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영혼이 제대로 서는 교회

한 영혼이 제대로 서는 교회

[ 땅끝에서온편지 ] 디아스포라리포트-<9>변화와 개혁 사이

김주용 목사
2017년 04월 07일(금) 16:42

첫 편지 '이민목회, 코끼리도 울린다'에서 이민교회의 어려움을 이야기했다. 오늘은 그 어려움의 현장을 사이다처럼 이야기하고자 한다. 이민목회는 목회자와 성도는 물론이고 농담처럼 코끼리까지도 울고 가는 쉽지 않은 사역지이다. 이민교회를 경험한 많은 목회자들은 이민교회가 특수 선교지라고 생각한다. 정말 선교지라는 마음가짐 없이는 쉽게 해 나가기 어려운 곳이 이민교회이다.

10여 년 지켜보고 있는 시카고 지역의 교회만 해도, 몇 년 사이에 지역에서 가장 큰 한인교회들이 모두 교회 분쟁으로 담임목회자가 떠나거나 교회가 두 개 또는 세 개로 나눠지기도 하고, 많은 성도들이 떠나 미국교회로 가거나 불출석 교인으로 남아 있는 실정이다. 작은 교회는 말할 것도 없다. 최근 교회 분쟁으로 갈라져 나온 한 교회는 1년 만에 담임목회자를 떠나보내고 새로운 목회자를 청빙했다. 그러는 과정에서 그 교회는 다시 두 교회로 나눠지게 되었다. 이런 일들이 매해 여러 건 발생해 이제는 놀랍지도 않을 정도이다. 그래서 보통 성도들은 시카고 교회 이야기만 하면, 가슴이 아프고 고통스럽다고 말한다. 예수 복음 전하다가 핍박받고 아픔을 경험하는 교회가 되어야 하는데, 많은 이민교회들은 세속적인 분열과 다툼, 기득권 싸움과 교회 내 불법과 불의함으로 스스로 고통을 주고받는 곳이 되어 버렸다. 이제는 이민교회도 변화되어야 하고 개혁해야 한다. 언제까지 이민의 삶에 위로와 격려만을 주는 교회의 역할만을 추구해야 하는가? 또한 주일에 한 끼 먹고 커피 한 잔 하면서 사교의 영역을 넓히는 공간으로서의 이민교회가 아니라, 한 영혼이라도 제대로 된 신자를 만들 수 있는 교회가 되어야 하지 않는가? 그런데 왜 그렇게 하지 못할까?

먼저 이민교회는 목회자와 성도, 교회와 지역사회가 소통하고 대화하는 믿음의 관계가 부족하다. 꽤 많은 이민교회에 새로운 목사가 오면, 일부 성도들은 목회자를 적으로 생각해 당회의 장로 가운데 한 두 명은 반드시 야당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새로운 목사의 사역을 한 번 이상은 제동을 걸어주는 신고식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이민교회 목회자들도 선배 목회자들에게 그런 교회 환경을 부정적으로 이야기해 주니, 목회자들은 지나치게 정치적인 입장에서 성도들을 대하고자 한다. '하나님은 우리의 편이십니다'라는 말 대신에 '집사님은 내 편이지?'라는 정치화된 목회를 하면서 교회 분열의 단초를 만든다. 이런 관계가 회복되지 않는 한, 이민교회는 변화와 개혁으로 나아가기가 어렵다.

또한 이민교회는 혈족으로 뭉쳐진 모임이 많다. 어느 성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는 교회, 경상도 출신들이 함께 하는 교회, 전라도 목회자가 중심이 된 교회, 어느 대학 출신이 주류인 교회 등등의 혈연과 지연 중심의 교회들이 곳곳에 있다. 한국 본토도 다르지 않은 상황이겠지만, 한인 커뮤니티가 크지 않은 이민사회에서 교회가 가족관계와 혈연, 학연, 지연을 중심으로 모이게 되면 '보편적인 교회'로서의 본질을 상실하게 된다. 그것은 이민교회의 현실로 나타난다. '이 교회는 어느 장로가 마음대로 하는 교회! 이 교회는 어느 성씨를 가진 사람들의 교회'라는 소문이 늘 곳곳을 돌아다니고 있고, 그런 것들이 복음과 은혜 위에 존재한다. 그래서 젊은 이민자들이나 유학생들은 이제 더 이상 기존의 1세대 이민교회를 찾아가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이민교회는 교만하다. 의외로 이민교회에서는 한국에 유명한 목회자들을 자주 만날 수 있다. 한국의 스타 목사들은 미국으로 집회를 오면 곳곳을 돌아다니기 때문에 많은 이민교회 성도들이 그들의 설교를 자주 접하게 된다. 또한 목회자들이 자주 바뀌게 되는 교회는 새로운 목회자가 올 때마다 새로운 교회 성장 프로그램과 성경공부를 하여서, 웬만하면 거의 모든 목회 프로그램을 알고 있을 정도이다. 또한 너무 많은 교회들이 이민 사회에 퍼져 있어서, 성도들은 믿음과 신앙 대신에 자신의 마음과 판단에 따라 교회를 결정해 출석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목회자들이 이러 저리 옮겨 다니는 성도들에게 지나치게 저자세를 보인다. 그러니 이민교회 교인들은 아래로 내려가는 뿌리 깊은 신앙 대신에 자신들을 높이 떠받들어 주는 교회와 목회자를 찾는데 길들어져 가고 있는 실정이다.

이민교회, 참으로 힘들다. 그러나 변화와 개혁 사이에 들어가지 않으면 시대의 화석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를 위해 기도와 믿음으로 이민교회의 영적 바이탈사인을 매순간 체크하며 사명감을 갖고 교회를 지켜가는 신실한 이민자 디아스포라들의 목회자들과 성도들을 위해 기도를 부탁드린다.

김주용 목사
시카고 기쁨의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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