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중복, 재정 비효율성 타개하라

사업 중복, 재정 비효율성 타개하라

[ 기획 ] <총회 개혁과제 진단> 효율 떨어지는 노회 부서(下)

한국기독공보 webmaster@pckworld.com
2017년 05월 08일(월) 18:18

"노회 내 상비부서들은 그런데로 활동이 되는데 특별부서나 위원회는 거의 3/1 정도도 제대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노회 내 목사 회원이 44명, 장로 총대가 56명, 도합 100명 정도에 불과해요. 노회 회원 부족으로 부서 및 위원회를 구성할 때 한 사람이 몇개 부서씩 들어가게 조직은 할 수 있겠지만 사실상 실효성은 별로 없지요. 인원도 재정도 태부족입니다."

교단 내 노회 인원과 교회 수가 가장 적은 김제노회 노회장 서광종 목사(금옥교회)의 말이다. 김제노회 내에는 36개의 교회가 있고, 그중 3/1 정도는 자립대상교회이다. 총회 총대도 목사, 장로 합쳐서 10명에 불과한 초소형 노회다. 일할 수 있는 인력도 재정도 부족한 상황에서 노회 내 상임부서를 조직하는 일만해도 벅찬데 여기에 총회로부터 특별위원회를 노회별로 설치하라는 지시나 요청이 들어올 시에는 이를 실행할 수 있는 역량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현재 김제노회는 상비부서인 국내선교부와 세계선교부, 2개의 선교부조차 운영하기 힘들어 아예 선교부로 통칭하고 국내와 해외 선교를 동시에 담당케 하고 있다. 

교단 산하 노회 중 가장 작은 노회의 상황은 짐작이 되지만 가장 규모가 큰 노회의 경우는 어떨까? 

서울노회(노회장:박순태)는 최근 외부 전문가들에게 외주를 주어 노회의 정체성과 조직 및 사업, 재정에 대한 조사를 펼쳤다. 이 조사에서는 사업의 중복 및 재정의 비효율성 문제가 지적됐으며, 각 사업부와 위원회의 업무에 중첩이 있어 인적자원 및 재정자원의 분산 및 비효율을 초래해 조직 전체의 성과를 저해하는 원인이 된 것으로 분석됐다. 교단 산하 노회 중 가장 규모도 크고 모든 면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 서울노회가 이러한 자체 평가를 내렸다는 점은 교단 전체 노회들이 노회의 정체성에 대한 인식과 공유, 조직의 효율성, 재정 및 예산집행의 적합성, 지교회에 대한 영향력들을 다시 한번 돌아봐야 한다는 반증이라고 할 수 있다. 

총회 임원을 지낸 바 있는 한 인사는 "큰 노회에서도 일을 진행하려고 하는 경우 정작 일할 사람이 없어 풍요 속의 빈곤을 느낄 때가 많다"며 "부서 실행위원 명단에는 포함됐으나 회의 참석 조차 하지 않는 것이 태반이고, 참석한 이들조차 의무감에서 참석을 하지 실제 그 부서의 일에 관심과 전문성을 갖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에 일부 인사들에 의해 좌지우지 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노회 현실에 대해 전문가들은 노회가 반드시 총회의 구조와 갖거나 비슷해지려고 너무 많은 에너지를 쓸 필요는 없다고 충고한다. 

최근 서울노회의 노회 연구조사 컨설팅을 진행한 이장로 명예교수(고려대)는 "단체나 기관의 존재 목적에 따라서 사업이나 조직은 달라져야 한다"며 "지교회는 교회대로, 노회는 노회대로의 특수성이 있고 각각 존재 이유가 다르기 때문에 노회가 총회의 부서를 모두 설치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이 교수는 "사실 노회 내 부서와 위원회가 너무 많다. 조직이 방대해지니 사업이 중첩되고 있는 사례가 많이 발견된다"며 "이럴 경우 재원은 한정되어 있는데 재정이 잘게 잘게 쪼개질 수밖에 없고 그러면 파급효과가 적어진다. 결국 대사회적 영향력은 줄어들 수밖에 없고, 노회 내 개교회에 대한 지원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결국은 노회의 구조도 선택과 집중을 통한 핵심사업 중심으로의 조직 간소화 혹은 재구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그는 또한, "헌법에 노회는 지교회가 서로 협력하여 교리를 보전하고 행정과 권징을 위해 있다는 것이 명시된만큼 교회를 위한 노회여야지 총회를 위한 노회에 방점이 찍혀서는 안된다"고 충고했다.

앞에서 언급한대로 김제노회가 인력부족으로 인해 국내ㆍ세계선교부를 하나의 선교부로 통합해 운영하는 예처럼 노회의 상황에 맞는 구조의 변형 및 간소화는 이제 비효율적인 노회 운영에 대한 하나의 대안이 되고 있다.

포항남노회는 부서의 구조를 자신들의 필요에 맞게 변형시킨 경우다. 해외선교에 특별한 관심과 공을 들이고 있는 포항남노회는 상임부서인 세계선교부가 3년마다 실행위원 및 소속 목사, 장로들이 바뀌어 연속성 있는 사업을 진행할 수 없다는 데 문제 인식을 같이 하고 아예 부서를 상설부서에서 특별위원회로 바꿨다. 이러한 구조변경을 통해 선교에 관심을 갖고 지원하는 교회의 목사와 장로들이 지속적으로 부서에 참여할 수 있어 선교사역 및 지원에 큰 효과를 보고 있다. 이러한 사례는 총회 세계선교부에서도 모범사례로 분류되어 세미나 발표 등을 통해 사례가 공유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부서 구조변경의 성공사례에도 불구하고 포항남노회 역시 한 사람의 노회원이 여러 부서에 소속되는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했다.

포항남노회 세계선교위원회의 위원장을 역임한 배혜수 장로(전국장로회연합회 회장)는 "노회원 1인 당 상임부서 한곳에 소속될 수밖에 없지만 특별위원회와 각 기관 이사 등에 배치되고 나면 결국 3~4개의 부서에 이름이 올라가게 된다"며 "이럴 경우 결국 자신이 관심과 열정을 가진 부서를 제외하고는 소홀하게 될 뿐 아니라 노회적으로 예산 등이 뒷받침이 되지 않아 실효성에 의문이 갈 수밖에 없다"고 토로한다.

한편, 그는 "각 노회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노회의 사업이 보다 효율적으로 운영되기 위한 경우에는 산하 부서를 간소화하고 재조직하며, 나름의 상황에 맞게 변경하는 것을 각 노회별로 적극적으로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며 "총회 또한 '정책총회 사업노회'의 기조를 따라야지 사업을 하려는 욕심을 버려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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