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 교육권의 회복

학부모 교육권의 회복

[ 논설위원칼럼 ]

유재봉 교수
2021년 06월 28일(월) 11:12
우리는 오랫동안 일반교육은 학교가, 신앙교육은 교회에서 하는 것을 당연시해 왔다. 그리하여 부모들은 가정에서 자녀교육을 거의 방치하다시피 하거나 기껏해야 학교나 교회교육의 보조 역할만을 감당해 왔다. 그 결과 자녀가 어떤 사람이 되고, 어떤 삶을 살게 되는지는 자녀가 어떤 학교나 교회에서 어떤 교사를 만나 교육을 받느냐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었다. 역설적이게도, 자기 자녀의 양육과 교육을 부모가 책임을 지고 하는 것이 아니라, 가정 바깥의 우연적 상황에 의존하게 되다 보니 가정에서의 부모의 존재는 사실상 유명무실하게 된 것이다. 최근 코로나 19로 자녀들이 가정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게 되면서, 우리는 새삼 자녀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고, 다른 한편으로 그 동안 얼마나 자녀교육에 소홀해 왔는지를 절감하게 된다.

모든 자녀 교육의 일차적인 책임은 교회나 학교의 교사가 아닌, 각 가정의 부모에게 있다. 기독교 가정에서의 부모들은 그들의 자녀들을 신체적, 정서적, 지적으로 건강하고 균형 있게 성장하도록 잘 가르치고 교육할 필요가 있으며, 무엇보다 하나님의 말씀에 바탕을 두어 주의 교훈과 훈계로 신앙적으로 잘 양육해야 한다. 이러한 가르침은 구약의 신명기(6:4~9), 신약의 에베소서(6:1~4)를 비롯한 성경 도처에서 언급되고 있다.

그러나 공교육과 교회학교 교육이 활성화되면서 한동안 우리는 자녀의 교육을 학교와 교회에 맡겨놓은 채 먹고사는 문제에 치중하였다. 그러다보니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부모가 자녀를 교육해야 한다는 의식이 점차 희미해져, 자녀와 어떻게 대화하고 교육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낯설게 되었다.

최근 민주화가 가속화되면서 성도들의 의식이 성숙됨에 따라 부모교육권이 재조명되고 있다. 부모교육권은 자녀를 하나님의 뜻대로 잘 양육할 수 있도록 하나님께서 부모에게 위임한 권리이다. 이 교육권은 부모들이 하나님께서 각 자녀에게 주신 비전과 능력이 무엇인지를 면밀히 관찰하고 관심을 기울이며, 그에 알맞게 적절하면서도 충분하게 교육하겠다는 책임감이 전제되어 있을 때 의미가 있는 것이다. 이 점에서 부모교육권은 우리에게 주어진 엄청난 '특권'이면서 동시에 막중한 '책임'이라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인간의 연약함 때문에 기독인조차도 책임은 망각한 채, 권리 주장에만 급급한 경우가 허다하다. 기독 부모들이 양자 사이의 균형을 잃어버릴 때 부모교육권에 대한 주장은 슬로건에 그치게 되고 그 영향력도 감소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에서 자신의 자녀들을 하나님의 백성으로 잘 교육하고자 할 때, 기독 학부모가 직면하는 문제 중의 하나는 부모의 교육관에 부합하는 학교선택권과, 신앙교육에 맞지 않을 때 회피하거나 전학할 수 있는 제도이다. 이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먼저 종교계 사립학교들에게 그 종교의 정신과 이념에 부합하는 교육을 허용하는 제도의 개선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 일이 가까운 시일 내에 이루어지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므로, 학부모들은 교회를 중심으로 자녀교육에 대한 부모의 권리와 책임을 재인식하고 회복하는 운동을 펼침으로써 공감대를 확산해 나가는 한편, 학부모교육운동을 통해 불합리한 교육제도를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이러한 운동을 전개함에 있어서 학부모 교육권의 순수한 뜻이 희석되지 않도록 그리스도인들은 '교육적 논리'에 충실해야 하며, 지나치게 '정치이념화' 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유재봉 교수 / 성균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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