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구개혁 방향 반하는 총회 후원회

기구개혁 방향 반하는 총회 후원회

[ 기획 ] 어쩔 수 없는 현실 묵인...총회 기구개혁 역행

임성국 기자 limsk@pckworld.com
2017년 04월 06일(목) 16:40

 #총회 13개 후원회 존립, 자체 예산 확보 운영 중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 부서 산하에는 13개의 후원회가 조직돼 운영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선교부는 총회학원선교후원회와 직장선교후원회, 외국인근로자선교후원회 등 총 5개 후원회가 있고, 지난 100회기 1억 3530만 원(세월호 피해 가족 상담 프로그램 운영금으로 사회봉사부 전입금 1억원 포함)의 후원금을 모금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총회상담학교, 전도학교와 같은 별도의 조직이 있어 자체 예산을 확보해 운영 중이다.

또 군경교정선교부는 군선교후원회, 경찰선교후원회, 교정선교후원회를 운영하며 총 2억 4897만원의 후원금을 모았다. 군선교 후원회 경우는 총회 내 가장 큰 규모로 총회 군선교사역의 대부분을 지원하고 있다. 농어촌선교부도 북한농업개발협력선교후원회, 농어촌선교후원회를 통해 1360만 원, 훈련원은 후원이사회에서 5800만 원을 모금한 것으로 확인됐다. 남북한선교통일위원회는 북한선교 후원금 명목으로 1억 원을 모금해 북한선교 사역을 진행 중이다. 하지만 교육자원부의 기독교학교후원회와 사회봉사부 농아선교후원회 같은 경우에는 오히려 각 부서 전입금에서 후원회로 예산을 지원하는 실정이다. 특수 사역에 총회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이 이유이다.

#후원회 총 모금, 총회헌금 30%대 육박
위에서 언급된 주요 후원회의 모금내역을 집계한 결과 축적된 금액을 포함해 총 4억 4000여 만 원(100회기 총회 보고서 기준)에 이른 것으로 확인됐다. 당회기 총회헌금이 13억 3141만 원인 것을 감안하면 총회헌금 대비 30% 정도가 후원회가 모금한 금액이다. 총회가 모금 부작용 해소를 위해 총회헌금 제도로 일원화했고, '필요할 경우 후원회를 둘 수 있다'는 규정에 따라 일부 후원회가 운영 중이지만 기구개혁의 정신과는 멀어져 있음을 보게 된다.

특히 총회가 미래지향적 기구개혁의 방향을 정하고, 총회 기구를 정책 기능 강화에 초점을 맞췄지만 후원회가 오히려 정책총회가 아닌 '사업총회'의 변질로 이어지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후원금의 사용 출처를 들여다보면 정책 개발보다는 부서 세미나 등과 같은 사업을 위해 지출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원칙적으론 금지된 후원회 모금이 총회 기구개혁이 지향하는 정책과 방향에 반하는 사업비로 활용되고 있는 셈이다. "예산이 부족하면 방만한 정책과제를 축소하고, 예산 규모에 맞춰 일을 추진해야 한다"는 기구개혁위 관계자들의 원론적인 입장과는 역행하는 모양새다.

86회 총회에서 총회주일헌금제도를 추진한 증경총회장 최병두 목사(상신교회 원로)는 "각 부서에서 후원회를 통해 모금을 진행하는 것은 86회 총회에서 심사숙고해 결의한 내용, 총회 기구개혁의 방향과 전혀 맞지 않다"며, "후원회 모금을 통한 사업 전개는 총회를 후퇴시키는 것이고, 부서 모금으로 나타났던 다양한 문제를 다시 재생산하는 원점으로 돌아가게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101회기 총회 정책기획ㆍ기구개혁위원회 위원장 김태영 목사(백양로교회)도 "후원회의 장점이 있겠지만, 총회 후원회 대부분은 사업을 하기 위해 모금을 하고 있으니 기구개혁의 방향과 역행하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현실을 묵인하고 있다"며 "교회들은 건축헌금, 군선교 헌금 등 수많은 이중 지출을 하고 있어 상당히 피곤한 상황이다. 총회가 후원회 모금을 중단하고, 총회헌금 제도를 강화하던지 필요한 후원회는 명분과 사용처를 명확히 하던지 다시 한번 심사를 통해 바른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전했다.

#총회 후원회 존폐 및 역할 재설정 필요
결국 후원금을 비롯한 교회 재정문제가 앞으로 더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고 기구개혁의 온전한 실현을 위해서는 장기적인 측면에서 후원회의 존폐 및 역할 등에 대한 총회의 원칙 재설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국내선교부 산하 학원선교후원회 회장 이희수 목사(신성교회)는 "비기독교학교 선교를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학원선교후원회는 사실 일 년에 두 번 열리는 세미나를 지원해왔다"며 "후원회를 통해 총회가 예산을 확보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후원회가 정책 개발 지원에 집중하지 못한 것은 사업이 다양화돼 있기 때문으로 현재는 활동을 거의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총회 각 부서 실무자들은 "총회 헌금으로 충당하는 부서 전입금이 턱없이 부족하고, 매년 예산이 삭감되면서 후원금을 정책사업비로 사용할 수밖에 없고, 사실 후원금도 사업을 진행할 정도로 넉넉한 것은 아니다"고 한결같이 답답함을 토로했다. 전입금이 부족한 상황 속에 후원금마저 없어지면 정책개발에도 치명적인 타격을 입고 총회의 역량도 약화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또 총회 군선교후원회 같은 경우 후원금 대부분이 현장 지원과 개발에 대한 사업에 집중돼 있어 후원회를 없애고, 모금을 중단한다면 부서 존폐와도 연결될 수 있는 심각한 상황이다. 결국 후원회 모금 문제는 앞으로도 부각될 수밖에 없어 기구개혁의 방향에 맞춘 각 부서의 업무, 총회의 원칙에 따라 진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일부 총회 관계자들은 현재 각 노회의 시스템 및 인력 등을 고려한 결과 '정책총회' '사업노회'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판다하고 있지만 일부 노회와 교회들은 오히려 총회보다 우수한 정책과 사업을 진행할 만큼 앞서나가고 있어 관계자들의 자기반성과 인식전환도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 각 부서가 정책을 세우는 데 집중하고, 훈련원과 각 노회를 통해 사업을 펼쳐나갈 확실한 방안을 찾는다면 예산절감 효과뿐만 아니라 각종 후원회를 통해 빗어지는 총회와 교회의 어려움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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