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비를 대비하십시오!

큰비를 대비하십시오!

[ 논설위원칼럼 ]

허원구 총장
2021년 06월 21일(월) 15:56
칠레 선교사 시절 원주민교회 집회 초청을 받고 긴 여행에 올랐다. 북쪽도시 바제날 장로교회로 향하는 거의 2000킬로미터가 되는 길을 떠났다. 칠레 북부는 세계적으로 가장 건조한 사막 중의 하나인 아따카마 사막이 있는데 그 일부를 지나야 했다. 온통 메마른 사막의 풍경뿐이었다.

체육관을 빌려서 하는 집회는 은혜 중에 진행되었다. 쉬는 시간에 담임목사는 우리에게 인상적인 장소 한 곳을 보여 주었다. 어마어마하게 큰 호수 같은 저수지였다. 물은 하나도 없었다. '비도 오지 않는 곳에 이런 엄청난 저수지라니' 의아해서 물어 보았다. "사막 한복판에 웬 저수지냐"고. 그의 대답을 잊을 수 없다. 사막이라도 몇십 년 만에 한 번씩 큰비가 온다고 했다. 그 때를 대비하여 만든 저수지인데 반드시 큰비가 올 것이라고 한다.

집회를 마치고 돌아와서 얼마 되지 않아 뉴스를 통해 북쪽사막 도시에 물난리 소식을 들었다. 그 저수지는 넘치도록 물이 찼을 것이다. 다시 칠레에 간다면 그곳을 다시 방문하고 싶다.

지금 한국교회는 심한 가뭄에 고통을 당하고 있다. 다음세대가 말라가고 있다. 가나안교인들이 교회를 떠나가고 있다. 4차 산업시대를 담을 그릇이 아직도 준비되어 있지 않다. 코로나19로 사람들의 마음이 사막처럼 메말라 가고 있다. 감격 넘치던 대면예배를 자유롭게 드리지 못한 지도 벌써 1년을 훌쩍 넘었다.

우리 모두 목마르다. 예배에 갈급하고 선교에 목마르고 부흥에 목마르다. 그러나 지금은 목말라 하며 답답한 시간을 보낼 때가 아니라 하나님이 주실 큰 비를 대비할 때다. 3년 6개월 동안 비가 내리지 않아 모두 지쳐있을 때 엘리야는 큰비를 기다리며 갈멜산으로 올라가 간절히 기도했다. 큰비를 기다리는 큰 저수지 같은 간절한 기도로 내일을 준비하자. 비어가는 다음세대의 자리를 바라보며 실망하지 말고 다음세대를 담을 큰 저수지를 준비하자. 교회를 등지고 있는 가나안 교인들을 바라보며 탄식하지 말고 다시 새롭게 그들이 흡족히 물을 마시고 수영할 수 있는 큰 저수지를 준비하자. 큰비의 소식이 있을 것이다.

부흥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손에 있다. 우리가 전혀 생각하지도 못하는 때에 생각하지 못한 방법으로 우리에게 큰비처럼 부어 주시는 것이 부흥이다. 우리에게는 그동안 우리들만을 위해 우리들의 기호와 방식을 따라 만들고 우리끼리만 놀아왔던 우리들의 웅덩이가 있다. 방죽들이 있다. 과감하게 허물어 버리고 새로운 바다 같은 큰 저수지를 만들자. 우리는 무엇을 허물어야 할지 모두 알고 있다. 그러나 허물지 못하고 변화를 두려워만 하고 있다.

2년 전 필자는 위기를 당한 부산장신대에 부임했다. 누가 부임선물로 파도 끝에서 기도하는 사람의 그림을 가져왔다. 그런데 그 파도의 끝이 바로 주님의 손으로 묘사된 그림이었다. 주님이 도우실 것을 믿고 그림처럼 기도했다. 주님은 모든 위기를 벗어나게 해 주셨다. 그런데 얼마 전 미술을 전공한 한 신대원 학생이 한 점의 그림을 선물했다. 예배 중에 받은 영감으로 그렸다고 한다. 바로 하늘로부터 임하는 성령의 기름 부으심(Anointing)이라고 했다. 그 그림을 총장실에 걸고 날마다 바라보며 학교와 한국교회를 위해 기도를 드린다.

위기 중에 기도하는 사람은 반드시 큰비를 기다리며 기도해야 한다. 성령의 기름 부으심이 큰비처럼 임할 것을 기대하며 갈멜산 꼭대기에서 머리를 두 무릎 사이에 넣고 기도하던 엘리야처럼 간절히 기도하자. "주님 큰비를 주시옵소서! 부흥의 큰비가 다시 한국교회에 임하게 하소서! 성령의 기름 부으심이 큰비처럼 임하는 내일을 속히 주옵소서!"

허원구 총장 / 부산장신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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