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로 보는 사순절

문화로 보는 사순절

최은숙 기자 ches@pckworld.com
2019년 03월 11일(월) 08:07
'그가 찔림은 우리의 허물을 인함이요 그가 상함은 우리의 죄악을 인함이라 그가 징계를 받음으로 우리가 평화를 누리고 그가 채찍에 맞음으로 우리가 나음을 입었도다(이사야 53:5)'

사순절을 기념하며 예수님의 고난에 동참하는 문화프로그램이 다양하다.



한국기독미술인협회(회장:방효성) 회원들은 지난 9일 사순절을 맞아 기획초대전 '십자가 행전'을 개최했다. 서초 아트원 갤러리에서 오는 4월 28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회에는 31명의 기독미술인들이 참여했으며 40여 작품이 전시됐다. 못자국 난 손. 고개를 떨군 채 가시관을 쓴 얼굴. 그리고 그 위로 흐르는 핏줄기….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겪으신 참혹한 고통이 그림 저 편에서 느껴져 온다. 회장 방효성 장로는 "우리의 죄를 대신 감당하시기 위해 십자가에 달려 죽으시고 사흘 만에 부활하심으로 영원한 생명과 부활의 소망을 주신 예수님을 생각하며 십자가의 사랑을 캔버스에 담았다"면서 "기독미술인들이 각자의 달란트로 표현해낸 십자가의 묵상을 통해 하나님의 사랑을 함께 나누고 싶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사순절은 예수님의 수난이 역설적이게도 죄인인 우리에게 큰 은총이 되는 시간이다. 그래서인지 작품들은 가시 면류관을 머리에 쓰고 채찍을 맞으신 주님의 고난이 절로 느껴질만큼 슬프다. 6시간 동안 대못이 박힌 채 십자가에 달려 죽으셨던 고통의 표현 앞에서는 소스라치게 놀라게 된다. 그럼에도 서양화가 유미형 작가가 "예수님 보혈의 피가 한방울 한방울 떨어져서 씨앗이 되고 우리를 치유하셨기에 우리가 지금 혜택을 누리며 살고 있다"고 말한 것처럼 작가들은 한결같이 예수님의 시선 앞에 밝은 색채를 사용했다. 어쩌면 유 작가의 말처럼 "생명을 주신 주님에 대한 은혜과 감사, 구원에 대한 기쁨과 소망에 대한 작가들의 희망이 담겨 있기 때문 일 것"이다.



하나님의 사랑을 조국의 독립으로 실천한 신앙의 선배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전시회도 눈길을 끈다. 장로회신학대학교(총장:임성빈)는 사순절이 시작되는 지난 6일 장신대 마포삼열기념관에서 한국기독교역사박물관(관장:한동인)과 '100년의 외침 복음의 정신'을 주제로 3.1운동 100주년 기념 공동전시회를 개최했다. 이번 전시회는 조국의 독립을 위해 뜨거운 가슴으로 태극기를 휘날리며 울분을 터트렸던 100년 전. 그리고 이어진 모진 고문과 사형, 회유와 협박 가운데서도 나라를 되찾기 위해 저항하며 기꺼히 삶을 포기한 선배들의 발자취가 고스란이 느껴진다.

마포삼열기념관 1층과 2층에서 진행되는 이번 전시회는 당시 기독교가 민족의 독립을 위해 중추적인 역할을 감당했던 역사적 사실들을 다양한 사료와 유품들로 현장감 있게 보여주는 것이 특징. 먼저 전시1관에서는 3.1운동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던 평양신학교 동문 6인의 대형 사진들과 장신대 설립자인 마포삼열 선교사와 사택, 장신대 1회 졸업생 7인의 사진 등이 전시되어 있다. 전시2관에서는 3.1운동의 배경과 전개과정, 의의와 함께 한국기독교역사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3.1운동 관련 중요한 역사자료 및 사진자료가 소개된다. 라부열, 곽안련 선교사가 기증한 자수 태극기부터 길선주 목사의 염주와 안경, 개인수첩 등의 유품, 조선독립운동사와 투쟁사 등이 전시되어 있다. 특히 어린 학생들과 여성들이 복음 안에서 자신들의 정체성을 깨닫고 민족의 독립을 위해 만세운동에 어떠한 주도적 역할을 했는지 조명한다.

35여 개의 유물들이 전시된 이번 전시회는 3.1운동 100주년 기념사업으로 진행됐으며 오는 5월 15일까지 한국교회와 성도, 지역사회에 개방된다.



국내에서는 처음 공개되는 영화 '그리스도를 위한 고난(Tortured for Christ)'이 오는 18일 오후 7시 30분, 한국 VOM(Voice of the Martyrs Korea)에서 상영된다. VOM 정릉 사무실에서 개봉하는 이번 상영은 무료지만 사전에 등록해야 한다. 한국 VOM 페이스북 페이지(facebook.com/VOMKorea)나 웹사이트(vomkorea.com)에서 신청하면 된다.

이 영화는 베스트셀러 '그리스도를 위한 고난'을 원작으로 제작됐다. '그리스도를 위한 고난'은 루마니아의 유대계 목사 리처드 웜브란트(Richard Wurmbrand)가 공산주의 루마니아에서 그리스도께 충성하기 위해 분투한 이야기이다. 웜브란트 목사는 신실하게 주님을 섬긴 대가로 14년 동안 감옥에 갇혀 지냈지만 믿음을 버리지 않았다. 영화에서는 웜브란트 이야기를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책에 기록된 문장 다수를 그대로 인용했다. 대화는 영어와 루마니아어와 러시아어로 구성되어 있는데(루마니아어와 러시아어 부분에는 영어 자막이 있음), 한국 VOM은 이 영화에서 제2 언어 역할을 하는 영어를 한국어로 번역했다. '그리스도를 위한 고난'의 특징은 웜브란트 목사처럼 감옥에 갇힌 루마니아의 저명한 찬송가 작곡가 니콜라에 몰도베아누(Nicolae Moldoveanu)가 작곡한 노래 '주 예수 늘 기억하게 하소서'(Nam sa uit Isuse Doamne niciodata)를 한국어로 각색했다는 점이다. 웜브란트 목사처럼 핍박받은 기독교인들은 감옥에서 차고 있는 쇠사슬을 악기 삼아 이 노래를 불렀다.

한국 VOM은 세계 곳곳에서 핍박받는 기독교인을 지원하는 비영리 단체로, 리처드 웜브란트 목사가 14년 동안 감옥에 갇혀 고문을 받고 풀려난 뒤에 전 세계에 설립한 사역 단체 VOM(Voice of the Martyrs) 중 하나다.



이 밖에도 극단 단홍(대표:유승희)은 엔도슈사쿠의 '침묵'을 공연한다. '찾아가는 연극'으로, 신청하는 교회를 대상으로 공연하는 이번 연극은 예수님을 선택했다는 이유로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감내하다 끝내는 죽음에 이르는 사람들의 아픔에 대해 침묵하고 계시는 예수님을 향한 절규를 통해 참 신앙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주는 작품이다. 세계적인 종교계의 베스트셀러 '침묵'을 연극화한 이번 공연은 간결하고 속도감 있는 모노드라마로 각색, 번안하여 예수님의 사랑을 극적인 감동으로 선사한다. 공연을 원하는 교회는 인터넷 카페(cafe.daum.net/hanzim)에 신청하면 된다.

최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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