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며들다'에 대한 목회적 단상

'윤며들다'에 대한 목회적 단상

[ 논설위원칼럼 ]

최원준 목사
2021년 05월 31일(월) 09:42
요즘 젊은 세대는 신조어의 귀재다. 이들이 사용하는 언어를 들으면 때론 알아들을 수 없는 외계어 같아 세대 차이를 실감하기도 하지만, 기존의 언어에 사회적 현상을 담아 새로운 언어를 창조해 내는 능력을 보면 절로 감탄이 나온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윤며들다'는 유행어다. 배우 윤여정과 '스며들다'를 조합하여 만든 단어로 요즘 윤여정의 영향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잘 보여준다. 올해 만 74세의 배우 윤여정은 영화 '미나리'로 영국과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것을 비롯해 무려 10개의 월드 클래스급 상을 받았다.

이렇게 이전보다 더 빛나고 있는 윤여정의 모습이 한 개인의 차원에 머물지 않고 사회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 윤여정이 직접 영어로 재치 있게 수상 소감을 말하는 것을 보고 요즘 60, 70대 실버 세대에서 영어 공부 바람이 불고 있단다. 젊은 세대에게 어머니 뻘 되는 윤여정은 닮고 싶은 인생의 선배다. 꼰대처럼 누구를 가르치려 하지 않고, 쿨하게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는 당당함, 자신은 먹고 살기 위해 연기를 했고 생계에 대한 절실함이 연기를 잘 하는 방법이라는 솔직함이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 같다. 즉 탈권위적이고 진솔한 태도가 어필한 것이다.

'윤며들다'는 '스며드는 영향력'이다. 국어사전을 찾아보니 '스며들다'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속으로 배어들다'이다. 다른 하나는 '마음 깊이 느껴지다'이다. 앞으로 목회자가 성도에게, 또 성도가 세상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방식은 '스며드는 방식'이어야 하지 않을까 한다. 목회자가 파워풀한 설교와 카리스마로 성도를 단번에 변화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180도 달라진 성도의 모습을 보고 주변의 불신자들이 예수님을 믿게 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특히 40대 이하는 '스며드는 힘'에 끌리는 것 같다.

'스며드는 힘'은 다른 사람에게 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방식이 아니다. 젊은 세대는 그렇게 요구하는 사람을 '꼰대'로 받아들인다. 그들은 꼰대가 아니라 롤 모델을 찾고 있다. 롤 모델이 되는 사람은 남 따라하거나 남을 의식하지 않고 나에게만 집중하는 자유로운 사람, 또 자신만의 개성 혹은 은사를 극대화하여 자신과 남에게 유익한 뭔가를 성취한 사람이 아닐까 한다. 목회자는 성도들에게 말씀대로 살아야 한다고 권면해야 한다. 예언자적 정신으로 회개와 변화도 외쳐야 한다. 그러나 이런 것들이 유효하기 위해서는 목회자 자신이 타인에게 스며드는 힘, 조용한 감화력, 온유한 카리스마가 먼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윤며들다'의 또 다른 힘은 '당당한 불완전함'이다. 윤여정이 화제가 된 것은 그녀의 수상 소감이었다. 사실 그녀의 영어는 완벽하지 않다. 10여 년을 미국에서 살았지만 문법도 자주 틀리고, 발음도 좀 투박하다. 하지만 윤여정은 늘 당당하다. 자신의 생각을 자신있게 표현한다. 또 재치가 있다. 듣는 사람의 마음을 무장 해제시키는 것을 보면 유머 코드를 정확히 아는 것 같다. 한 마디로 윤여정은 웃음과 자신감으로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탁월하게 전달한다.

하나님의 말씀을 전해야 할 목회자가 발음이 정확해야 하고, 적재적소에 어울리는 단어를 구사할 줄 아는 어휘력도 있어야 한다. 하지만 위대한 부흥사 무디(Moody)의 설교가 문법적으로 틀리고, 말투도 세련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성령의 권능으로 충만했던 이유는 성령에 사로잡혀 오직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만 전하려 했기 때문이었다. 이제는 목회자가 굳이 '홀리 보이스'를 내려고 할 필요가 없다. 복음에 대한 자신감에서 우러나오는 진솔한 말이면 된다. 여기에 아재 개그가 아니라 어떤 연령층의 사람이든 마음을 편하게 해주고 웃게 만드는 유머가 있다면 젊은이들도 가까이 하고 싶은 교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윤며들다', 참 멋진 말이다.



최원준 목사 / 안양제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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