 당한 기후위기를 막아내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면 종단에 돌아가 이 사실을 설명하고 이해시키려는 각오로 그 자리에 참여한 것이다"면서 "그러나 탄중위가 제안한 시나리오와 정부가 제시한 2030 NDC가 전혀 2050년 탄소중립을 이룰 수 없는 안이라는 사실이 주는 좌절감, 그리고 수차례 진행된 대화를 통해 나타난 정부와 탄중위의 변화 의지가 없는 모습이었다. 종교위원의 사퇴가 탄소중립위원회가 바로 서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종교계 대표 4인은 지난 5월부터 4개월 동안 종교계 민간위원으로 활동했다. 위원들은 위원회 구성과 활동이 촉박하게 진행되는 과정 속에서 2050탄소중립시나리오안과 2030NDC 안의 합리적인 도출 가능성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해왔다. 이들은 "위원회 논의 구조와 운영, 회의 내용의 공개와 의견수렴 등 국민과의 소통에 관한 부분, 탄소중립시민회의의 구성과 운영에서 숙의민주주의의 함의를 충분히 담아내고 있는지를 물었지만 탄소중립으로 향하는 길을 가로막는 거대한 벽 앞에 서 있는 듯 했다"고 토로했다.

사실 탄중위의 대국민 소통 및 여론 수렴 방식에 대해서 그동안 꾸준히 문제가 제기되어 왔다. 시민단체들은 탄소중립시민회의의 구성과 운영계획이 일방적이고, 탄중위 안건과 논의결과도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 점들을 지적하며 '밀실위원회'라고 비난했다.

한편 지난 9월 30일 사퇴를 선언한 종교계 대표들은 "종교계에서 어떻게 탄소중립을 이룰 것인지 또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어떻게 줄일 수 있을지에 관한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할 수는 없다"면서 "그러나 우리 종교계는 각 종단의 신자들을 향해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한 올바른 선택과 실천이 인류의 공동선을 위함임을 알려왔고 앞으로도 탄소중립을 위해 더욱 체계적인 교육을 시행하고 실천과 연대에 힘을 더 하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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