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부의 마음으로

농부의 마음으로

[ 논설위원칼럼 ]

이순원 장로
2021년 04월 12일(월) 09:22
코로나 19로 삭막했던 겨울을 지나 봄이 찾아오니 올해에는 밭에 무엇을 가꾸어볼까, 작은 꿈을 가지게 된다. 어머니는 언제나 작은 콩 하나도 버리지 않고 눈에 띄면 알뜰히 거두시는데 작년엔 54일간 햇빛을 보지 못한 쥐눈이콩이 외형으로는 꼬투리도 맺혔지만 수확하려고 보니 모두 빈 꼬투리여서 콩 알갱이 하나도 얻지 못하고 다 베어 버려야 했다.

봄부터 애써 씨를 뿌리고 거름을 주며 돌본 농사가 전에 없었던 흉년으로 수확 없이 빈손으로 돌아오게 되었을 때 깜짝 놀라기도 하고 많이 속상해하기도 했었다. 그러나 나는 40일간의 홍수로 지구상의 모든 생물이 멸망할 때 노아와 그 가족들이 방주 안에서 보호받고 살아남았던 믿음의 역사를 생각했고 생물이 살아가는 데 있어 사랑의 하나님이 창조하신 햇빛의 위력이 어떤 것인지도 평소에 느끼지 못했던 감사를 절실히 깨닫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하나님의 도우심이 없다면 우리의 노력과 수고가 헛것인 것을 다시 고백하게 되었다.

성경에는 예수님 사역 당시의 신약 시대에 하나님의 말씀을 맡은 종교 지도층이었던 바리새인과 서기관들이 심판받을 악한 말과 행위로 예수님의 지적을 받았고(마12:34), 결국 십자가 위에 그들이 기다리던 메시야, 예수님을 못 박은 역사를 기록한다. 말세 지 말을 향해 가고 있는 이때에 한국교회가 이제 시간이 지났으니 성장하고 거두어야 할 때인데 벌어지는 잦은 분쟁으로 인해 열매를 얻기는커녕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기대를 저버린 소출 없는 포도원 같은 한국교회를 바라보시는 농부,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을 헤아려 본다. 그의 나라를 위해 한국교회에 축복하여 보내주신 많은 재정과 시간을 분쟁으로 낭비해가며 세상의 재판을 기다리는 부끄러운 우리의 자화상을 어찌해야 하나 안타깝기만 하다 . 분쟁과 갈등의 원인을 살펴보면 첫 사람 아담이 그랬듯이 순리를 따르지 않는 누군가의 욕심과 잘못된 권한 오용으로부터 시작된다.

지도자의 판단과 선택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 그렇기에 지도자에게 부족한 지혜를 모으도록 생각이 다른 여러 구성원들, 동역 자들을 곁에 붙여 주신 것이고, 그들을 포용하고 존중하며 하나님이 바라시는 선한 길을 찾아가려는 과정과 노력이 중요하다. 자기의 생각대로 무엇을 이루고자 억지를 부리게 되면, 다툼이 일고 선한 사업에도 길이 막히고 차질이 생긴다. 의견 대립과 불통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세상 법정에 호소하여 재판으로 이겼다고 해도 진정 이긴 게 아니다.

'한 생명이 천하보다 귀하다' 하신 말씀을 생각해 보자. 주님은 잃어버린 양 한마리를 찾아 구원하러 이 땅 낮은 곳으로 찾아오셨다. 그의 뜻을 이루기 위해 모인 공동체가 많은 비용을 치르고 재판에 이겨 천하를 얻었다한들 시비를 가리는 긴 과정에서 한 생명이 아니라 수많은 생명들이 실족한다. 열심을 품었던 일꾼들은 떠나게 되고 잃어버리게 된다. 한 영혼의 가치를 놓친다면 이겼다고 하나 결과적으로 판정패다. 어렵지만 접촉점을 찾아 만나야 하고 대화로 선한 길을 찾아야 한다.

전도 하다 보면 얼마나 많은 믿다가 실족한 양들을 만나는가! 그들을 다시 찾기 위해 얼마나 더 큰 수고와 물질, 시간이 필요한가! 주인의 것을 맡아 소출을 늘리기는커녕 있던 것까지 잃어버리는 악한 포도원지기 노릇을 이제 그만 멈추어야 한다. '나와 함께 모으지 아니하는 불법을 행하는 독사의 자식들아 내게서 떠나가라' 우리 주님 그렇게 진노하시지 않을까 두렵다. 내가 어렸을 적에 개울가에서 물장난을 치며 놀다가 새로 사 신고 온 고무신 한 짝이 물 위에 둥둥 떠내려가는데 뻔히 보면서도 어찌 할 바를 몰라 발만 동동 구르는 동안 빠른 물살에 사라져가는 신발을 바라보다가 울며 집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던 동심이 생각난다.

안타깝게도 잃어버린 신발을 다시 찾진 못했지만 야단치시고 또 새 신을 신겨주신 부모님이 곁에 계셔 감사했다. 이 화사한 봄에 한국교회 모든 공동체가 그 음성에 귀를 기울여 주신 것 하나도 잃지 않고 열매로 기쁨을 드리는 포도원 주인이신 하나님 우리 아버지의 꿈을 꼭 이루어 드리고 싶다.

이순원 장로/중원경교회
카드 뉴스
많이 보는 기사
오늘의 가정예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